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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대의 지성과 산책] “조영남·이우환 논란 미술계서 풀었어야…법정에선 한계”

저작권법 전문가 남형두 연세대 교수
천경자·이우환·조영남. 최근 우리 미술계에서 벌어진 위작, 대작 논란의 주인공들이다. 미술 작품을 둘러싼 진위 논란이 검찰 조사까지 받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문학계에서 벌어진 신경숙 표절 의혹 논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학계에서는 이덕일 명예훼손 논란, 박유하 명예훼손 논란이 있었다. 각기 장르가 다르지만 문화예술과 학문 영역에 대한 사법의 적극적 개입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문화예술 작품이나 학술 서적에 법이 관여하는 현실을 법치주의 의 실현으로 높게만 평가할 수 있을까.

미술·문학·학술은 모두 고유의 전문성이 존중되는 분야다. 그런데 작품 내용에 관한 논란이 일어나는데도 전문가들의 신뢰할만한 판단은 잘 보이지 않는다. 발언을 하면 편가르기로 폄하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모두 숨 죽인 채 사법 판단만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에서도 골치 아픈 문제는 모두 사법부로 가져가는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한데, 문화계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문화예술의 사법화’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작권법 전문가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의 연구실에는 디즈니 캐릭터들이 쌓여 있다. 저작권 분쟁 관련 강의 보조자료로 활용된다. [사진 신인섭 기자]

저작권법 전문가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의 연구실에는 디즈니 캐릭터들이 쌓여 있다. 저작권 분쟁 관련 강의 보조자료로 활용된다. [사진 신인섭 기자]

저작권법 전문가 남형두(52)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1986년 사법시험 합격 후 16년간 변호사로도 활동했고, 『표절론』(현암사·2015)을 펴냈다. 최근 신경숙 표절 논란에 대한 문학평론인 ‘망월(忘月)-배심원단을 위한 표절 재판 보고서’(『쓺』, 문학실험실, 2016년 9월)와 조영남 사건에 대한 논문인 ‘법과 예술-조영남 사건으로 본 주리스토크라시(Juristocracy)’(『정보법학』, 2016년 8월)를 발표한 바 있다.
 
조영남 사건부터 살펴보자.
“이 사건에는 저작권법 위반과 사기죄 문제가 있는데 검찰은 사기죄로만 기소했다. 저작권법 위반은 작가와 대(리)작가의 관계가 문제로 되는데, 사기죄이므로 작가와 구매자 간의 문제만 따지게 된다. 조영남은 자신의 기존 화투작품을 꼴라주(붙이는 것) 방식에서 회화로 바꾸는 작업을 대작가에게 시켰는데, 그 사실을 구매자에게 알리지 않아 이에 속은 구매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사기죄의 요지다. 미술계에서 좀 더 논의를 치열하게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술계에서 어떤 점을 깊이 논의해야 했나.
“현대미술 관점에서 조영남이라는 작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논쟁으로 들어가야했다고 본다. 현대미술가 뒤샹은 “나는 작품에 관심없고 작가에 관심있다”고까지 말했다. 이는 미술과 미학의 본질에 관련된 문제로서 미술가와 미학자들이 깊이 논의하고 판단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 자체가 미술과 미학의 발전 과정이다. 그러니 법원의 유무죄 판정 이후에도 대작 허용 범위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될 것이다.”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 공방을 판단하기 위해 프랑스 전문가들까지 방한해 조사함으로서 국제적인 문제가 됐다.
“화가는 자기 작품이 아니라고 했는데 주변에서 당신 작품이 맞다고 한 경우다. 감정인도 그랬고 수사기관까지. 작가편을 드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천 화백은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는 사회와 화단에 대해 “작품은 자기 새끼 같은 것이다. 자기 새끼를 못 알아보는 에미가 있느냐”며 격정을 토한 후 붓을 꺾고 미국 가서 칩거하다 타계했다.”
천경자 사건은 미술계 전문가들이 너무 깊이 개입해 문제가 된 것인가.
“‘작품은 자기 새끼다’라는 말은 독일 철학자 헤겔의 『법철학』에서 유래한다. “작품은 영혼의 연장선이고 정신의 소산이다”라고 했다. 이것이 독일 저작권법의 근간이 된다. 예술작품은 작가 인격의 일부라는 것. 우리 사회가 작가를 그런 상황까지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지난 6월 작품 진위 논란으로 경찰에 출두한 이우환 화백. 신인섭 기자, [중앙포토]

지난 6월 작품 진위 논란으로 경찰에 출두한 이우환 화백. 신인섭 기자, [중앙포토]

이우환 화백 그림도 위작 논란에 휩싸였는데.
“천경자와 정반대다. 천경자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고, 이우환은 그 반대다. ‘예술의 사법화’ 문제가 심각하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세계적인 작가인데, 절정기의 예술가가 더 많은 좋은 작품을 남겨야 할 때 법정에 가야 하는 상황이다.”
신경숙 표절 문제는 어떻게 보나.
“저작권 침해와 표절은 상당 부분 같지만 다른 부분도 있다. 이를 전문가들도 구분하지 않고 혼용해 이상한 현상이 생기고 있다.”
어떤 이상한 현상인가.
“예를 들어, 저작권은 표현을 보호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표현만 바꾸면 아이디어가 같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오해다. 아이디어도 독창적인 것은 표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신경숙 사건에서 미시마 유키오 소설과 비교하며 두 작품이 얼마나 비슷한가 같은가에만 집중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시마 유키오의 표현이 얼마나 독창적인가에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에서는 황군에 반대하는 쿠데타 세력과 싸우러 가기 전날 밤 부인과의 격렬한 정사 장면이 나온다. 신경숙의 ‘전설’은 남편이 한국전쟁에 나가기 전날 밤의 격렬한 정사 장면이 나온다. 전쟁·장교·죽음을 배경으로 한 신혼부부의 정사를 다룬 소설이 한두 개가 아닐 텐데 그 중에서도 미시마 유키오의 표현이 독창적이라고 본다면 신경숙은 표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통속적 표현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신경숙의 혐의는 옅어진다. 그런 판단을 비전문가인 검찰이나 법원이 정확히 할 수 있는가. 수많은 작품을 검증해야 하는데, 그런 검증과정이 바로 문학 아닌가.”

남 교수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표절과 위작에 대한 이해 자체를 정확히 하는 전문가층이 얇다”며 “문화예술계가 법치에 기대기보다는 자치 능력을 좀 더 키워줄 것”을 요청했다. 자치(自治)를 잃은 곳에는 법치(法治)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글=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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