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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인사 "박 대통령, 밝은 표정에 맑은 눈…예상과 달라"


청와대는 12일 한광옥 비서실장 주재로 촛불시위 대책회의를 열었다. 수석비서관들도 전원 출근해 청와대 앞 시위대의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며 하루종일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의 준엄한 뜻을 받아들여 겸허하게 민심을 듣겠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며 “법에 보장된 시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조속히 정국을 수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염동열 수석대변인도 “촛불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듣고 국정혼란을 하루 속히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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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개의 촛불'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전날 정연국 대변인을 통해 ‘세월호 사고 당일 성형시술을 받았다’‘대통령이 대포폰을 쓴다’는 의혹에 대해 “근거없는 의혹 제기가 도를 넘고 있다. 자중을 바란다”고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규모 촛불집회 전날 본인에 대한 주요 의혹에 대해 해명을 쏟아낸 것은 그만큼 대통령을 향한 민심이 위중한 상태라는 걸 알고 있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촛불의 물결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7~9일 박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나눈 종교지도자(염수정 추기경, 김장환ㆍ김삼환 목사, 자승 스님 등) 중 한 명은 12일 중앙SUNDAY에 “상당한 장기전을 준비하면서 나름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며 “야당 요구에 조금씩 양보하면서 공세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미리 계산된 행보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상당히 밝은 표정과 맑은 눈이더라"며 “우울한 모습일 거라는 예상이 빗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요즘 잠도 잘 못 주무신다는 소문을 들어서, 눈 밑에 다크서클이 있거나 얼굴이 푸석푸석해 보일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면담에서 한 종교지도자는 “대통령님께서 잠을 잘 주무셔야한다. 잠을 못 이루시면 의사를 통해서 수면유도를 해서라도 맑은 정신으로 지혜롭게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셔야한다"고 합니다”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에 박 대통령은 “다른 좋은 약보다 사람한텐 잠이 최고인 것 같아요.또 뵙겠습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고 한다. 종교지도자는 “잘 자고 있다는 뜻으로 알아 들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종교지도자 여러 명이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도 만나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정국 수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자 "정치가 참 어려워요"라고만 말했다고 한다. 참석자는 "응하지 않겠다는 반응 같더라"며 “바깥 날씨는 영하 10도인데 청와대 안은 영상 10도”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차가운 민심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뜻에서다.

반면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매우 침통한 상태에서 정국 수습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 이후 대통령도 그동안의 인간관계에 대해 매우 후회하고 있다”며 “사실상 행정수반 역할은 포기한 상태고, 울타리 역할을 해줄 당이 계파갈등으로 허물어지지 않기만 바란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지난 7일 “박 대통령을 도울 수 있도록 조금만 위기관리의 시간적 여유를 허락해 달라”며 대표적 사퇴를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간적 여유’에는 청와대가 여론의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는 뜻도 담겨있다.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대통령이 여론 반전 카드로 3차 대국민담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만약 3차 담화를 한다면 야당이 원하는 ‘2선 후퇴’와 관련한 진전된 언급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야당이 받아들이면 여야 영수(領袖)회담을 개최하고, 내각 인선을 마무리하는 것이 청와대가 바라는 수습 방향이란 의미다. 박 대통령이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통화하고,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한 것은 외치(外治)는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전직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의 뜻대로 여론 반전이 일어나 일이 풀리려면, 대통령 본인이 기존 생각을 고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선욱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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