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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30부터 애플-2까지 희귀 컴퓨터 다 모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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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애 첫 컴퓨터였던 금성 FC-30(1982년 출시)에 기대어 앉은 김권태 대한컴퓨터박물관 대표. 그는 “더 넓은 공간을 구해 제대로 된 컴퓨터박물관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 장진영 기자]

지난 13일 찾아간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의 한 지하창고엔 빛바랜 컴퓨터 수백 대가 들어차 있었다. 1977년 출시된 애플-2부터 혁신적인 디자인의 아이맥까지 스티브 잡스가 남긴 10여 종의 모델이 눈에 띄었다. 이 창고의 명칭은 ‘대한컴퓨터박물관’.

“잡스가 만든 제품 중에는 소장가치가 높은 모델이 많아요. 1984년도에 출시된 매킨토시128k의 경우 뉴욕 현대미술관에 전시될 정도로 디자인적으로 뛰어난 제품이죠.”

이 박물관의 김권태(48) 대표가 본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박물관의 첫 전시회인 ‘스티브 잡스 5주기 추모전’을 연 김 대표는 수도권에선 유일하게 컴퓨터박물관을 운영하는 빈티지 컴퓨터 수집가다.

그의 수장고에는 1920년대에 생산된 컴프토미터(comptometer·기계식 계산기)와 수퍼컴퓨터 등 420여 대의 컴퓨터가 보관돼 있다. 그가 “재밌는 걸 보여주겠다”며 이젠 골동품이 된 플로피디스크 하나를 꺼내 애플-2e에 꼽았다. 그러자 익숙한 기계음과 함께 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팩맨’ 게임 화면이 모니터에 떴다.

“고장 내지 않으려고 틈틈이 전기 밥을 주면서 관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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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태 대표가 수집한 빈티지 컴퓨터들. 왼쪽부터 대우 IQ-1000(84년 출시), 매킨토시 128k(84년 출시), 매킨토시 포터블(89년 출시).

병원홈페이지 제작업체 대표인 그가 컴퓨터 수집을 시작한 건 10년 전, 자신의 생애 첫 컴퓨터였던 모델을 다시 만나면서부터다. “83년 중학생 때 부모님을 졸라서 산 금성의 FC-30이라는 8비트 컴퓨터였어요. 인터넷에서 우연히 그 모델에 대한 글을 발견했고, 수소문 끝에 어렵게 손에 넣었죠.”

그는 “국립박물관에 고려청자가 전시돼 있는 것처럼 과거에 어떤 컴퓨터와 프로그램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자료는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 보존돼야 할 귀중한 유물”이라며 “아이들의 상상력을 끄집어내는 박물관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주로 이베이 같은 경매사이트를 통해 빈티지 컴퓨터를 수집했다. 때론 일본에 직접 건너가 희귀 모델을 구하기도 했다. 그는 “컴퓨터를 모으는 데 쓴 돈만 1억원이 넘을 것”이라며 “크레이사에서 개발한 수퍼컴퓨터 J-90은 배송료가 워낙 비싸 1000만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제품보다 더 구하기 어려웠던 건 국내에서 생산된 모델들”이라며 “새로운 모델을 빨리 받아들이는 거에만 익숙하다 보니 초기 8비트 컴퓨터는 생산업체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수집한 컴퓨터가 많아질수록 주변의 반대도 커졌다. 그는 “처음엔 아내가 왜 이런 걸 모으냐면서 반대했다”며 “집 근처에 창고를 구해 컴퓨터박물관을 만들고나서부터는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며 웃었다. 현재 박물관은 온라인을 통해 신청한 사람들에게만 무료 개방하고 있다.

앞으로 두 달마다 기획전시를 열겠다는 김 대표는 “넓은 공간을 구해 제대로 된 컴퓨터박물관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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