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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직격 인터뷰] “비박, 탄핵 능력 충분…대통령, 즉각 모든 권한 총리에 넘겨야”

‘탄핵정국 태풍의 눈’ 비박계 중진 나경원 의원

비박계가 주도하는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에서 공동대표를 맡은 나경원(동작을·4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4월 퇴진 약속과 함께 내·외치를 포함한 모든 권한을 즉각 총리에게 넘겨야 탄핵 정국이 마무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친박 가운데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부터 당을 떠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 의원은 “당이 살기 위해선 최고임금제 같은 좌파적 접근을 포함해 양극화된 경제를 바로잡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친·비박 중진 모임인 ‘6인회(김재경·나경원·주호영·원유철·정우택·홍문종)’ 중 한 명으로 현 지도부를 대신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고심·골몰하고 있는 나 의원을 1일 국회에서 만났다.
나경원 의원은 “친박이 박 대통령 3차 담화 직후 개헌을 퇴진과 연계시키자고 주장했지만 어느 국민이 따르겠느냐”며 일축했다. “혹여 청와대가 아직도 ‘임기 단축 개헌을 해줘야 퇴진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실현 불가능하고 탄핵 구실만 줄 뿐인 패착”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조문규 기자]

나경원 의원은 “친박이 박 대통령 3차 담화 직후 개헌을 퇴진과 연계시키자고 주장했지만 어느 국민이 따르겠느냐”며 일축했다. “혹여 청와대가 아직도 ‘임기 단축 개헌을 해줘야 퇴진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실현 불가능하고 탄핵 구실만 줄 뿐인 패착”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조문규 기자]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김무성 전 대표와의 회동에서 박 대통령의 내년 1월 퇴진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이 내년 4월에 퇴진하고 6월에 대선이 치러지면 그때는 촛불 민심이 꺼질 것 같아 두려워 이런 제안을 한 것 같다. 지난달 초 박 대통령이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주면 받겠다’고 했을 때 민주당이 거부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당시 민주당 중진이 내게 ‘덜렁 총리를 합의해주면 촛불 민심이 꺼질 것 아니냐’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추 대표의 ‘1월 퇴진’ 주장은 촛불 민심이 사라지기 전인 3월에 대선을 해 문재인 전 대표를 대통령 만들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물론이고 민주당의 비문계 대선주자들도 박 대통령의 4월 퇴진을 바라고 있다. 대선이 6월에 치러져야 자신을 유권자에게 알릴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경선도 정상적으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추 대표와 친문계만 다른 소리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그들도 4월 퇴진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래도 민주당은 즉각 탄핵하자는 목소리가 강한데.
“민주당은 촛불 민심을 업을 생각만 하지 말고 합리적으로 가야 한다. 만약 9일 탄핵을 통과시키더라도 헌법재판소는 최순실 재판의 1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판사 출신인 내가 볼 때 1심은 내년 4월 말이나 돼야 끝난다. 그러면 헌재는 일러도 5월에야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럴 바에야 박 대통령이 4월 말 퇴진하는 게 민주당에도 이득이 된다. 안 받을 이유가 없다. 김원기·임채정 등 민주당 원로들도 4월을 퇴진 시점으로 제안했지 않나. 원로는 역시 원로더라.”
 
