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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몰표 준 대구 시민 믿음 저버려”

서승엽 시민단체회의 운영위원장
서승엽

서승엽

“집회 참가자 수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집회를 이끄는 서승엽(52)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잘 믿기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구지역 70여 단체가 모인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대구비상시국회의’의 총괄책임자다. 지난 5일부터 주말마다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3000명으로 시작한 집회 참가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19일 집회에는 2만명(경찰추산 5000명)이 참가했다. 많아야 200∼300명인 시민단체의 일반 집회와는 판이하다. 30년 경력의 시민단체 대표가 “단상에 서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할 만큼 이례적이다. 그는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지역공동체의 상임이사 겸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몰표를 준 대구 시민의 ‘믿음’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원칙이 통하는 반듯한 나라를 만들 것으로 믿고 지지했다는 설명이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국민을 잘 살게 할 것이란 기대도 한몫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사를 통해 드러난 박 대통령의 실체를 보면서 믿음은 배신감과 분노로 바뀌었다고 했다.

서 위원장은 어르신·주부·청소년 등 다양한 연령층의 참가를 이번 집회의 특징으로 꼽았다. 그는 자신의 팔순 넘은 부친 이야기를 꺼냈다. “며칠 전 아버지가 갑자기 ‘미안하다’며 제게 사과를 하시더군요. ‘잘 할거라고 믿고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찍었는데 이젠 그런 기대를 접어야겠다’고 하셨어요.”

집회 참가자들이 당당하게 생각을 밝히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집회에 참가한 이유를 조목조목 얘기해 주목받은 대구 송현여고 2학년 학생을 예로 들었다.

서 위원장은 “노동·인권 등의 문제로 시위를 하면 욕설을 하며 지나가는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이번엔 그런 시민이 전혀 없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대구비상시국회의를 꾸리고 집회를 시작했다. 다만 집회를 주도하지 않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돗자리’만 깔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박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집회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 위원장은 “앞으로 집회 중 공연 등을 늘려 시민이 즐기면서 각자의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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