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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남아돈다더니…생크림·버터 품귀 왜

서울 강서구의 빵집 ‘공병득 쉐프’는 여름부터 국산 생크림과 버터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납품 업체에서 “물량이 없다”면서 하루에 30개씩 들어오던 500ml들이 생크림을 5개로 줄였다. 최근 생크림 공급이 일부 재개되며 숨통이 트였지만 아직도 국산 버터는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박승용(25) 제빵사는 “수입 버터도 쓰고 있지만 국산 버터로 만든 빵을 찾는 고객의 수요는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트의 버터 판매대도 휑하다. 김모(27·여)씨는 “얼마 전 마트에 갔더니 버터가 동나고 없었다”고 말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한 방송사에서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식단을 조명한 19일 이후 버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4% 급증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 버터 생산 업체에서 물량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크림과 버터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우유가 남아돈다’더니 우유 가공제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전체 소비의 상당량(생크림 80%, 버터 40%)을 차지하는 국산 제품이 귀해지면서다.

우유가 너무 남아돌아 생산을 줄이면서 생긴 현상이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8월 현재 원유 생산량은 139만t이다. 이 추세라면 올해 총 생산은 210만t 이내가 된다. 지난해와 2014년의 220만t 내외보다 약 10만t을 줄이는 셈이다. 김이태 진흥회 수급팀 차장은 “원유 생산을 줄였지만 우유는 부족하지 않다. 생산과 수요가 적절히 맞아떨어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파장은 우유로 만드는 생크림과 버터로 튀었다. 생크림과 버터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유는 우유의 유통·가공 구조에 원인이 있다. 원유는 액체 상태로 장기 보존이 어렵다. 재고는 지방을 뺀 가루(탈지분유)로 보관하는데 이 과정에서 생크림과 버터가 얻어진다. 재고(탈지분유)가 줄면 생크림과 버터도 줄어든다. 2만t 가까운 탈지분유가 생산된 지난해와 2014년에 생크림과 버터가 충분했던 이유다.

식생활 변화도 생크림·버터 품귀 현상을 가속화했다. 우유 소비는 주는데 치즈·버터 등 소비는 크게 늘고 있다. 2011년부터는 우유보다 유가공 제품의 1인당 소비량이 많아졌다. 여기에 최근 불고 있는 고지방 다이어트 열풍이 버터 품귀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업체들이 생크림과 버터를 위해 원유 생산을 늘릴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 정부는 2013년부터 ‘원유가격연동제’를 시행하고 있다. 생산비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원유 가격을 매년 결정토록 한 제도다. 이러다 보니 해외 주요 낙농국에 비해 국내 원유 값은 3~4배 비싸다. 우유는 유통기간이 짧아 비싸도 국산이 경쟁력이 있지만,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탈지분유와 버터는 이야기가 다르다. 탈지분유 1㎏당 국산은 1만2000원인데 수입산은 3000원에 불과하다. 탈지분유를 만들 때 소량만 얻을 수 있는 생크림과 버터 생산에 업체들이 소극적인 이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지인배 연구위원은 “한국 농가의 현실에서 가격경쟁력을 위한 시설 현대화 는 한계가 있다”면서 “용도별 차등 가격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도별 차등 가격제는 마시는 우유로 쓰이는 원유 가격은 높게 쳐주고, 가공용으로 쓰이는 원유 가격을 낮게 쳐주는 제도다. 대다수 낙농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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