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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우? 마음이 병들었을 뿐, 그들의 시집 엮었죠

“봄의 빛에 쫓겨난 눈들처럼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겨우내 움츠렸던 녹색 아이가/이제는 당당히 따뜻한 봄의 빛으로/날아오르듯 세상으로 나온다/(중략) 자연을 닮은 녹색 빛으로/봄을 알리는 아지랑이/그림을 그려간다.” (‘녹색아이’ 중)

겨울의 끝자락, 봄을 기다리는 설렘이 작품 곳곳에 묻어난다. 이름없는 한 시인의 고백.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가 쓴 시다.
정신장애 환우들이 쓴 시 100편을 모아 시집을 출간한 윤보현 국립나주병원 원장. [프리랜서 오종찬]

정신장애 환우들이 쓴 시 100편을 모아 시집을 출간한 윤보현 국립나주병원 원장. [프리랜서 오종찬]

정신과 단일 전문 의료기관인 전남 나주시 국립나주병원(이하 나주병원)이 지난달 21일 광주·전남 지역 정신질환자 60여 명이 쓴 시 100편을 모은 시집 『겨울은 또 작은 행복을 준다』를 출간했다. 2013년부터 광주시청, 전남도청 등에서 순회전시를 했던 작품을 모았다. 23일엔 출간 기념 북콘서트도 열었다. 윤보현(54) 나주병원 원장은 “정신장애우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시집을 출간했다”며 “이들은 위험한 사람이 아닌 마음이 아픈 사람일 뿐”이라고 했다.

정신과 전공의인 윤 원장은 1991년부터 나주병원에 몸담아 지난해 병원장에 취임했다. 25년간 일하며 만난 환자만 수천 명. 정신질환자가 시를 쓰는 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는 “‘급성기(조증과 울증이 극에 달하는 시기)’에 예술적인 재능이 발현될 때가 있다”며 화가 고흐와 음악가 슈만을 언급했다. “양극성 장애(조울증)를 앓았던 고흐는 프랑스 프로방스 정신병원에 있던 1년반 동안 100여 편의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조울병이던 로베르트 슈만도 조증 상태에서 작곡을 많이 했다고 해요.”

윤 원장은 “환자가 음악, 미술 등에 취미가 있으면 치료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큰 효과가 있다. 작품에 표출되는 무의식을 연구해 치료에 응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병원 차원에서도 예술치료를 적극 활용한다. 병동에 번호 대신 ‘브람스, 모차르트 마을’ 등 클래식 음악가의 이름을 붙이고, 공예나 악기 연주, 영화 감상 등의 재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그는 이 시집을 통해 정신병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나마 달라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선진국에서는 직장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농담반, 진담반으로 ‘너의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렴(Go to your psychiatrist)’이라고 한대요. 아플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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