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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막강 ‘전·차’ 뜬다, 진격의 지주사 테마주

“2017년 최고의 주식 테마는 지주회사다.”

최근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국내 첫 출시한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의 설명이다. 원 대표는 “애널리스트들이 지주회사 관련 보고서를 쏟아내면서 기관들 사이에선 지주회사 테마가 이미 화두가 됐다”며 “리테일(개인영업) 쪽에서도 프라이빗뱅커(PB)들 중심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는 사람은 아는’ 테마가 전국민의 관심을 받게 된 건 삼성전자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면서 자회사의 경영을 지휘·감독하는 형태다. 대주주의 독점적 피라미드형 지배가 가능해 총수 일가가 전횡을 일삼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현재 ‘지주회사=선’으로 인식하는 것은 1999년 관련법이 탄생한 배경 때문이다. 지주회사는 1997년 외환위기를 촉발한 재벌의 문어발식 출자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1999년 지주회사법이 도입됐는데도 대기업이 지주회사 설립을 미룬 것은 순환출자 구조 개선에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아서다. 게다가 신규만 막고 기왕의 순환출자는 인정해주는 법안의 예외 조항 덕에 당장 전환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지주회사에 다시 관심이 쏠린 건 ‘세월’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창업주, 혹은 아버지 세대가 나이 든 게 꺼져가던 지주회사 불씨를 살려냈다. 아들 세대는 회사 지분율이 미미하다. 회사 덩치는 불어 지분을 물려줄 경우 세금 폭탄을 맞는다. 당장 세금 낼 돈이 없으면 지분을 팔아야 한다. 문제는 지분을 매각하면 경영권이 위협받는다.

이때 등장한 묘수가 지주회사다.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이건희 회장은 사실상 유고 상태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전환이 시급하다. 삼성SDS와 에버랜드의 상장,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등 일련의 조치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그 정점이 29일 발표한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검토다.
그룹의 핵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분은 0.6%에 그친다. 자사주 지분율은 12.78%(보통주 기준)에 이른다.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죽은’ 지분이다. 그런데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를 설립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주회사가 배정받은 사업회사의 자사주는 지주회사 입장에서는 ‘남의 회사’ 주식이다. 때문에 의결권이 살아난다. 곧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설립만으로 죽은 자사주 12.78%의 지분율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여기에 지주회사를 삼성물산(이재용 등 특수관계인 지분 39%)과 합병하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에 힘이 실린다.<본지 29일자 B2면 참조>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 측이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긴 호흡에서 합병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삼성물산 주가는 8.6% 급락했지만, 30일엔 반등에 성공했다.

지주회사를 세워 경영권을 물려준 대표적인 사례가 리홈쿠첸이다. 창업주가 1938년생이다. 작년 지주회사 부방과 사업회사 쿠첸으로 인적분할했다. 이 과정에서 2세 이대희 대표는 부방 지분율을 18.3%에서 30.4%로 끌어올렸다.

최근엔 창업 1세대 나이가 여유가 있는데도 지주회사 전환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달 22일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한 오리온과 매일유업은 창업주가 60대 초반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오리온과 매일유업이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한 것은 경제민주화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야당 의원들이 내놓은 ‘경제민주화’ 법안이 상정돼 있다. 법안의 주목적은 대주주가 지주회사를 설립하면서 자사주를 활용해 회사 지배력을 강화하는 걸 막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최근 스캔들에 휘말려 지배구조 개편에 브레이크가 걸린 사이 다른 기업들이 법안 통과 전에 서둘러 지주회사 전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지주회사 전환의 다음 타자로 현대차그룹을 예상하고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2월초 오너 일가의 현대글로비스 보호예수 기간이 종료되면 지배구조 개편이 가시화할 수 있다”며 “현대모비스가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주”라고 꼽았다.

지주회사가 최고의 테마로 떠오른 건 수익률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가 2007년 이후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한 27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인적분할 발표 후 시가총액(2개의 회사가 생겨 단순 주가 비교는 무의미)은 3개월 뒤 평균 6.1%, 9개월 뒤엔 90.9% 상승했다. 9개월 뒤엔 27개 기업 가운데 한 곳을 빼고는 모두 주가가 올랐다.

지주회사 설립 후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지배구조가 투명해지면서 시장에서 값을 후하게 쳐주기 때문이다. 비핵심 부문을 떼내면서 사업회사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도 이유다. 무엇보다 배당이 늘어 주가가 상승한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를 설립한 경우 분할 1년 전후 배당성향은 7.9%에서 16.5%로 뛰었다. 원종준 대표는 “기존에는 오너가 배당해 봐야 남의 배 불려준다고 생각했으나 지주회사 설립으로 지분이 늘어나면 배당금이 자기 주머니로 들어오게 돼 있어 배당에 후해진다”고 설명했다.

개인들이 지주회사 테마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관련 주식을 시장에서 직접 사면된다. 주식 투자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 관련 펀드(상장지수펀드(ETF) 포함)에 투자할 수 있다. 삼성그룹주펀드 등 그룹주 펀드나 지배구조개선 펀드에 투자하면 된다. 단, 펀드 특성상 여러 개 종목이 들어있어 지주회사 테마 상승분을 고스란히 누리기는 어렵다. 헤지펀드도 있다. 지주회사 전환 주식 등에 집중 투자한다. 단, 최소 가입금액이 3억원이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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