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새미 라샤드의 비정상의 눈] 시민이 뭉치면 역사를 만든다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2주 전 서울 광화문에서 벌어진 ‘100만 시위’를 SNS를 통해 보다가 특이한 장면을 목격했다. 아랍어 전공 학생으로 보이는 시위자들이 ‘국민은 정권을 무너뜨리길 원한다’는 글을 아랍어로 적어서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이집트 국민이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 정권에 맞서 시위를 벌일 때 외쳤던 구호다. 지금은 이집트에서도 잊혀져 가는 구호를 한국에서 보니 새삼 그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아랍의 봄과 2016년 광화문 시위는 차이가 많다. 가장 큰 것이 국민의 민주주의 경험이다. 아랍의 봄 당시 튀니지는 28년, 이집트는 30년이나 계속된 1인 독재를 겪던 상황이었다. 국민은 민주주의가 뭔지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 국민은 오래 전부터 민주주의를 경험해 왔다. 지금 정부도 민주 선거에 의해 탄생했지만 문제가 생기자 이에 반대해 국민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부 한국인은 한국이 아직 민주주의 국가가 덜 됐다지만, 태어났을 때부터 아랍의 봄 당시까지 오직 한 명의 대통령만 보고 자랐던 내게 한국은 이집트와는 완전히 다른 민주주의 국가임에 틀림없다.
 
아랍의 봄 당시 시위 참가자들은 국가 지도자뿐 아니라 나라 전체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려 했다. 문제는 사람만이 아니라 나라 시스템 전체라고 봤기 때문이다. 서구식 민주주의를 이루는 것은 또 다른 과제였다.

아랍의 봄과 한국 시위의 또 다른 차이는 시위자 안전 문제다. 이집트에선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의 시위대가 최루탄이나 살수차 앞에서도 해산하지 않자 경찰이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수많은 희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심지어 무바라크 정권은 전국의 수많은 교도소 문을 열고 수감자를 풀어줬으며 시위대가 경찰서를 공격한다는 이유로 경찰의 출근도 막았다. 당시 평화롭고 안전한 시골 고향에 있던 나는 갑자기 동네 이슬람사원의 확성기에서 “교도소 문이 열렸고 경찰은 더 이상 일하지 않으니 주민 여러분은 주방용 칼이나 도끼를 들고 각자 자기 가정을 보호하라”는 안내 방송을 들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순간이었다.

이집트 정부는 이렇게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했지만 목숨을 걸고 자유를 얻겠다고 나선 국민의 단결 앞에 모든 것이 허사였다. 이집트 국민은 18일간의 시위 끝에 30년 독재정권을 바꿀 수 있었다. 국민이 뭉치면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 순간이었다.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