민주당도 그런 점을 알면서 탄핵을 외치는 이유는 뭘까.
“먼저 탄핵을 해놓으면 대통령 퇴진 일정 협상에서도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봐서인 것 같다. 그건 오산이다. 탄핵이 성사되면 박 대통령이 ‘상황 변경’을 이유로 퇴진 선언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선언한 건 사실 ‘나는 죄가 없다. 억울한 탄핵은 피하겠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국회가 탄핵하면 자신도 국회에 한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비박계의 요구는.
“박 대통령이 할 일은 두 가지다. 퇴진 시기를 ‘4월 말’이라고 확실히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또 그때까지 대통령으로서 모든 권한, 즉 내치와 외치 모두 국회가 추천한 총리에게 넘긴다고 선언해야 한다. 한마디로 탄핵에 준하는 수준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러면 탄핵은 중단된다.”
친박들 입장은 뭔가.
“친박들은 비박계가 탄핵에 찬성하면 이정현 대표가 물러나지 않는 건 물론 비대위원장직도 비박계가 추천하는 인사에 주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비대위 구성 권한이 친박계 지도부에 있는 걸 갖고 그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재집권할 수 있나.
“기득권을 개혁해야 한다. 특히 신자유주의의 창궐로 양극화가 극심해져 이제는 새누리당도 좌파적 사고를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 됐다. ‘최고임금제’ 같은 방안에 조심스럽게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의 ‘보수의 좌향좌’ 개념을 도입할 만하다. 썩은 보수를 도려내야 긍정의 에너지가 나오며 국가 브랜드도 회복된다. 이를 위해 지난한 투쟁에 나설 것이다.”
당을 떠나지 않고 개혁하겠다는 얘긴데 친박들은 어떻게 할 건가.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당이 개혁된다. 모든 친박이 폐족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친박 중 국정 농단에 책임 있는 이들은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 그냥 넘어가면 당이 새 출발할 수 없다. 상처는 치료 안 하고 가면 덧난다.”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 남경필 경기지사는 친박 좌장 격인 서청원 의원의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그 밖에도 3적·5적·10적 등 출당시켜야 할 친박들의 ‘살생부’가 당내에 돌고 있다.
“어려운 질문이다. 우선은 박 대통령부터 출당해야 한다. 윤리위에서 대통령 징계 절차도 시작됐지 않는가. 여야 합의로 퇴진 시점을 정해 대통령에게 던지면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고, 권한을 책임총리에게 넘긴다고 약속하면서 출당하겠다는 뜻도 밝히면 좋겠다. 5적이니 10적이니 하는 살생부엔 동의하지 않는 대목이 있다. 들어갈 사람은 안 들어가고 안 들어갈 사람이 들어간 측면이 있어서다.”
비박이 인물이 없어 모래알이란 소리를 듣는데.
“한국 정치는 곧 인물 정치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을 끝으로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시대에 맞는 어젠다를 제시하는 개혁적·수평적 리더십의 시대다. 이를 놓고 당내에서 치열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
청와대에서 김무성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민다는 얘기가 있다.
“나도 그런 소문을 들어 경위가 궁금하다. (나 의원은 김형오 전 의장을 민다는 얘기가 많은데?) 지금은 사실상 당 해체 수순이나 다름없다. 당과 국회에서 많은 경험을 한 인사가 필요하다. 정치를 모르는 외부 인사가 맡을 상황은 아니다.”
 
대통령이 모든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조건에 대해 대통령과 친박계의 입장은.
“이에 대해선 청와대도, 친박도 노코멘트더라. 만일 대통령이 퇴진 일자만 받아들이고 권한은 내려놓지 않겠다면 비박계 입장은 어려워진다. (2차 탄핵 데드라인인) 9일까지 답을 주면 된다.”
 
