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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가 즐겁다…탑골공원 일대에 ‘락희거리’

탑골공원 인근에 조성된 ‘락희 거리’. [사진 조한대 기자]

탑골공원 인근에 조성된 ‘락희 거리’. [사진 조한대 기자]

30일 낮 12시쯤 서울 탑골공원 북문에서 낙원상가로 이어지는 100m 구간은 60, 70대 노인들로 붐볐다. 이곳에서는 2000원짜리 황태해장국과 순두부찌개, 3000원짜리 도시락 등 저렴한 값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3500원에 이발을 하고, 5000원에 염색을 할 수 있는 이발소도 있다. 거리 곳곳의 간판은 일반적인 간판보다 글자가 1.5배 정도로 컸다. 4층 규모 건물 벽면에는 1960~70년대의 유명 영화인 ‘마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의 영화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이 거리는 서울시가 지난달 말 1차 조성 사업을 마친, 노인을 위한 거리 ‘락희(樂憙·lucky)거리’다. 노인들이 즐겨 찾는 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이에 맞는 콘텐트와 풍경을 입혔다. 락희거리는 ‘노년층이 즐겁고 기쁜 거리’라는 의미다.

락희거리는 일본 도쿄의 ‘스가모(?鴨) 거리’를 모델로 삼았다. 스가모 거리는 노년층을 위한 맞춤형 상점가로 한 해 900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 명소다. 약국·의료품점 등 다양한 노인 관련 상점들이 있다. 걸음이 불편한 노인을 위해 대부분의 상점에 문턱이 없다. 장수를 상징하는 빨간색 상품 등 노인 맞춤형 상품도 다양하다. 영어 간판 대신에 큰 글자로 쓰인 일본어 간판이 즐비하다.
락희거리도 이런 스가모 거리의 특징을 많이 따랐다. 우선 상인들의 친절에 신경을 썼다. 거리 내 상점 11곳을 ‘상냥한 가게’로 이름 지었다. 이들 가게에서는 물건을 사지 않아도 노인들이 편히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생수 제공’ ‘화장실 이용’ 등 각 가게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노인들이 알아보기 쉽도록 가게 벽면에 돌출형 간판으로 설치해 놓았다. 예를 들어 한 이발관에 ‘어르신 우선 화장실’이 있다. 실금·실변을 편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변기일체형 세면대’를 설치했고, ‘ㄹ’자형 안전 손잡이도 있다. 락희거리 내 음식점에는 테이블마다 지팡이를 끼워 놓을 수 있는 ‘지팡이 거치대’도 붙어 있다. 노인들이 알아보기 쉽도록 메뉴판의 글자 크기도 키웠다.

서울시에 따르면 락희거리와 붙어 있는 탑골공원에는 하루 평균 5000~6000명의 노인이 방문한다. 주변에는 실버영화관, 인생이모작50플러스센터 등 노인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있다. 정춘식(76)씨는 “노인들이 즐기기에 적당한 물가다 보니 큰 부담 없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락희거리를 스가모 거리 못잖은 노인 친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게 서울시의 목표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거리에 위치한 24개 상점 중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11곳만 락희거리 조성에 참여했다. 나머지 13곳의 상점은 기존 간판을 고수하다 보니 거리 곳곳은 60~70년대와 2010년대가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다. 따라서 거리 전체의 통일성이 떨어진다. 이곳에서 만난 김학철(74)씨는 “탑골공원 근처고 음식값이 저렴하니 이 길에 자주 오는데 뭐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강효진 디자인개발팀장은 “노인을 위한 거리는 전국 최초다.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추가 예산 10억원을 투입해 노인들이 더 즐길 수 있는 거리와 공간으로 꾸며가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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