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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엄지원, 여성은 강하다 - 스릴러 도전한 배우 엄지원

생과 사를 오가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인 여자 연수. 능력 있는 산부인과 의사인 그는 전화를 통해 미래에 있는 남편 동호로부터 얼마 후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듣고, 죽음을 피하려 안간힘을 쓴다. ‘더 폰’은 엄지원(38)이 처음 도전한 스릴러영화다. 최근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그에게 다부진 연기 욕심이 엿보인다. 그런데 정작 그는 고개를 저으며 낭랑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런 거 없어요. 시나리오가 재미있으니까! 그냥 해 보고 싶으니까! (출연)하는 거죠.”
엄지원, 사진=전소윤(STUDIO 706)

엄지원, 사진=전소윤(STUDIO 706)

스튜디오에 들어선 엄지원은 화사한 미소로 스태프에게 인사했다. 촬영 도중 ‘꺄르르’ 하는 웃음 소리도 자주 들렸다. 그는 여배우라는 틀에 갇혀 있기보다 현장을 자유롭게 누비며 편안하게 즐기는 듯 보였다. 이번 영화 역시 그런 마음으로 출연했다.

“이전엔 감정을 다루는 드라마 장르에 끌렸는데, 점점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더 폰’은 제가 운신의 폭을 넓힌 작품으로 기억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도 참신한 소재가 중요했다고 한다.

“하늘 아래 새로울 게 없다지만, 과거와 현실을 넘나드는 색다른 스릴러가 나오겠구나 싶었죠. 게다가 손현주 선배가 먼저 출연을 확정한 터라 크게 고민하지 않았고요. 배울 점도 많고 믿음직한 선배니까요.”

엄지원은 시나리오에 비교적 수동적으로 그려진 연수를 “위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기민한 여성”으로 조금씩 바꿔나갔다.

“연수 대사 중에 ‘왜 그래? 무슨 일이야?’가 아주 많았어요. 그게 너무 답답했죠. 촬영 전에 감독님과 상의하며 조율했어요. 이미 잘 짜인 퍼즐 같은 시나리오에 변화를 주는 과정이 무척 어려웠어요.” 그가 이렇게 노력한 이유는 남성 중심의 액션 스릴러에도 인물 간 힘의 균형이 드러나길 바라서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겉으로 보이는 연약함과 내면의 강인함이 공존할 때 드러난다고 봐요. 이런 매력을 스릴러에도 녹여내면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겠다 싶었죠.”

엄지원은 이 영화로 액션의 묘미를 처음 맛봤다. 상대 역으로 출연한 배성우가 “엄지원과 싸우는 장면이 많아 몸으로 친해졌다”고 농담했을 정도다. “액션 연기만이 지닌 즐거움을 알았어요. 감정 연기만큼 강렬하던데요.” 오히려 어려웠던 건 전화 통화 연기였다. 연수는 극 중 내내 남편 동호와 통화를 한다. 엄지원은 상대의 목소리만 듣고 감정을 끌어올리는 연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더 테러 라이브’(2013, 김병우 감독)에서 장시간 통화 연기를 한 하정우에게 연기 비법을 물어봤을 정도다. “하정우씨가 알려준 비결은 비밀로 하겠어요(웃음). 저뿐 아니라 다들 어려워한다는 게 큰 위안이 됐어요.”

새로운 연기를 향한 도전은 엄지원의 엉뚱하고 자유로운, 동시에 너그러운 성품에서 시작된 건 아닐까.

“영화를 선택할 때 ‘반했다’라는 말을 자주 하거든요. 여러 작품에 반하는 편이에요. 연애에 비유하자면 미치도록 좋은 사람도 있고, 담담하게 좋아지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요. 그리고 촬영을 시작하면 매순간 에너지를 100% 쏟아붓죠.”

극 중 워킹맘인 연수는 남편 동호와 열네 살 난 딸아이를 살뜰히 챙긴다. 어느새 아내 그리고 엄마로 분한 엄지원의 얼굴이 낯설지 않다. 똑부러진 여성 판사가 미혼모가 되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2012~2013, JTBC)부터, 끔찍한 일을 겪은 딸을 품는 부모를 그린 영화 ‘소원’(2103, 이준익 감독)까지. 자연스레 지난해 건축가 오영욱과 백년가약을 맺은 그의 실제 삶이 떠오른다.

“결혼 후에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심리적으로 더 안정된 느낌 정도? 처음부터 결혼으로 제 삶이 변하길 기대하진 않았어요. 둘이 함께 인생의 많은 것을 이뤄나가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그는 연기와 삶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배우는 예민하게 타고난 감수성을 직업적으로 쓰는 사람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운동 선수의 근육이 더 발달하는 것처럼, 더 감정적으로 바뀌더라고요. 하지만 감정은 순간의 느낌이지 진실은 아니잖아요. 일상에선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노력해요. 평소엔 무던하게 지내고 신앙 생활도 열심히 하죠.”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배우의 삶. 그는 “믿고 의지할 데가 꼭 필요하지만 그 대상이 사람이 됐을 땐 상처받기 쉽다”고 했다. 신앙과 건강한 일상은 엄지원을 단단한 배우로 만드는 밑거름처럼 보였다. 홍대 고깃집에서 남편·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는 등, 그는 남의 시선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편안하게 일상을 즐기는 소탈한 배우다.

“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만큼 대단한 스타가 아니기도 하고(웃음).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걸 좋아해요. 표정, 걸음걸이 등을 관찰하며 마음에 고이 넣어둬요. 새로운 인물을 연기할 때 그걸 십분 활용하죠.”

좌우명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런 걸 생각하는 타입이 아니에요. 그냥 주어진 것을 아주 열심히 할 뿐이죠. 점점 작품의 흥행 여부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됐어요. 영화도 자신의 운명을 타고난다는 걸 알았거든요. 저는 언제나 제 몫을 다하면서 연기할 거예요.”

현재 그가 촬영 중인 작품 역시 스릴러다. 공효진과 함께 출연하는 영화 ‘미씽:사라진 아이’(이언희 감독)에서 그는 아이를 납치하는 가사 도우미 역을 맡았다.

“여배우라면 꼭 도전하고 싶은 보석 같은 시나리오였어요. 절박한 상황에 놓인 두 여성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린다는 점에서 기존 스릴러와는 아주 다를 거예요.”

글=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사진=전소윤(STUDIO 706)

*이 기사는 매거진M 134호(2015.10.16-2015.10.22)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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