대통령이 “법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한 대목이 논란이다. ‘국회가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개헌을 해줘야 물러나겠다’는 뜻 아니냐는 것인데.
“사실 처음엔 친박들이 퇴진을 개헌과 연계하자고 했다. 친박 중진이 내게 박 대통령이 개헌이란 업적이라도 챙기고 물러나도록 해달라며 ‘개헌을 전제한 조건부 사퇴’ 카드를 꺼낸 거다. 나는 즉각 ‘개헌이 안 되면 물러나지 않겠다는 건데 어느 국민이 받아들이겠느냐’며 일축했다. 무조건 사퇴여야지 조건부 사퇴는 안 된다고 못 박은 것이다. 그러자 다음 날 청와대 대변인이 ‘개헌을 거론한 건 아니다’고 했다. 퇴진과 개헌 연계 카드를 흘리며 간을 보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거둬들인 것이다.”
비박계는 박 대통령이 본인 입으로 ‘4월 퇴진’을 공표하라고 요구했다. 친박은 어렵다는 입장인데.
“친박은 대통령이 또다시 대국민 담화를 내기 어렵다며 여야가 합의해서 던지면 대통령이 분명히 받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일단은 4월 퇴진에 비박과 친박이 합의했으니 당내에선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야당과의 협상에선 이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이 본인 입으로 얘기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로 비박계 상당수가 탄핵 대열에서 이탈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니다. 1일 아침 비박계들이 모여 비상시국회의를 열었는데 26명이나 참석했다. 모두들 탄핵 찬성 의사가 확고했다. 불참한 의원들도 김성태·하태경 등 탄핵 찬성파가 많다. 32표는 확실하다. 대구·경북 비박계가 조금 동요하는 분위기지만 4명 중 2명(유승민·주호영 의원)은 탄핵 의지가 확고하다.”
친박계가 초·재선 의원들에게 탄핵에 동조하지 말라고 압박한다는데.
“비박계나 초·재선들에게 ‘함부로 왔다 갔다 하지 마라. 움직이면 배신자다’며 탄핵에 동조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민심과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다.”
박 대통령 퇴임 후 사법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법리적으로만 본다면 구속기소를 통한 재판이 불가피할 것이다. 현행법상 누구도 (대통령의 안위를) 보장할 수 없다. 형이 확정되기 전에는 사면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통령을 지낸 분인데 정치적 합의를 통해 명예를 지켜줄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선 과정에서 각 당 주자들 간에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수사는 철저히 돼야 한다. 특검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수사는 최순실 쪽에만 집중된 반쪽짜리 수사였다. 다른 쪽, 우병우 수석의 의혹에 대한 수사는 미진했기 때문이다.”
비박계로서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면서 어려움이 많았겠다.
“박 대통령 지지 모임인 ‘박사모’ 회원들이 내게 매일 비난 문자를 보낸다. 지역구 사무실에도 근무가 어려울 만큼 항의 전화가 쏟아지고 시위가 벌어지기도 한다. ‘배신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나라를 위해선 이 길을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친박들의 전횡은 어느 정도였나.
“19대에 이어 20대 총선도 ‘친박 공천’이 이어지며 친박이 당을 완전 장악했다. 4·13 총선 이후 치러진 원내대표·상임위원장 경선을 보면 한결같이 친박이 70%, 비박이 30%를 득표했다. 요직을 독식한 친박들은 힘을 바탕으로 의원들을 줄 세우고 자율적 의견 개진을 막아왔다. 이러니 건전한 의사 형성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아버지(박 대통령) 내치면 배신자’라며 비박계를 막무가내로 공격하는 세력이 당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백분율로 치면 70%에 달한다. 박 대통령과 당의 관계가 왕과 신하의 관계로 전락한 배경이다. 그러나 당의 아버지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다.”
반기문 총장 측근인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이 나 의원을 만나고 갔다. 비박계가 반 총장과 함께 갈 가능성이 있나.
“(웃으며) 우리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박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은.
“함께 일한 경험은 많지 않다. 내가 지난해 외교통일위원장을 할 때 북한 인권법을 통과시켰을 때 ‘수고하셨다’고 한 게 기억에 남는다.”
 
나경원 의원은
여당에 험지 중 험지인 서울에서 잇따라 당선되며 4선 반열에 오른 새누리당의 대표적 여성 정치인. 판사 출신으로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정책특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로 입성했고 18대(중구)에 이어 19대(보궐선거)와 20대 총선에서 연거푸 당선됐다. 재선 의원 시절 당 대변인과 최고위원을 지냈고 3선 시절 여성 의원으로는 처음 외교통일상임위 위원장을 맡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대중성과 정치력을 겸비한 여성 정치인으로 자리매김됐다. 야당세가 강한 비강남 지역구에서 3선을 기록한 것도 강점이다. 재선 시절 공천개혁을 주장하며 소장파 혁신그룹의 일원으로 떠올랐고 이번 탄핵 정국에서도 비박계가 뭉친 비상시국회의 공동대표를 맡아 친박계 지도부의 사퇴 유도와 비대위 체제 수립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1963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 성적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모범생으로 유명했고 86년 대학 졸업 뒤 고시 공부를 시작해 24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글=강찬호 논설위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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