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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예술가 전시·공연장 된 동네 카페…요가하는 어르신 옆 중학생은 보드게임

상수동 ‘이리카페’ 김상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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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대표는 “예술가들이 마음껏 작당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동네 예술가들이 모여 마음껏 작당하는 곳이죠. 그런 공간이 있어야 예술이 발전한다고 믿습니다.”

김상우(42)씨가 서울 상수동에서 전시·공연 공간으로 운영하는 ‘이리카페’는 12년간 동네 예술가들의 커뮤니티 역할을 해왔다. 매월 한두 차례 인디밴드의 공연과 미술 전시회가 열린다.

김씨가 처음 이리카페를 연 것은 2004년 홍익대 인근의 서교동. 등단한 시인이면서 밴드 드러머이기도 한 그는 동갑내기 화가 친구를 우연히 만나 개인 작업도 하고 커피와 술도 마실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월세가 지금보다 훨씬 저렴했던 서교동을 장소로 택했다.

“처음엔 책 때문에 유명해졌어요. 당시에는 북카페라는 곳이 드물었는데 저희는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에서 비싼 예술 서적을 들여다 잔뜩 꽂아놓고 누구나 볼 수 있게 했죠. 입소문이 나면서 동네 예술가들의 발걸음이 잦아졌습니다.”

단골이 된 예술가들은 하나둘씩 자신의 작품을 이곳에서 전시해도 되겠느냐고 물어왔다. 유명하지 않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공간이 많지 않았던 때였다. 이태원이나 인사동 등지의 갤러리는 문턱이 높았다. “처음엔 한 만화가가 자신의 작품을 카페 벽에 걸고 싶다고 했어요. 미술관도 아닌데 카페에서 무슨 전시를 할까 싶었지만 그러라고 했죠. 그것을 보더니 밴드 멤버들은 공연을 열고, 시인들은 시 낭독회를 열더라고요. 시 낭독회를 연 카페는 저희가 처음이었을 겁니다. 작은 문화공간이 된 거죠.”

이리카페에선 전시나 공연에 따르는 대관료를 거의 받지 않는다. 이곳에서 열리는 문화적인 이벤트들이 카페의 색깔을 만들고 유지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연주하러 오는 밴드 중에 베이스 기타가 없는 팀이 많다는 걸 알고 기타를 사다 놓고 마음대로 쓰게 했죠. 단, 크고 유명한 회사에 소속돼 충분히 대관료를 낼 수 있는 분들에게는 돈을 받습니다.”

카페보다 예술 공간으로 유명해지자 이곳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출근 도장을 찍는 이들도 많아졌다. 실제로 커피만 마시러 오는 손님은 드물다. 오전 10시쯤 노트북 등을 싸들고 와 개인 작업을 하다가 해가 지면 김씨와 함께 술 한잔을 기울이고 퇴근하는 ‘작업족’이 많다. 난생처음 보는 이들끼리 이런 과정 속에서 친분을 쌓고, 서로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도모하기도 한다. 시인 김경주씨와 뮤지컬 배우 전성민씨도 이리카페에서 친해져 함께 작업을 계획 중이다.

김씨는 카페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마담’으로 규정했다. 이곳에 오는 손님들을 면밀히 살피고 알아 가면서 이들이 카페 안에서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에 늘 와서 시를 쓰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있었어요. 저 역시 시인이니까 여러 가지 의견도 얘기해주고 격려도 하면서 친해졌어요. 그 친구가 결국 올해 문예창작과에 입학했습니다. 지금은 그 친구의 시가 이리카페 곳곳에 전시돼 있어요. 단순한 손님에서 카페 예술가가 된 케이스죠.”

김씨는 “이리카페다운 모습을 5, 10년 잘 유지해 나가는 게 유일한 목표”라고 말했다. “지금은 ‘홍대 카페’에서 밴드 공연이 열리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잖아요. 그걸 처음 만든 사람이 저희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앞으로도 쭉 예술가들이 맘껏 기량을 펼치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 나가고 싶습니다.”
 
원주시 ‘이상한 나라’ 강미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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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희 대표는 “ 세대 간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 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최정동 기자]

청소년을 위한 카페 ‘이상한 나라’의 강미희(52) 대표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쉼표’가 되는 게 목표다. 강원도 원주시 명륜동의 70㎡ 남짓한 공간의 이곳은 10대부터 60대가 함께 만들어 가는 지역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강 대표는 ‘이상한 나라’를 “한쪽에선 중학생들이 보드게임을 하고 다른 쪽에선 60대 노인이 서각 작업을 하는 세대 공감 커뮤니티”라고 소개했다.

처음 ‘이상한 나라’가 문을 연 것은 2014년 10월. 대안학교인 ‘삼무곡’이 학업에 지친 학생이나 방황하는 청소년 등이 마음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도록 조그만 카페를 차렸다. 삼무곡 선생님이던 강 대표와 다른 교사들이 직접 망치질을 하고 페인트칠을 하며 아기자기한 카페를 꾸렸다. 1000여 권의 도서와 키보드, 기타 등 악기를 갖추고 청소년들에겐 무료로 음료를 제공했다.

원주시의 제일 큰 학원가가 인접해 방과후 카페를 찾는 학생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처음엔 10~20분씩 혼자 잠시 쉬었다 가는 아이들이 많았죠. 그런데 어느 날 제가 기타 치고 노래를 불렀더니 하나둘씩 말을 거는 아이들이 생겼습니다.” 이후 강 대표는 학생들과 어울려 옛날 노래부터 요즘 노래까지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는 학생들과 밴드를 결성해 ‘어쩌다 보니 콘서트’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청소년들과의 스킨십이 넓어지며 나중에는 함께 밥을 먹는 아이들도 생겼다. 강 대표가 텃밭에서 직접 기른 고구마와 땅콩은 아이들에게 유용한 간식이다. 카페 청소와 설거지, 형광등 교체와 못박기 등은 아이들이 함께한다.

요즘 강 대표는 아이들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아이들은 자기 부모보다 나이 많은 그에게 서슴없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공부 때문에, 또 친구와 가정 문제로 고민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저는 그냥 들어줄 뿐이에요. 절대 이래라저래라 조언을 하지 않습니다.” 강 대표는 “아이들에겐 말없이 들어주고 지지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엔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의 각종 ‘동아리방’ 역할도 하고 있다. 인문학 강연과 요가 수업, 서각 모임 등 다양한 주제로 행사가 열린다. 지난주부터는 어른들을 위한 ‘어쩌다 보니 콘서트’를 시작했는데 환갑을 넘긴 기타리스트, 베이스를 치는 초등학교 교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화음을 이룬다. 유명 예술가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지는 ‘하우스 콘서트’도 이 카페의 자랑이다. 지금까지 가야금 명인 박순아, 유명 성악가 임정현 등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강 대표는 청소년과 어른이 한데 어울려 함께 성장하고 소통하는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다. “공부에는 아이, 어른이 따로 없잖아요. 주민들이 직접 강의하고 함께 배우는 공간으로 발전시킬 생각입니다. 세대 공감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글=윤석만·김나한 기자 sam@joongang.co.kr
사진=신인섭·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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