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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장애 이기고 늦깎이 시인된 임기화 할머니 생애 첫 시집

임기화(68)씨가 1일 오전 충북 음성군 금왕읍 음성군 노인종합복지회관에서 자신의 첫 시집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음성=최종권 기자

임기화(68)씨가 1일 오전 충북 음성군 금왕읍 음성군 노인종합복지회관에서 자신의 첫 시집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음성=최종권 기자

불편한 손으로 늦깎이 시인이 된 60대 할머니가 생애 첫 시집을 펴냈다.

1일 충북 음성군 금왕읍 음성군 노인종합복지회관에서 만난 임기화(68·여)씨는 이틀 전 발간된 자신의 시집『네가 거기 있을 것 같아』를 손에 들고 환하게 웃었다. 이 시집은 임씨가 지은 88편의 시가 실렸다. 그를 지도한 증재록 시인이 “남은 여생을 팔팔하게 살라”며 임씨가 쓴 시 400여 편 중 88편을 선별한 것이다. 이 시집엔 남편과 사별한 아픔, 두 아들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그린 시가 담겼다. 임씨는 “낙서처럼 쓴 글귀가 모여 한 권의 시집이 됐다는 게 아직 믿기지 않는다”며 “가식을 버리고 그동안 살아왔던 삶의 희노애락을 시구에 담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임기화씨가 펴낸 첫 시집 『네가 거기 있을 것 같아』 표지. 사별한 남편을 향한 그리움과 두 아들을 향한 사랑을 주제로 쓴 시 88편이 담겼다. 음성=최종권 기자

임기화씨가 펴낸 첫 시집 『네가 거기 있을 것 같아』 표지. 사별한 남편을 향한 그리움과 두 아들을 향한 사랑을 주제로 쓴 시 88편이 담겼다. 음성=최종권 기자

임씨는 지난 5월 시인으로 등단했다. 지난해 충북노인문화예술제 문예공모전에서도 대상을 수상한 뒤 임씨의 시 ‘이만 하길’ 등 5편이 참여문학 신인공모전에 당선돼 정식 시인이 됐다.
금왕읍에 있는 홍삼 제조업체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일했던 임씨가 시를 배운 건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정년 퇴임한 뒤 적적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이듬해 음성군 노인종합복지회관에서 운영하는 시치유반에 등록했다. 임씨는 “책을 읽는 건 좋아했지만 당시엔 정식 시인이 되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았다”며 “틈틈이 시를 배우고 글을 쓰면서 고통을 잊고 아픔을 비워내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시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건 폐암으로 투병 중이던 남편이 2012년 세상을 떠나면서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도 두 아들 뒷바라지를 도 맡아 했던 남편을 잃은 슬픔이 컸다. 임씨는 “정년 퇴직을 하고 나서 뒤늦게 운전면허를 취득해 같이 여행도 다니고 즐겁게 살려했지만 남편이 병마와 5년 동안 싸우다 먼저 떠났다”며 “이런 상실감을 극복하려고 시에 매달렸다”고 했다.

남편을 향한 미안함은 임씨의 시에 온전히 녹아 있다.
‘그날/그것이 이별인 줄 알았지/소름 끼치는 괴로움도 짐작했지/다한 인연에 집착하는 어리석음/이별보다 더 싫어/의연하게 보냈지….’(임기화 시인의 ‘그날’ 중)
임기화씨의 시 `그날`. 남편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미안함에 쓴 시라고 한다. 음성=최종권 기자

임기화씨의 시 `그날`. 남편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미안함에 쓴 시라고 한다. 음성=최종권 기자


임씨는 남편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미안함에 쓴 시 ‘그날’을 나직이 낭독했다. 밤에 들리는 시계소리가 남편이 몰던 경운기 소리처럼 들려 잠 못이루 던 밤에 썼다는 ‘시계소리’도 소개했다.

임씨는 23살 때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을 받아 지금은 양 손목을 제대로 쓸 수 없다. 50대 초반 장애3급을 진단받았다. 팔목을 굽히기도 어렵고 글을 쓸 때면 통증이 팔꿈치까지 전해진다고 했다. 그는 “연필을 제대로 쥘 수 없을 만큼 손 마디가 아파도 생각 나는 대로 끄적인 메모지를 들춰내 시를 완성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임씨는 오는 7일 금왕읍 무극리 소재 봄날예식장에서 첫 시집 발간식을 연다.

음성=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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