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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베란다에 현수막…노점 하루 영업 중단도

서울 창동역 인근 포장마차는 30일 휴업했다.

서울 창동역 인근 포장마차는 30일 휴업했다.

땅거미가 질 무렵인 30일 오후 5시 서울 창동역 번화가. 영업 준비를 해야 할 노점들의 간이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노점 천막에는 ‘오늘 하루 철시하고 시민 저항의 날에 함께 합니다’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간단한 요기를 하러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서울 지역 노점상 2000여 명은 가게 문을 닫고 파업에 동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3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30일을 현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1차 총파업-시민 불복종’의 날로 정하고 오후 3시부터 서울시청 광장 등 전국 곳곳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임금·단체협약 등 근로조건과 무관한 불법파업’이라는 고용노동부 지적에도 전국에서 22만 명(주최 측 추산)의 노동자가 총파업 대회에 참가했다. 상인들은 가게 문을 닫았고 일부 공무원과 교사도 하루 연가를 냈다.

서울 역삼역 부근에서 토스트와 호떡 등을 파는 박두선(48)씨도 이날 영업을 하루 쉬고 시청 광장으로 나왔다. 박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형편인데 오늘만큼은 가게 문을 닫았다. 밥은 못 먹어도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박근혜는 즉각퇴진’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헛소리는 그만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을지로·종로·세종대로 일대에서 행진 시위도 벌였다.

서울대 학생 1500여 명은 학교 본관 앞에서 동맹휴업대회를 열었다. 이는 2003년 서울대에서 3000여 명의 학생이 참가한 이라크전쟁 반대 동맹휴업 이후 최대 규모다.

노동자·학생 등 시민들은 오후 6시 광화문광장에서 합류했다. 주최 측 추산 3만 명의 시민들은 광장에서 ‘1차 총파업-시민 불복종 촛불문화제’ 집회를 열어 “노동자는 파업으로, 학생들은 동맹휴업으로, 상인은 철수로 박근혜를 끌어내리자”고 외쳤다. 집회를 마친 뒤 시민들은 내자동 교차로까지 행진하다 진입을 막는 경찰들과 잠시 대치하기도 했다. 그러다 ‘오후 10시30분까지 청운동 주민센터 인근 행진을 허용한다’는 법원 결정이 나오자 시민들은 청운동 주민센터 앞까지 행진한 뒤 오후 9시30분쯤 자진 해산했다.
서울 마장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걸린 현수막.

서울 마장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걸린 현수막.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들은 각자의 장소에서 1분 소등하기, 현수막 걸기, 차량 스티커 붙이기 등 다양한 종류의 ‘시민 불복종 운동’을 펼쳤다. 두 살배기 아이가 있는 주부 안미영(33·서울 성동구 마장동)씨는 집 베란다에 ‘국민의 명령이다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걸었다. 안씨가 자주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성동구 중구 엄마들 모임’ 회원 20여 명이 이 현수막을 공동 구매했다. 안씨는 “동네 아이 엄마들끼리 만나면 주로 육아 얘기 등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데 요새는 ‘이 나라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을 한다”며 “3차 대국민 담화를 보며 ‘대통령이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보고 있는지’ 더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불복종 의사를 표현하는 건 기존의 제도적인 참여로는 의사를 전달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만큼 시민과 정치권과의 소통이 안 되고 있고 제도권 정치로부터 시민이 느끼는 소외감이 강하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홍상지·윤재영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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