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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른 호랑이 연고, 이젠 적들이 따라해요”

스켈레톤 세계 2위 윤성빈
스켈레톤 입문 4년 만에 세계 2위에 오른 윤성빈은 “목표는 평창 올림픽 금메달”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사진 CJ,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스켈레톤 입문 4년 만에 세계 2위에 오른 윤성빈은 "목표는 평창 올림픽 금메달"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사진 CJ]

“제가 유명하다고요?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한 명도 없던데요? 하하하.”

윤성빈(22·한국체대)은 “스타가 된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1년 전까지 그를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썰매 종목인 스켈레톤을 아는 사람조차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월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가 아시아인 최초로 은메달을 따내자 세상 사람들은 스켈레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단숨에 세계적 선수로 성장한 윤성빈은 14개월 앞으로 다가온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유력한 메달 후보로 꼽힌다. 그는 “은메달을 땄어도 내가 유명해졌는지 실감하지 못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체격(1m78㎝·87㎏)도 아니어서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거의 없다”며 “‘스켈레톤 선수 윤성빈입니다’라고 소개하면 알아듣는 분들은 좀 있다”고 말했다.
겨울스포츠에서 윤성빈의 성장은 기적에 가깝다. 평범한 체대 입시생이었던 그는 2012년 9월 스켈레톤에 입문해 4년 동안 세계랭킹을 70위→ 22위→ 5위→ 2위로 끌어올렸다. 이제 그의 앞에는 7시즌 연속 랭킹 1위를 차지한 마틴 두쿠루스(32·라트비아)만이 남아있다. 윤성빈은 “국제대회에 처음 나갔을 때 외국 선수들이 나를 낯설어 했다. 나를 보고 수군거려도 난 그들의 동작을 따라하기 바빴다”면서 “이제는 그들과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를 나눌 정도로 편한 사이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세계 2위로 뛰어오르면서 이제는 외국 선수들이 윤성빈을 따라하는 처지가 됐다. ‘호랑이 연고’ 에피소드가 윤성빈의 달라진 입지를 설명한다. 윤성빈은 “2~3년 전 워밍업을 하기 위해 할머니들이 즐겨 쓰는 ‘호랑이 연고’를 발라봤다. 뚜껑에 호랑이 그림이 있는 연고 말이다. 냄새가 워낙 심해서 외국 선수들이 눈살을 찌푸렸다”며 “그런데 이듬 해엔 외국 선수들도 나와 같은 연고를 바르고 있더라. 그 친구들이 ‘호랑이 연고’를 어떻게 알고 어디서 구했을까”라며 껄껄 웃었다.
윤성빈이 새 시즌에 사용할 ‘아이언맨’ 헬멧. [사진 CJ,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윤성빈이 새 시즌에 사용할 ‘아이언맨’ 헬멧. [사진 CJ,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면서도 윤성빈은 자만하지 않는다. 그는 “5~6월 휴식기에는 적당히 쉬었다. 그러면 몸이 ‘이제 운동하자’는 신호를 준다. 그럴 때 열심히 했다”며 “여름에는 트랙에서 썰매를 탈 수 없기 때문에 육상과 스타트 훈련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스켈레톤에선 스타트 기록을 0.1초 줄이면 최종 기록을 0.2~0.3초 앞당길 수 있다고 본다. 이제 윤성빈의 스타트는 두쿠루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가 단기간에 성장한 비결은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윤성빈은 “코스를 몸으로 익히는 스타일이다. 비디오를 보고 코스를 타면서 공략법을 만든다”며 “스키나 썰매 종목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실패하면 기록 손해가 크다. 그걸 두려워하는 선수가 많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플랜B를 세우지 않고 최선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켈레톤은 130m 높이에서 출발해 1200m의 얼음 트랙을 타고 내려오는 경기다. 안전장치 없이 시속 130㎞ 이상의 속도를 낸다.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또다른 썰매 종목인 루지 선수 1명이 훈련 중 사고로 사망했을 만큼 위험하다. 윤성빈은 “처음엔 나도 무서웠다. 그러나 첫 해인 2012~2013년 시즌이 끝날 때쯤부터 스켈레톤을 즐기기 시작했다”며 “놀이기구를 타면 무서워서 다시는 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스켈레톤을 타면서는 그런 적이 없다. 정말 재미있다”고 말했다.

20대 초반인 윤성빈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조용하고, 수수한 스타일이다. 또래들이 즐겨 찾는 클럽에도 가지 않는다. 대신 유일하게 신경을 쓰는 곳이 있다. 바로 헬멧이다. 지난 시즌 ‘아이언맨’ 헬멧을 써 화제를 일으켰던 그는 올해 새로운 디자인의 헬멧을 준비했다. 윤성빈은 “경기 때는 땀 범벅이 되기 때문에 얼굴이나 헤어 스타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헬멧은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지난 10월부터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윤성빈은 월드컵 대회보다 한 단계 아래인 북아메리카컵대회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오는 4일 개막하는 2016~17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하고 있다. 그의 왼 팔목에는 오륜(五輪)마크를 새긴 문신이 있다. 평창 올림픽을 기약하면서 2년 전 새긴 것이다. 윤성빈은 “지난해 두쿠루스를 딱 한 번 이긴 적이 있다. 살면서 그렇게 소리지르며 좋아했던 적이 없었다”면서 “최종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다. 올해 두쿠루스와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선 뒤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진짜 승부를 걸고 싶다”고 말했다.

김효경·김지한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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