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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예방이 불가능한 조류인플루엔자의 위협

김재홍 서울대 수의과대학장

김재홍
서울대 수의과대학장

올겨울에 새롭게 유입된 H5N6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고 있다. 10월 28일 천안 풍세천에 있는 원앙에게서 처음으로 이 바이러스가 분리됐다.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닭·오리 등 가금 사육농장에서 53건, 원앙·큰고니·수리부엉이 등 야생 조류에게서 17건이 발생했다. 지역적으로는 철새 이동 경로인 경기도·충청·호남 등 서해안 벨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2010년 겨울의 H5N1형 AI 발생 때와 비슷하다. 당시 수많은 야생 조류가 감염돼 전국을 융단폭격하다시피 바이러스를 전파시켰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수반하면서 겨울 철새가 북상한 이듬해 봄이 돼서야 근절됐다. 지금 상황은 그때보다 심각하다. 2010년에는 4개월여 동안 야생 조류에게서 20건이 분리됐지만 지금은 한 달 만에 17건이 분리됐다. 가금 농장에서의 확산 속도도 그때를 능가한다. 2014년 유입된 H5N8형 AI는 2년 동안이나 근절되지 않고 장기 피해를 준 바 있다. 이번 바이러스가 그때처럼 끈질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여기서 우리는 여러 가지 의문을 떠올리게 된다. 왜 2003년 이후 고병원성 AI가 평균 2년마다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을까? 왜 때마다 다른 종류의 AI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것일까? 매번 사람과 동물에 대한 병원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또한 이것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며, 과학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AI 바이러스는 유구한 세월 동안 조류를 감염시켜 왔다. 그러면서도 숙주에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고 자손 바이러스를 만들어 내는 도구로만 활용하는 교묘한 진화 형태를 보였다. 그러던 중 1996년 중국 광둥(廣東)에서 H5N1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AI 바이러스가 출현했다. 이듬해 이 바이러스가 변이돼 홍콩에서 가금류는 물론 18명을 감염시키고 이 중 6명을 사망케 해 세계를 경악시켰다. 근래에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고병원성 AI의 근원은 이 사건이다. 이후 이 바이러스가 점점 전파·확산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수없이 많은 변이종이 생겨났고, 지금도 변이하고 있다.
2005년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난다. 중국 칭하이(靑海)성에 있는 칭하이 호수에서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 조류가 집단 폐사했다. 그전에는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 조류가 드물게 죽기는 했지만 집단 감염과 집단 폐사하는 사례는 없었다. 조사 결과 새로운 변종 H5N1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으로 판명됐다. 이 바이러스는 철새에 의해 중국에서 유럽·몽골·시베리아 등지로 확산됐고 국내에도 수차례 유입됐다. 이는 이제까지 알려진 고병원성 AI의 특성을 완전히 바꿔 놓는 전기가 됐다.

H5N1 바이러스만 해도 족보를 따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너무나 많은 변이종이 있다. 같은 H5N1형이어도 바이러스 표면 항원에 심각한 변이가 일어나면 그전의 H5N1 감염으로 체내에 형성된 항체 등 방어 면역체계가 전혀 쓸모없게 된다. 하물며 2014~2015년의 H5N8이나 올해의 H5N6라는 전혀 다른 아종의 AI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무방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마다 다른 AI 바이러스가 유입되므로 지금 백신을 개발해도 다음 유입 때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백신을 접종하면 감염 시 증상이나 피해를 줄일 수 있으나 감염 동물에게서 바이러스가 배출되는 것을 완전히 막기 어렵고, 감염 동물을 찾아내는 것 또한 어려워진다. 결과적으로 감염된 닭고기나 오리고기가 시중에 유통될 우려가 높아진다는 말이다.

AI 바이러스에 맞서는 과학자들의 불행은 언제, 어디서, 어떤 종류의 변이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지금과 같은 변이 속도라면 여러 종류의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겨울 철새를 통해 동시에 유입될 가능성도 시간 문제일 뿐이다. AI 바이러스 증식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몽골·시베리아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 종류와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조기 경보체계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AI 백신의 현실적 활용성이 매우 작기 때문에 발생 초기에 강력한 살처분정책을 펴고 이를 통해 조기 근절에 집중해야 한다. 신속한 살처분을 미루면 전파 확산으로 인해 근절이 불가능하고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국내에도 인체 감염 희생자가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며, 그 책임은 살처분을 미룬 사람이 질 수밖에 없다. 또한 반드시 필요한 살처분에 반대하는 축산업계도 국민적 관점에서 마땅히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철새나 야생 조류 감염이 심할 때는 국가가 모두 예방해 주기 어렵다. 사육농가에서 자율적으로 강력한 차단 방역조치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 겨울철이므로 소독제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아야 하며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농장을 출입하는 사람과 차량을 통제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김 재 홍
서울대 수의과대학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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