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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태양광 무인기 중복 사업에 줄줄 샌 나랏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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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산업부 기자

‘150억 들인 태양광 무인기, 성층권 두 번 띄우고 창고로’(본지 10월 18일자 2면)란 기사는 정부 출연기관의 주먹구구식 연구개발(R&D) 투자 실태를 고발했다. 지난 8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자체 개발한 태양광 무인기가 90분 동안 성층권에서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지상에서 충전해 태양이 떠 있을 때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데 그친 비행이었다. 게다가 갈 길이 먼 사업인데도 더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지 않기로 했고, 겨우 두 번 띄운 태양광 무인기는 창고 속에 먼지가 쌓여 가고 있었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가 발끈했다. 미래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성층권 비행에 필요한 초경량 구조물 설계와 고고도 프로펠러 설계기술 등 항공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고 했다. 150억원의 헛돈을 쓴 게 아니라는 얘기다. 태양광 무인기가 하루도 안 돼 내려온 건 현재 배터리 기술로는 어렵기 때문이어서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이 나오면 다시 연구개발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그 와중에 미래부는 방위사업청 등이 또 다른 태양광 무인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항우연의 무인기 사업을 통해 습득한 기술을 활용한다는 설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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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번엔 방사청의 무인기를 취재했다. 하지만 국가 R&D 사업이 중복되면서 혈세(血稅)가 새고 있다는 사실을 한번 더 확인했을 뿐이다. 방사청은 2013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함께 ‘성층권 장기체공 무인비행체 설계기술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17년까지 총 452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부처 간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획 단계부터 타 부처가 참여하는 사업이라고 홍보까지 했다.

그 당시는 항우연이 사실상 같은 내용의 태양광 무인기 사업을 3년째 하고 있었다. 방사청 태양광 무인기 개발 소식을 접한 항우연 연구원들이 황당해한 까닭이다. 더군다나 부처 간 협업 시스템 구축이라니. 취재 결과 방사청의 태양광 무인기 개발은 ‘기술적 타당성과 실용성을 입증하기 위한’ 정도의 사업이었다. 항우연이 150억원을 들여 개발했다는 기술과 거의 유사하다. 방사청 무인기의 성층권 체공 목표시간도 애초 3일에서 24시간으로 줄어 있었다. 역시 배터리가 문제였다. 방사청은 올해 말까지 무인기를 개발하고 내년 중으로 성층권에 올리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미래부가 혁신적인 기술이 없다면 어렵다고 말한 그 배터리로 말이다. 대체 452억원은 어디에 들어가고 있을까.

우리의 국내총생산 대비 R&D 투자가 세계 1위라지만 이런 식이라면 부질없다. 혈세가 낭비되고 있지는 않은지 국가 R&D 사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최준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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