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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성곽길…140개 이야기로 풀어 읽어주는 배우

NGO ‘길스토리’ 대표 김남길
‘길을 읽어주는 남자’ 배우 김남길씨. ‘길스토리’ 활동에 대해 “작지만 큰 움직임”이라고 했다. “예술이 가난을 구제할 수는 없지만 위로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길을 읽어주는 남자’ 배우 김남길씨. ‘길스토리’ 활동에 대해 “작지만 큰 움직임”이라고 했다. “예술이 가난을 구제할 수는 없지만 위로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로 남을 돕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 시작한 일이에요. 연기 하고 콘텐트를 만들면서 사람들에게 일상의 작은 여유와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배우 김남길(36)씨는 문화예술 NGO ‘길스토리’의 대표다. 2012년 소셜 브랜드로 시작해 2013년 홈페이지(gil-story.com)를 열었고, 지난해 2월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했다. 그는 사진작가·음악감독·화가·번역가 등 100여 명의 문화예술 전문가와 함께 “각박한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잊고 있었던 따뜻함을 끄집어내는 일”을 도모한다. 서울의 골목길과 한양도성 성곽길을 소개하는 동영상과 오디오 가이드 등을 제작해 홈페이지에 올려놓는 ‘길이야기: 길을 읽어주는 남자’ 프로젝트가 주 사업이다. 지금까지 140여 개 콘텐트를 만들었다. 대부분 그가 직접 출연하거나 내레이션을 했다.

그가 NGO까지 만들어 본격적인 공익 활동을 펼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2010년 1월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비담 역으로 출연한 직후 인도네시아 재난 구호 현장을 찾아갔어요. 지진 피해를 입어 삶의 터전이 무너져버린 곳이었죠.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데 방송용 카메라가 계속 촬영을 했어요. 보여주기식 이벤트인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죠. 연기한다는 느낌이 들어 담당 PD와 갈등을 빚기도 했고요. 하지만 방송 후 모금이 많이 되는 것을 보고 배우의 영향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그가 주목한 배우의 영향력은 “다른 사람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내 직업으로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좋은 일, 나눌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인도네시아 봉사활동을 함께했던 홍보전문가 금윤경씨가 ‘길스토리’ 부대표로 합류했고, 문일오 작곡가, 이성수 화가, 이형열 카피라이터, 지은석 영상감독, 최성문 방송작가, 이인복 광고 프로듀서 등이 봉사자로 나섰다. 또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우경 전 포항지청장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남 돕는 일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 많다는 데 깜짝 놀랐다. 아직 세상이 어둡지는 않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길스토리’ 홈페이지]

[‘길스토리’ 홈페이지]

‘길스토리’의 활동은 수치나 통계로 그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일이 대부분이다. 모금 활동은 2013년 필리핀 태풍 피해 이재민 돕기 성금으로 모은 3500여만원과 최근 ‘우리가 만드는 문화유산, 한양도성’ 크라우드 펀딩으로 1900여만원을 모은 것이 전부다. 나머지는 모두 김 대표와 봉사자들이 직접 문화예술 콘텐트를 만드는 활동이다. ‘길이야기: 길을 읽어주는 남자’뿐 아니라 각 봉사자들이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콘텐트가 700여 건에 이른다. 월평균 3만2000여 명이 ‘길스토리’ 홈페이지를 찾아오고 있다.

‘길스토리’의 콘텐트가 지향하는 가치는 “다 함께 더불어 잘 먹고 잘사는 따뜻한 세상”이다. “상처받은 사람들, 화가 많이 나 있는 사람들에게 어쭙잖은 ‘힐링’을 주자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서 따뜻함을 끌어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정서를 거창하게 과장하거나 강압적으로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담아내려고 한다”면서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영상을 보고 위로를 얻었다는 사람들의 e메일을 받을 때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길스토리’의 운영비를 대는 일은 대부분 그의 몫이다. 사무실도 없이 운영하지만 콘텐트 제작비가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3억5000여만원이 들어갔다”고 했다.

그는 오는 7일 개봉하는 재난 영화 ‘판도라’에서 주인공 재혁 역을 맡았다. 국내 최초로 원전 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다. 또 영화 ‘어느 날’과 ‘살인자의 기억법’ 등도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길스토리’ 활동을 하며 스스로 성숙해 간다는 걸 느낀다. 스타, 이런 걸 떠나 배우로서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면서 “많은 사람이 ‘판도라’를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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