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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힘을 갖춰야 당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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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논설위원

주초에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지난 10~15일 한·미 해상연합훈련인 ‘2016 불굴의 의지’를 마치고 부산항에 정박해 개최한 민간인 공개행사에서였다. 만재배수량 10만4200t의 항모는 위용이 대단했다. 갑판과 격납고에는 막강한 공격력의 F/A-18 함재기가 수없이 도열해 있었다.

하지만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간파한 대로 국방력은 국가의 전투 의지와 국력의 결집 여부에 달려 있다. 전력이 제아무리 강력해도 싸울 의지가 없으면 쇳덩어리다. 이 항모에선 그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격납고에서 2001년 9·11 테러 당시 희생된 뉴욕시 소방관들의 이름이 줄줄이 적힌 F/A-18기를 만났다. ‘건드리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매서운 의지의 표현이다. 이 항모는 2003년 취역 뒤 아프가니스탄전·이라크전에서 실전을 펼쳤다. 함재기가 이륙하며 쏟아낸 검댕이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함명부터가 결연한 의지로 소련과 무한경쟁을 벌여 공산체제를 무너뜨린 미국 대통령에서 따온 게 아닌가. 항모 안에는 레이건을 기념하는 작은 박물관도 있었다.

로널드 레이건함은 서태평양과 인도양을 담당하는 미 7함대의 핵심 억지력이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에 분쟁이 발생하면 투입된다.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 챈설러즈빌함과 얼레이버크급 구축함 6척과 제5항모강습단을 구성해 함께 움직인다. 출동 지역에는 상대국 전력의 이동은 물론 통신마저 줄어든다고 한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훈련이 끝난 다음에야 등장한 건 우연일까.

문제는 돈이다. 항모 1척과 80여 대의 함재기, 장비의 가격을 합치면 100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미 해군 공보장교는 순양함 1척만 해도 한 번 항해에 700만 달러어치의 장비 소모품과 부품 3000만 달러어치를 싣고 다닌다고 소개했다. 항모강습단 전체의 획득·유지비는 천문학적이다.

지금 국내에선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비대칭 전력에 맞설 핵추진 잠수함 확보론이 논의되고 있다. 국민을 지키려면 힘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더 나아가 규모가 작더라도 항모가 필요할지 모른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미 동맹을 중시하되 장기적으로 자주국방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득 인도가 떠올랐다. 인도는 지난 4월 글로벌 파이어파워(GFP)가 조사한 세계 126개국 군사력 순위에서 미국·러시아·중국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지난해 7위였던 한국은 올해 11위로 떨어진 반면 일본은 9위에서 7위로 올랐다. 북한은 25위를 유지했다. 인도는 자국 방위를 특정 진영이나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주국방력을 키워왔다.

주목할 점은 인도가 항모 운용국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운용 기준 11척)·영국(1)·프랑스(1)·러시아(1)·이탈리아(2)·스페인(2)·태국(1)·브라질(1)·중국(1)과 함께 항모 운용 10개국의 하나다. 이미 1987년 영국의 2만8700t급 퇴역 항공모함인 허미스함을 사들여 재정비한 뒤 비라트함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해왔다. 최근 러시아로부터 옛 소련의 4만5400t급 퇴역 항모 코르슈코프함을 구입해 비크라마디티야함이라는 함명으로 운용 중이다. 내년께에는 자체 건조 경항모인 4만t급 비크란트함이 취역한다. 미그-29K 12기와 8기의 5세대 초음속 전투기인 HAL 테자스, 10기의 헬기를 탑재할 수 있다. 2022년에는 더 막강한 6만5000t급 비샬함이 취역 예정이다.

6만7500t급 옛 소련의 미완성 항모인 바랴크함을 구입해 랴오닝함으로 개조한 중국보다 앞섰다. 중국은 현재 신형 항모 베이징함을 자체 건조 중이다. 인도는 최초의 자국산 핵잠수함인 6000t급 아리한트함도 이미 개발해 시험운항 중이다.

경제력과 함께 국방력까지 길러 남아시아의 강국으로 떠오른 인도는 국경을 맞댄 중국과 겨룰 힘을 갖췄다. 그러자 미국이 먼저 접근에 나서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지난 2년여 동안 일곱 차례나 만나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한·미 관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열기다. 오는 11월 8일의 미국 대선을 앞두고 워싱턴에선 ‘안보 무임승차론’도 한창 거론된다. 결단이 필요하다.

채인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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