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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메시아는 기대하지 말라

김성탁 정치부 차장

김성탁
정치부 차장

치밀하고 꼼꼼한 특수부 검사가 있었다. 구수한 인간미에 균형 감각도 갖춰 어떤 일을 맡아도 소임을 다할 것 같았다. 정치 권력에 줄대기가 잦은 검찰을 저런 이들이 이끌면 기대를 걸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그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로 옮겼다. 여전히 직업에 열심이고 높은 연봉을 받지만 대한민국 검찰에 그와 같은 이들이 왜 남아 있을 수 없었는지 안타깝다. 박 대통령과 측근들에 대한 수사가 한창인 요즘, 검찰이 추상 같은 잣대로 무장했더라면 이 지경이 됐을까 싶어 아쉬움이 더 크다.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발표했지만 ‘식물 교과서’가 될 처지다. 박 대통령이 밀어붙인 국정화는 학계뿐 아니라 교육부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부처 측은 특정 성향의 학자들을 동원해 정부의 방향대로 여론을 조성하곤 하는데, 교육부 주최 역사교과서 발행 체제 개편 토론회에서조차 국정화의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의견이 모아질 정도였다. 그럼에도 교육부 관료들은 국정화를 막지 못했고 지금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박 대통령의 퇴진 방안을 놓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오가는 와중에 두 공직사회를 거론한 것은 ‘박근혜 이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스스로 거론한 만큼 내년 대선은 일찍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대선만 서둘러 치른다고 지금 치르는 홍역이 재발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대선 때마다 여야는 치열하게 경쟁했고 한쪽이 기운다 싶으면 당내 경선에서 혈투가 벌어졌다. 유권자도 덩달아 열광했지만 박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듯 기대는 번번이 실망을 낳았다. 대선 때마다 우리는 메시아 같은 리더를 고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누가 정권을 잡든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 일환으로 공직자의 각오가 남달라졌으면 좋겠다. 구미에 맞는 인사들을 요직에 앉히는 권력이 시퍼런데 비현실적이라고 항변할 수 있겠다. 하지만 공직자들이 금과옥조처럼 받아 적기 바빴을 대통령의 언행 뒤에 최순실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공무원들이 국가 기능의 정상적 운영을 목표로 공적 의견을 정한 뒤 비선과 측근을 누르고 관철하려 애써야 한다. 이를 위해 공정한 인사와 권력 분산을 위한 개헌 등의 논의가 대선 전 공론화돼야 한다. 여권이 침몰하고 있지만 대안이 돼야 할 야권 역시 퇴진 방법론에도 합의하지 못하는 형편이니 더욱 그렇다.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했던 권한을 거둬들였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조기 퇴장은 불가피하다. 명칭 자체에 통치자의 뉘앙스가 담겨 있고 생중계 담화에서 국민을 대신한 언론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할 수 있을진 몰라도 대통령은 주권자의 대리인일 뿐이다. 세금을 내 월급을 주는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공무원 조직의 수장일 뿐이다. 수장의 입이 아니라 주권자를 바라보는 공복이 넘쳐야 메시아 없이도 국민이 평안할 수 있을 것 같다.


김 성 탁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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