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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좀 파이터’ 김동현, 주먹이 근질근질

서울 서초구 반포동 4TP 체육관 테이블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TV에서 자주 본 그 거리, 그 표정이다. 광고에서 그는 손으로 무좀 걸린 발을 만지작거린다. 그리고 그 손으로 여자친구의 입술에 묻은 카푸치노 거품을 닦아낸다. ‘무좀 막장 드라마’의 장면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남자에겐 펀치를 날리고, 여자에겐 무좀균을 전하는 격투기 선수, 김동현(35)을 만났다.
김동현은 오는 3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 UFC 207에서 타렉 사피딘(30·벨기에)과 맞붙는다. UFC 웰터급(77㎏) 10위 김동현보다 사피딘의 랭킹(13위)은 낮다. 그러나 사피딘은 수년 동안 10위 안팎을 오르내린 원거리 타격가라는 점에서 위험한 상대다. 게다가 김동현은 상대 선수의 부상 등의 이유로 13개월 동안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긴 공백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그가 마냥 쉬었던 건 아니다. 김동현은 꽤 인기있는 예능인이다. 어릴 적 개그맨을 꿈꿨다는 그는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인기 패널이다. 김동현은 “방송을 하면서도 경기는 꾸준히 준비했다. 놀거나 쉬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방송과 운동을 병행하는 게 좋다”며 “준비가 부족하지 않았고, 긴장하지도 않는다. 무도가로서 그 정도 중심은 잡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대 유도학과를 졸업했지만 그는 엘리트 선수가 아니었다. 대신 학창 시절부터 종합격투기의 매력에 빠져 레슬링·킥복싱 등 여러 종목을 수련했다. 격투기 전문 선수 1세대인 그는 지난 2008년 한국인 최초로 UFC 선수가 됐다. 세계 최고의 격투 무대 UFC에서 12승(4KO)3패를 기록한 그는 사피딘을 꺾으면 오카미 유신(35·일본)이 갖고 있는 아시아인 UFC 최다승(13승)과 타이를 이룬다.

김동현은 ‘무도가(武道家)’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거칠고 위험한 UFC 경기에서 무도가다운 절제력이 꼭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동현은 “격투기 선수로서 어느 단계에 올라가면 그 때부터는 기술보다 정신이 더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어떤 유혹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며 “내가 뭘 하더라도 훈련과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흔히 말하는 ‘연예인 병’에 걸리지 않는 비결도 무도가의 마음에 있다. 김동현은 “방송하는 걸 좋아할 뿐 필요 이상으로 연예인들과 어울리지는 않는다. 원래 술을 잘 못하는 체질인 데다 훈련 캠프가 부산에 있어 자주 만날 수도 없다”며 “서른 살 넘어서 방송을 시작했으니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다. 격투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격투와 방송을 넘나드는 그는 이중적인 이미지로 팬들에게 각인돼 있다. 그러나 그는 “격투기에서나 방송에서나 난 성공과 실패를 오갔다. 들뜨지도 않고 와르르 무너지지 않은 채 가늘고 길게 가고 있다”며 웃었다. 김동현은 “경기에서 졌을 때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걸 느꼈다. 방송을 못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오르내리다 보니 정신적인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동현의 전문성은 이중성이다. 일본에서 활약할 당시엔 강력한 타격을 자랑하며 ‘스턴건(전기충격기)’으로 불렸던 그는 UFC에선 ‘매미’로 통했다. 타격전을 피하고 상대에게 매미처럼 매달려 유도·레슬링 싸움을 펼친다는 뜻이었다. 지루한 경기 스타일에 대한 비판이 나올 무렵인 2013년 김동현은 타격가 에릭 실바(브라질)를 KO로 잠재웠다. 스턴건의 위력이 UFC에서도 통하자 김동현은 상위권 파이터가 됐다. 그는 “사피딘과의 싸움에서도 매미와 스턴건 전략을 모두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동현은 “내겐 데미안 마이어(브라질) 같은 특별한 주짓수 기술이나 로비 라울러(미국) 같은 엄청난 타격은 없다. 그러나 상대 입장에서 보면 난 정말 까다로운 선수다. 러키 펀치가 터지지 않으면 날 쓰러뜨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난 타격과 그라운드, 두 가지 무기를 갖고 있고 경기를 컨트롤 할 수도 있다. 상대가 아무리 큰 산소통(체력)을 갖고 와도 1라운드에 다 써버릴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내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UFC 최고 스타 코너 맥그리거(28·아일랜드)는 페더급(65㎏)에 이어 라이트급(70㎏) 챔피언에 올랐다. 맥그리거는 웰터급 타이틀에도 욕심내고 있다. 김동현은 “내가 맥그리거라면 나와 싸우려 할 거다. (타격이 좋은) 맥그리거는 날 이길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 난 그리 먼 미래를 보지 않는다. UFC에 처음 왔을 때부터 항상 이번이 마지막 경기라는 각오로 싸운다”고 말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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