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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남성 수명 늘리는 묘약은 한 아내와 쭉~ 같이 사는 것

김창오의 건강 비타민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뒤 은퇴한 박모(85)씨. 10여 년 전부터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 치료를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았다. 노부부가 다정하게 진료실에 오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그러나 건강하던 부인이 6년 전 치매에 걸렸고, 상태가 나빠져 노인요양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혼자 병원에 왔다. 그는 “다른 것은 잘 모르는 아내가 남편인 나를 알아보는 것이 신기하다”고 자랑하곤 했다.

하지만 재작년 부인이 세상을 떠난 뒤 그의 건강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고령의 영향도 있겠지만, 배우자를 잃은 충격이 건강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주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약물로 비교적 잘 조절되던 혈압·혈당 등이 잘 조절되지 않고 있다. 환자 중에 박씨와 같은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배우자와 함께할 때는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가 배우자가 떠난 뒤로 건강이 급속히 악화하는 것이다.

노인학의 가장 뜨거운 연구 주제의 하나가 ‘성공적인 노화’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은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 교수인 루이스 터먼 박사는 1921년부터 2001년까지 80년 동안 미국인 1500여 명을 추적 관찰하면서 장수에 대해 연구했다. 이것이 유명한 ‘터먼 연구(Terman study)’다. 터먼 연구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성실성과 장수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이었다.

결론은 어땠을까.

‘성실한 사람이 오래 산다’였다. 성실한 사람은 ▶근검절약하고 끈기 있는 사람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사람 ▶책임감 있는 사람 등을 포함한다. 성실한 사람들이 건강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더 많이 하고, 위험한 활동에는 가급적 관여하지 않았다. 안전벨트를 잘 맸고, 의사의 지시도 잘 따랐다. 이들은 자신의 한계를 잘 받아들이고 따른다. 또한 성실한 사람들은 뇌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 물질의 양이 성실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많았다. 세로토닌이 적은 사람은 충동적인 경향이 있다.

성실한 사람들의 장수는 행복한 결혼생활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성실한 사람은 더 건강한 환경과 관계를 맺을 줄 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행복한 결혼생활이 수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는 많이 나오고 있다. 2010년 미국 하버드대가 발표한 ‘결혼과 남성 건강’ 자료에 따르면 미국 성인 12만754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기혼자가 미혼 또는 이혼(사별)한 사람보다 더 건강했다. 가장 큰 차이는 생활습관이었다. 독신, 이혼 남성, 사별한 남성은 기혼 남성처럼 식사나 운동을 잘 챙기지 못한다. 이들은 또 흡연율과 과음률, 위험 행동 가능성이 높았다.

지난 8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진단을 받은 사업가 이모(60)씨. 평소 애연가였던 이씨는 1999년 이혼하기 전까지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혼을 하면서 제대로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등 건강에 소홀해졌다. 그러다 2008년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와 병원을 찾았다가 정밀검사를 통해 신장암을 진단받았다. 수술 후 담배를 끊으며 건강을 챙겼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서 COPD 진단을 받았고, 의사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담배를 끊었다.

결혼이 건강 장수에 미치는 영향을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쓰쿠바대의 2007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신 남성은 기혼 남성에 비해 모든 질병 위험도가 약 2배 높았다. 관상동맥 질환 3.5배, 호흡기 질환 3.3배, 뇌졸중은 2.3배 높았다. 반면 독신 여성은 기혼 여성에 비해 질병 위험도가 1.7배 높았다. 관상동맥 질환은 1.2배, 호흡기 질환은 2배 높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기혼 주민 1만2522명을 14~23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가 미국역학저널에 발표됐다. 이 기간 중 남성은 1453명(12%), 여성은 3294명(26%)이 배우자와 사별했다. 그런데 연구기간 중 배우자와 사별한 남성은 30%(440명)나 사망한 반면, 여성은 15%(510명)에 그쳤다. 평소 건강했던 남성이 아내와 사별한 뒤 사망할 확률은 사별하지 않은 남성에 비해 2.1배나 높았다. 사망 위험은 배우자 사망 뒤 7~12개월 때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2년 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이 배우자와 사별한 뒤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영양부족, 생활습관 악화, 사회적 고립감 심화 등이 꼽힌다. 또한 남성성을 나타내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도 더 빨리 감소한다. 미국 보스턴 지역에서 배우자와 사별한 40~70세 남성 1667명을 10년간 관찰한 연구결과를 보면, 사별한 남성은 배우자가 있는 남성보다 테스토스테론 감소 속도가 11% 더 빨랐다.

그렇다면 불행한 결혼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까.

미국 마이애미대 연구팀이 14만3063명의 전립샘암 환자를 대상으로 1973~90년 연구한 결과를 보면 기혼 남성 환자의 생존 기간은 평균 69개월, 이혼 남성은 55개월, 독신 남성은 49개월이었던 반면, 별거 또는 사별한 남성은 38개월로 가장 짧았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불행한 결혼생활은 독신보다 못하다.

피츠버그대가 1만904명의 미국 기혼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MRFIT)에 따르면 9년간의 비교에서 이혼 남성은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는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37% 높았다.
 
[일러스트=심수휘 기자]

[일러스트=심수휘 기자]

터먼 연구에서 결혼과 관련해 오래 산 남성의 순서는 ▶1위 한결같은 기혼 남성 ▶2위 한결같은 독신 남성 ▶3위 재혼한 기혼 남성 ▶4위 이혼 후 독신 남성이었다. 하지만 여성의 순서는 ▶공동 1위 한결같은 기혼 여성, 이혼 후 독신 여성 ▶3위 한결같은 독신 여성 ▶4위는 재혼한 기혼 여성이다. 오래 살고 싶은 남성은 결혼이 확실히 유리하지만, 여성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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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노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결혼한 경우 그 생활을 잘 유지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하라는 것이다. 성공적인 결혼생활은 건강과 수명 모두를 증진시키는 반면, 불행한 결혼은 반대로 작용한다.

이는 특히 남성에게 더 심하다.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는 것이 건강과 장수의 원천이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각별한 노력을 해 볼 만하지 않은가.

김창오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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