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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장 사퇴까지 부른 이화여대 사태의 충격

84일째 학내 분규를 앓고 있던 이화여대의 최경희 총장이 어제 전격 사임했다. 1886년 개교한 이 대학 130년 역사상 총장이 임기 중 중도하차하기는 처음이다. 최 총장은 물러나지만 지난 7월 28일 평생교육단과대 설립 문제에 이어 지난달 불거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입학·학점 특혜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 총장이 어제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정씨의 입학과 학점 특혜가 없었다”고 다시 밝혔지만 ‘청와대 비선 의혹’을 받고 있는 최씨 모녀를 둘러싼 불신이 더 증폭되고 있다. 최 총장 사퇴가 끝이 아니라 시작인 셈이다.

 학생과 교수들은 어제도 최 총장의 거취 표명과는 상관없이 학교 측이 모든 진실을 밝히고 건강한 대학 운영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정씨에 대한 진상 규명과 함께 법인카드로 샤넬 핸드백을 산 전임 부총장의 비리 의혹, 총장 선출제도의 민주화, 본관 점거 농성 학생들의 안위 보장까지 요구했다. 학교 운영에 대한 총체적 쇄신을 요구한 것이다.

 이화여대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는 역시 정씨를 둘러싼 명확한 의혹 해명이다. 언제까지 체육특기자의 학사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얼버무리려 하는가. 2014년 정씨가 입시를 치를 당시 체육특기자 전형에 승마가 신설된 것이 정말 우연인지, 수시원서 접수 뒤 정씨가 딴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어떻게 입시에 반영돼 합격했는지, 국제대회나 연수에 참가하면 출석을 인정하는 학칙을 올 6월 개정하고 석 달을 앞당겨 소급 적용한 게 왜 우연인지를 다시 밝혀야 한다. 특히 학칙을 바꾸지 않았다면 과연 학점이 평균 0.11→2.27→3.30으로 벼락 상승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규명해야 한다. 리포트가 조잡하고 출석이 불량했는데도 학점을 잘 줬다는 이인성 의류산업공학과 교수가 직접 해명하기 바란다.

 이번 사태는 이화여대의 학내 문제로 끝나기 어렵게 됐다. 야권에서는 정씨 모녀가 독일에 스포츠 마케팅 회사를 차려놓고 K스포츠재단 사업을 진행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씨의 승마 훈련을 지원하기 위해 대기업 돈을 끌어다 한국과 독일에 유령회사를 설립했다는 주장까지 나와 ‘최순실 모녀 게이트’로 번지는 양상이다. 훈련을 이유로 독일에 체류한 정씨의 출결 사항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이화여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한국 여성 인재 배출의 산실인 이화여대가 학내 분규를 넘어 정치적 쟁점에 휘말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따라서 지금 시급한 것은 대학의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집단지성의 힘’이다. 대학이 발전하려면 모든 구성원이 서로 신뢰하고 소통하며 지혜를 결집하는 지성이 건강하게 작동해야 한다. 학생과 교수들 주장대로 총장의 독단과 불통, 재단의 무능과 무책임이 오늘의 사태를 불렀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학교 시스템 개혁을 통해 환부를 몽땅 도려내는 전면적 수술이 절실한 이유다. 학생들은 본연의 학업에 전념하고, 사분오열된 교수들은 힘을 모으고, 대학 측은 진실 규명 백서를 내놔야 한다. 명문사학 이화여대가 구겨진 자존심을 되찾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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