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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현대차가 고객 신뢰 되찾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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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산업부 기자

인터뷰를 하면서 일단 받아 적긴 했는데 당시엔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나중에 사전을 찾아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달 29일 방한한 토스텐 뮐러-위트비스 롤스로이스 모터카 최고경영자(CEO) 인터뷰 때 있었던 일이다. 뮐러-위트비스 CEO는 고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They have not shopped, They have commissioned. (고객들은 제품을 구매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의뢰를 한 것이다)”

창피한 얘기지만 영어 단어 ‘커미션(com mission)’에 ‘의뢰하다’란 의미가 있는 줄 몰랐다. 이 말에서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의 수장(首長)이 고객을 대하는 태도를 느꼈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롤스로이스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주는 회사”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자동차가 홍역을 앓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장기 파업까지 겹치면서다. 자존심을 구겨가며 지난해보다 판매목표를 낮춰 잡았지만 그마저도 달성하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

판매 부진보다 뼈아픈 건 고질적인 고객신뢰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단 점이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 세타2 엔진에 리콜과 보상을 결정했는데 국내 소비자와의 차별 문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제기된 것이다. 국내에서 팔린 세타2 엔진과 일부 차종 에어백에 결함이 있는데도 현대·기아차가 국내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는 내부자의 주장도 나왔다.

자동차 담당 기자 입장에서 현대·기아차의 품질은 신뢰할 만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판매대수 글로벌 5위 수준의 품질을 갖췄음은 이미 여러 경로로 입증됐다. 지난 6월 미국 JD파워가 조사한 신차 품질조사에서 기아차는 1위, 현대차는 3위에 올랐다.

문제는 고객을 대하는 태도다. 수출용 차량보다 한 세대 뒤진 에어백을 장착했을 때에도, 아반떼 뒷문의 임팩트 바(측면 충돌시 충격을 줄여주는 장치)를 수출용 차량보다 줄여 장착해 판매했을 때에도 현대차는 ‘나라마다 사양과 법규가 다르다’는 말만 했다.

블랙 컨슈머와 까다로운 고객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유난스럽게 ‘별난’ 한국 고객들이 없었다면 50년 역사의 현대차가 100년 넘게 자동차를 만들어온 미국·유럽 자동차 회사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을까. 발빠르게 세타2 엔진에 대해 미국과 동일하게 보증 기간을 연장키로 한 건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다. 고객 신뢰는 하루 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다.

이동현 산업부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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