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취재일기] 선망하는 직장, 비난 받는 기업

장주영 산업부 기자

장주영
산업부 기자

취업 준비생인 박모(27)씨는 주말마다 촛불 집회에 나간다. 그는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최씨에 끌려다닌 대통령, 거기에 돈을 댄 기업 모두가 나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문득 궁금해졌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그가 가고 싶어하는 기업은 어떤 곳인지를.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박씨는 ‘A사에 가고 싶다’고 했다. A사는 그가 그토록 핏대 세우며 비난하던 ‘돈을 댄’ 기업 중 한 곳이다. 박씨는 “솔직히 취준생들이 처음부터 눈을 낮춰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을 가고 싶어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면서 “대기업이 잘못한 일은 잘못한 대로 지적해야 하지만, 입사 희망 대상인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박씨 뿐이랴. 많은 사람들이 K스포츠·미르재단에 수십억에서 수백원을 갖다바친 기업을 욕한다. 부역(附逆)의 논리는 명쾌하다. 스스로 구린 구석이 없다면 아무리 정권이 팔목을 비틀어도 돈을 내어주었겠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합리적인 의심(?)에 기초해 많은 사람들이 기업들을 손가락질 한다.

기업을 욕하는 사람들은 대기업에서 일하는 걸 기피할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안정적이고 보수가 높은 직장에서 일을 하고자 하는 것은 보편적인 욕구다. 기왕이면 큰 회사에 들어가서 간부가 되고, 임원이 되길 바라는 취준생들의 꿈을 욕할 사람은 없다.

대기업이 타깃이 되는 상황에서 중견기업에 다니는 한 지인은 ‘박탈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우리 회사는 최순실 사태와 연루되지 않았다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내에서 ‘우리가 그 정도 급이 안되니까 슬퍼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런 작금의 현실은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 존경받는 기업이 선망하는 직장이 돼야 하고, 비난받는 기업은 인기 없는 직장이 되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현실은 상식에 맡게 돌아가지 않는다. 상식에 부합하는 사회를 위해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과 기업이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을 통해 구태를 도려내야 한다.

우선 기업은 준법·투명 경영을 통해 정치권에 책을 잡히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치권은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보장하고, 과도한 규제와 개입의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 두 주체의 의지 만으로 되지 않는다면 ‘기부강요 금지법’ 같은 제도의 정비를 통해서라도 이번 사태가 재발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입사 희망자가 줄을 서는 존경받는 기업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이제는 그런 기업이 많아질 때도 됐다.

장주영
산업부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