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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백악관 공통점과 차이점

기자
손영동 사진 손영동
국가안보와 관련한 고위공직자의 비화(秘話)폰 사용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비화폰은 일반 휴대폰과 달리 도감청 방지를 위한 기능(암호화)을 갖추고 있다. 물론 비화폰이라 해도 ‘마스터키’로 암호를 풀어낼 수 있어 사생활 침해 여지가 있지만 공직자에겐 국가안보가 우선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북한이 청와대ㆍ외교부ㆍ통일부 등을 사칭한 악성메일을 발송하는 수법으로 우리 정부 외교ㆍ안보라인 고위 관계자의 스마트폰을 해킹했다. 북한의 해킹수법은 과거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 해킹에서 주요 대상을 정해놓고 그 대상과 가까운 주변인들을 해킹하는 작전으로 변모했다. 주변 인물들의 정보를 모을수록 점은 선이 되고, 선의 윤곽은 짙어져 관계망으로 드러난다.
 
이에 국정원은 전ㆍ현직 공무원들에게 소셜미디어(SNS)에서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으로 의심될 경우 접촉하지 말고 또한 스마트폰을 자주 교체하라고 당부한다. 스마트폰을 교체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얼마전 검찰 조사를 받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검찰이 사정기관을 총괄했던 우 수석 휴대전화를 압수했지만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한다.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가 2008년 5월부터 운용하는 이동식 포렌식 차량은 데이터 복원 작업에 활용된다. [사진 중앙포토]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가 2008년 5월부터 운용하는 이동식 포렌식 차량은 데이터 복원 작업에 활용된다. [사진 중앙포토]

 
스마트폰은 사용자가 내용을 삭제해도 통화기록과 문자내용 대부분이 복원된다. 우 수석은 스마트폰(하드웨어)을 교체해 아예 흔적을 없애버린 것이다. 조사할 대상이 사라져 과거의 기록을 확인 할 수 없다. 게다가 「통신비밀보호법」에는 수사기관이 통신사의 협조를 얻어 감청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정작 이통사에는 감청설비가 없어 법 조항 자체가 유명무실한 것도 허점이다.
 
모바일 기기는 대부분 24시간 내내 켜져 있다. 스마트폰은 개인 신상정보는 물론 여러 기록과 자료를 저장하는 도구로 자리 잡아 해커들의 타깃이 된지 오래다. 이를 겨냥한 공격기법도 날로 정교해지고 있다. 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악성 링크를 클릭하도록 유도하던 공격을 넘어 스마트폰의 권한을 통째로 탈취하는 악성코드도 등장했다.
 
최근 누구보다 국가의 기밀을 지켜야할 인물들이 대포폰을 사용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드러났다. 최순실 사건을 통해 비선 실세, 왕수석, 문고리 권력 모두 대포폰을 사용했다고 한다. 정호성 전 비서관의 대포폰에서는 각종 문건과 박근혜 대통령 및 최씨 등과의 통화내역이 일부 녹음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2014년 2월부터 대포폰ㆍ대포차ㆍ대포통장 등 '대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친다는 명분이었다. 이들 차명물건은 통상 명의자와 실사용자가 달라 금융사기나 부정행위가 발생했을 때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는데 사용한다. 국민들에게는 차명물건은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어 쓰지 말라고 하면서 고위공직자가 오히려 대포폰을 썼다고 하니 이해하기가 힘들다.
 
 
2011년 5월 오바마 미 대통령이 활주로 이동중 떨어진 휴대폰을 줍고 있다. 미 대통령의 휴대폰은 백악관 통신서비스인 Defense Information Systems Agency 기능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AP]

2011년 5월 오바마 미 대통령이 활주로 이동중 떨어진 휴대폰을 줍고 있다. 미 대통령의 휴대폰은 백악관 통신서비스인 Defense Information Systems Agency 기능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AP]


 
이와 반대로 미국 정부와 관계기관들은 비화폰보다 보안이 강화된 블랙폰(Black Phone)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 항공사 ‘보잉’이 개발한 ‘보잉블랙’은 통화ㆍ문자ㆍ문서를 암호화해 불법적인 도청이나 감청을 방지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사용자 허락 없이 문자나 통화기록에 접근하면 원거리에서도 내용은 자동으로 삭제되고 작동은 스스로 멈춘다. 보잉블랙은 높은 보안성 덕분에 미 정보기관, 군 그리고 방산업체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고 한다.
 
기존 비화폰은 발신자와 수신자가 같은 종류의 암호코드와 암호해독 기술을 사용했다. 두 사람 모두 같은 비화폰을 갖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블랙폰은 한사람만 갖고 있어도 보안기능이 가능하다. 블랙폰은 비화폰 기능에 더해, 수신자가 비화기능이 없는 일반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에도 보안이 가능하다. ‘사일런트서클’이라는 업체가 개발ㆍ판매하고 있는 블랙폰의 경우 자사 서버를 거쳐 통화 내용을 암호화하고 암호키를 별도로 보관하지도 않는다.
 
사이버공격은 상대 주요 인사의 신상정보를 확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북한의 대남 사이버공격은 각계각층에 대한 표적 공격으로 고도화되었고 주요 인사의 스마트폰 권한 탈취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은 인간관계를 구체적으로 파악할뿐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기술을 구사한다. 북한 엘리트의 연이은 탈북과 맞물려 북한은 사이버공격을 예전 보다 훨씬 많이 시도해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사이버방호 역량을 결집해도 모자라는 판에 우리 지도층의 보안 불감증은 섬뜩할 정도다.
 
손영동 고려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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