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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화로 배우는 풍경사진] 16 - 마음의 프레이밍, 구도가 메시지다

구도는 그림에서 작품을 구성하는 대상의 모양과 색깔, 위치 등의 짜임새를 말합니다. 구도는 사전 설계의 개념입니다. 핵심은 그림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하나로 보이게 하는 데 있습니다. 미적인 짜임새도 중요하지만 주제가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진은 그림과 달리 구도라는 말보다는 ‘프레이밍’이라는 말을 씁니다. 사진은 프레임 안과 밖의 경계가 분명합니다. 프레임 안에 있는 것은 어느 것도 버릴 수 없고, 밖에 있는 것은 집어넣을 수도 없습니다. 구도는 사후 분석의 개념으로만 사용됩니다. 프레이밍이 더 적확한 표현입니다. 사진의 프레이밍은 그 과정이 순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많은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그림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대상의 모양·색깔·위치 설계

좋은 프레이밍을 위해서는 ‘사전 시각화(pre-visulization)’ 훈련이 필요합니다. 실제 눈으로 보는 풍경과 사진으로 찍었을 때 느낌은 다를 수가 있습니다. 이를 극복해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사전 시각화 훈련 방법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렌즈의 초점 거리에 따른 원근감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 눈은 렌즈 촛점거리로 환산하면 약 50~60mm에 해당합니다. 사진을 찍기 전에 원근감을 머릿속으로 계산해 필요한 렌즈를 선택해야 합니다. 초점 거리가 50mm보다 길면 길수록(망원렌즈) 원근감이 줄어들고, 50mm보다 짧을수록(광각렌즈) 원근감이 부각됩니다. 예를 들면 20mm 광각렌즈로 정면에서 도로를 찍으면 'X자 구도'가 만들어지고 원근감이 부각돼 도로 끝이 점처럼 보입니다. 짧은 거리에도 소실점이 나타납니다.

둘째, 늘 ‘사각형의 눈’을 뜨고 있어야 합니다. 사진은 사각형 프레임 안에서 이루어지는 예술입니다. 그런데 사람 눈의 화각은 매우 넓습니다. 또 눈이 둘이기 때문에 타원형으로 세상을 봅니다. 타원형 눈과 사각형 카메라 프레임은 미감의 차이가 큽니다. 눈으로 보되, 머릿속에는 사각형의 눈을 뜨고 풍경을 마름질해야 합니다. 광각렌즈는 큰 사각형, 망원렌즈는 작은 사각형이 되겠지요.

셋째, 사람의 눈과 카메라 렌즈의 차이를 알고 이를 극복해야 합니다. 사람의 눈은 렌즈가 두 개입니다. 입체로 봅니다. 카메라는 평면으로 보입니다. ‘눈으로 봤을 때는 좋았는데, 사진은 별로’라는 초보자의 푸념은 대개 여기서 비롯됩니다. 피사체에 내려 앉는 빛과 촬영각도를 이용해 입체감을 부각시켜야 합니다. 역으로 입체로 보이는 것을 평면으로 전환했을 때의 느낌까지 짐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평면성을 강조하는 사진 특유의 반전의 미학도 중요한 표현형식이기 때문입니다.

빛에도 유의해야 합니다. 사람의 눈은 대상을 선택적으로 봅니다. 어두운 곳을 볼 때는 동공이 확대되고, 밝은 곳을 볼 때는 축소됩니다. 골고루 다 잘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카메라는 빛의 밝기를 기계적으로 기록할 뿐입니다. 밝기의 차이가 크면 '명과 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밝은 부분을 선택하면 어두운 곳은 까맣게 보여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빛과 어둠이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선도 예상할 수 있어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넷째, 색감정에 유의해야 합니다. 형태가 이성적인 개념이라면 색은 감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진에서 색의 역할은 주로 강조·대비·조화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보는 어떤 색이 사각형 틀 안에서 평면적으로 구현됐을 때 그 느낌은 훨씬 더 강해집니다. 아마추어는 형태에 집착하지만 프로는 색을 중시합니다.

다섯째, 사진은 절대적인 크기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높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크게 확대하면 커 보이고, 아무리 큰 것이라도 작게 축소하면 작아집니다. 집채 만한 바위가 작은 돌처럼 보일 수 있는 것이 사진입니다. 크기나 높이를 강조할 때는 프레임 안에 비교대상을 포함시켜야 합니다. 산수화는 산의 크기와 높이를 강조하기 위해 원근법을 무시합니다. 사람을 아주 작게 그려넣어 자연의 숭고미를 과장되게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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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 2016

동양회화 이론에도 ‘경영위치(經營位置)’라는 구도의 개념이 등장합니다. 중국 육조시대의 화가 사혁(謝赫, 500~535년경 활동)의 <고화품록(古畵品錄)>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여섯 가지 법칙인 육법(六法)을 이야기했습니다. 그 첫째가 기운생동(氣韻生動)입니다. 산수화에서는 자연의 기운이, 인물화에서는 정신적인 기질이 나타나야 좋은 그림이라는 뜻입니다. 둘째는 골법용필(骨法用筆)로 붓질에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셋째 응물상형(應物象形) 입니다. 그림은 실제와 닮아야 한다는 사실성을 뜻하는 개념입니다. 넷째는 수류부채(隨類賦彩)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색이 있으며 이를 사실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섯째가 바로 구도의 개념인 경영위치(經營位置)입니다. 여섯째는 회화전통의 계승을 뜻하는 전이모사(傳移模寫 )입니다.

‘경영’이라는 한자가 재미있습니다. 그림의 면 분할과 구성 요소들의 배치를 ‘경영한다’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고개지의 ‘(그림을 설계할 때) 실제로 마주 대하여 보고 교묘하게 마름질해야 한다’는 말과도 통합니다. 또 한나라의 유안은 “심상을 벗어나면 그림 그리는 사람은 터럭 하나에 힘쓰다가 그 모습을 잃는다. 활 쏘는 사람은 작은 것을 겨누고 큰 것을 버린다”고 말합니다. 세부적인 묘사는 전체의 조화와 균형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좋은 구도는 통일감이 있어야 합니다.

프레이밍 때 과감한 취사선택

구도는 ‘모양내기’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구도 자체가 메시지가 됩니다. 작품의 설계는 작품에 담긴 정신이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곽희는 임천고치에서 “정수를 취해야 한다(取之精粹)”고 말합니다. 사실성보다 표현성을 중시하는 말입니다. 현대적인 의미의 추상이자 ‘뺄셈의 미학’을 이야기 합니다.

사진도 예외가 아닙니다. 프레이밍을 할 때는 취사선택을 분명히, 과감하게 해야 합니다. 사진에 담긴 정신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예술로서의 사진은 복사가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도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을 다 담아낼 수 없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풍경에 압도당하지 말아야 합니다.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합니다. 눈이 아니라 ‘마음의 프레이밍’으로 풍경을 재단해야 합니다. <이코노미스트>

글·사진 주기중 기자 click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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