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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51세 반퇴 독일인, 바로 재취업한 비결 ‘지역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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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탤런트 워크’ 프로그램에 참가해 자신의 전문 분야를 비영리단체 직원들에게 교육하고 있는 은퇴자. [사진 앙코르닷오르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드와이트 포어리(Dwight Powery·55)는 28년간 컴퓨터 장비 업체인 ‘휼렛패커드’에 다녔다. 51세가 된 2012년 그는 회사를 나왔다. ‘50+세대(50~64세)’, 즉 반퇴세대(은퇴 후 두 번째 인생을 사는 세대)에 들어서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재취업은 어렵지 않았다. 반퇴세대를 위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앙코르닷오르그(Encore.org)’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노숙인에게 주거지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해 선진국에서는 50+세대에 대한 관심과 그에 따른 정책이 2000년대 초반부터 나왔다. 해외 선진국에서도 50+세대의 일자리 창출은 ‘사회적 화두’다. 이유는 은퇴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50대 이상 인구가 늘고 있어서다. 정건화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1946~64년 출생인 ‘베이비부머’의 고령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65세 이상 인구는 60년에는 전체 인구의 9%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15%가 됐다. 미국 정부는 2050년에는 25%가량에 이른다고 예측한다”고 말했다. 영국·일본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도 50·60대에 접어든 베이비부머 세대의 일자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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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가였던 데이브 머천트(오른쪽)는 영국 비영리단체 ‘프라임 컴리’의 도움을 받아 벌목 회사를 창업했다. [사진 프라임 컴리]

선진국들이 가장 먼저 내놓은 대안은 ‘정년’을 없애거나 늘리는 방법이었다. 독일은 2012년 정년퇴직 연령을 만 65세에서 67세로 늘렸다. 영국은 2011년 4월 정년을 폐지했다. 일본은 2013년 ‘고령자고용안정법’을 시행해 만 65세까지 직장에 머무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도 했다. 홍선미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숙련된 노동자인 50·60대가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서, 연금 지급을 늦춰 공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은퇴자의 우울증·자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0+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은 철저히 지역과 연계했다. 독일은 2005년부터 50세 이상 장기 실업자를 대상으로 고용 촉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역취업센터(assessment center)’를 62개 지역에 뒀다. 각 지역 지자체·기업·학교·사회단체에 교회까지 참여했다. 실업자에게 직업훈련을 시키고 지역 기업과 협약을 맺어 50세 이상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창업 및 구직 상담도 이뤄졌다. 대학교 연구소까지 가세해 우수 사례는 다른 지역에도 전파했다. 지난해까지 총 78개 지역으로 늘어났다. 일본에서도 지자체에 국고보조금을 지원해 ‘실버인재센터’를 운영한다. 이곳에서 취업을 지원하는 사업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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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50+세대에게 1대1로 컴퓨터 교육을 하고 있다. ‘북아일랜드세대통합기관(LGNI)’ 사업 중 하나다. [사진 LGNI]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은 정부뿐 아니라 비영리민간단체 활동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곳이 앙코르닷오르그다. 마케팅·재무·인사관리·IT 분야 경력자를 비영리 기관과 연결해 주는 앙코르 펠로십 프로그램(Encore Fellowship Program)을 2009년 시작했다. 커뮤니티칼리지(공립 2년제 대학)와 협력해 50+세대 재취업을 위한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기업·재단·기관 등 50여 곳에서 후원을 받아 가능했다. 홍 교수는 “한국 정부·지자체들은 은퇴자와 숙련자가 필요한 지역 중소기업을 연결해 주는 지원책을 만들어야 한다. 은퇴자들은 새로운 도전(취업)에 대해 경직된 인식을 버려야 한다. 또한 협동조합을 결성하거나 은퇴자협회를 설립해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앙코르닷오르그’ 프리드먼 대표
퇴직한 다양한 분야 숙련자
단체와 연결해줘 모두 윈윈
일할 때 다음 직업 계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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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닷오르그’는 미국에서 50+세대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이 단체 대표인 마크 프리드먼(사진)은 1997년 앙코르닷오르그의 전신인 ‘시빅벤처스’란 단체를 만들었다. 2012년에 현재 단체명으로 바꿨다. 은퇴자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한 지도 19년째다. 앙코르닷오르그 활동에 대해 묻기 위해 그와 e메일 인터뷰를 했다.
 
앙코르닷오르그를 만든 이유는.
“90년대 후반 멘토와 젊은이(멘티) 모두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졌다. 멘토를 기다리는 수천명의 젊은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양한 경력을 쌓은 노년층에게 다음 세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맡기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 생각이 시초가 돼 97년 ‘경험군단(Experience Corps)’을 만들었다. 노년층이 교사로서 초등학생에게 읽기 수업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미국은퇴자협회(AARP)에서 진행한다. 22개 도시에서 참가자 3000명이 초등학생 2만7000명을 해마다 가르치고 있다.”
19년간 비영리단체를 운영했다. 단체를 키우고 운영하는 데 힘든 점은 없었나.
“우리는 몇 가지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러나 민첩하고 창의적이려면 작은 조직으로 남아야 한다고 본다. 사업 규모를 늘리는 게 좋은 조직의 조건은 아니다.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이라도 더 큰 조직이 맡는 게 나을 때는 사업을 넘겨주는 게 좋다. 경험군단 프로그램과 해마다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60세 이상 기업가 등 5명에게 10만 달러를 주는 ‘목적상(Purpose Prize)’ 프로그램은 이제 미국은퇴자협회가 주관한다. 또한 ‘앙코르 커뮤니티칼리지’ 프로그램은 미국커뮤니티칼리지협회(AACC)가 운영한다.”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오랜 기간 지지해준 곳은 여러 민간 재단이다. 사회 관계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세대가 공존해야 하고 서로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여긴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뭔가.
“젊은이들이 인턴십을 거쳐 직장을 구하듯 나이 든 경력자에게도 동일한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는 거다. 앙코르 펠로십 프로그램은 마케팅·재무·IT 같은 분야의 숙련자인 조기 은퇴자를 이들을 필요로 하는 비영리 단체와 연결시켜준다. 둘 모두에게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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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펠로십 프로그램 활동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2009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인적 자본으로서 1억 달러가량의 기여를 했다고 본다. 이와 함께 참가자 개인들은 생산성과 노화에 대한 오래된 고정관념에 맞서는 시간이었다.”
한국의 많은 50대는 은퇴 후 일자리 상실에 위기감을 느낀다. 조언을 해준다면.
“당신이 아직 일하고 있을 때 당신의 다음 직업에 대해 계획하라고 말하고 싶다. 몇 가지 질문을 던져봐라. 은퇴 후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이 뭔가, 어떻게 하면 지금 지닌 기술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야의 일을 하는 데 적용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얻는 데 활용할 수 있을까, 젊은 시절 얻은 경험과 지식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당신은 어떤 유산을 남기고 떠나고 싶은가’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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