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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식 파는 외국인…올 66조, 30년 만에 최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에서 30년 만에 최대 규모로 돈을 빼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오히려 일본 증시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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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 증시에서 590억 달러(66조34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연간으로 보면 1987년 이후 가장 큰 유출이다. 지난 87년 외국인들은 일본 경제의 거품을 우려해 1~9월까지 4조1000억엔(44조3000억원)을 팔아치웠는데, 10월19일 월요일, 미국 다우지수가 20% 이상 폭락하는 ‘블랙 먼데이’까지 터지며 그 해 일본 증시에서 무려 7조1900억엔을 회수해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이 추세라면 외국인 순매도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87년 이후 일본 증시는 2년 동안 올랐지만 결국 크게 하락하며 20년 넘게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잃어버린 20년’을 맞았다. 결과만 보면 당시 돈을 뺐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판단이 옳았던 셈이다.

외국인 엑소더스의 배경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실망감’과 ‘엔화 강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을 뜻하는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양적완화, 즉 ‘돈 풀기’다. 그러나 3년이 넘도록 이렇다 할 효과가 없어 투자자들의 신뢰는 바닥을 친 상태다. 이에 아베 정부는 올 초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 당초 일본은행(BOJ)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엔화가치 하락→ 일본 기업 수출 경쟁력 강화→경제 활성화’ 시나리오를 기대했다. 그러나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에 돈이 몰렸고 엔화가치는 치솟았다. 올 들어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16% 급등했다.

증시는 기업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엔화 강세로 일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약해지자 외국인들은 증시에서 빼기 시작했다. 실제 수출주가 많은 도쿄증시의 토픽스지수는 19일 기준으로 올 들어 10% 넘게 떨어졌다. 이날 조나단 가너 모건스탠리 아시아 주식 전략가는 “일본 기업들의 순익에 대한 기대치가 여전히 너무 높아서 내년 6월까지 토픽스지수가 12%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통상 엔화가 비싸지면 외국인 등 기관 투자자들은 수출주 대신 대표 내수주인 은행주를 사들인다. 그런데 마이너스 금리로 주요 일본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돼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연 6조엔에 이르는 BOJ의 상장지수펀드(ETF) 매입도 ‘양날의 칼’이다. 주가 상승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투자자 사이에선 “주식 가치가 왜곡되고 일부 주식 거래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투자의 대가로 알려진 템플턴이머징마켓 그룹의 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BOJ의 통화정책을 ‘미친(insane)’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UBS의 이바야시 토루 투자팀장은 “최근 외국인 매도세는 이들이 얼마나 아베노믹스에 깊이 실망했는지 보여준다”며 아베 총리가 ‘세 번째 화살’인 기업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개혁 등을 확실히 추진해야만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을수록 기업 구조개혁을 추진하기 쉬운데, 이들이 일본을 떠나고 있다”며 우려했다. 스위스 픽테자산운용의 일본투자 책임자 마츠모토 히로시는 “일본 주식이 저평가돼 있어 동료들에게 매입을 권하고 있지만 일본 주식 투자를 줄이고 다른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자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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