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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여학생들, 2년 반 만에 탈출 기회 왔지만…"'낙인' 무서워 고향 못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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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의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에 납치됐다가 16일(현지시간) 2년 6개월 만에 가족의 품에 안긴 피랍 여학생. [AP=뉴시스]

나이지리아 극단주의 무당단체 보코하람으로부터 2년여 전 집단 납치됐던 치복시 여학생들 중 일부가 석방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코하람에게 동화됐거나 이들의 아이를 낳은 것이 수치스러워 고향으로 향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학생들이 납치된 지역인 치복시의 보구 비트러스 치복 발전위원회 위원장은 18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76명 피랍 여학생 중 3분의 1 이상이 석방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보코하람에 의해 급진주의자가 됐거나 보코하람 구성원들과 강제로 결혼해 아이를 낳은 것이 수치스러워서 고향으로 가길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여학생 21명이 억류 30개월여 만에 석방된데 이어 나이지리아 정부가 교도소에 수감 중인 보코하람 대원들과 피랍 여학생 83명을 맞교환하는 협상을 벌이던 중 나온 발언이다.

보코하람은 2014년 4월 14일 치복시 주민들이 기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이 지역 여학교 기숙사를 침입해 학생 276명을 집단 납치해 억류해왔다. 당시 이 집단 납치는 전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인 미셸 오바마 등이 ‘우리의 소녀를 고향으로 돌려 보내자’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납치 당일 57명은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했지만 이후 아무도 석방되지 못하다가 지난 5월 피랍 여학생 1명이 보코하람 본거지 인근 숲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보코하람과 꾸준히 협상을 벌인 끝에 지난 13일 21명이 석방돼 3일 후 가족들과 상봉했다.

정부가 수감 중인 보코하람 대원들을 돌려보내는 조건까지 내걸며 피랍 여학생 구출 작전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보수적인 지역사회의 시선으로 인해 피랍 여학생들은 ‘평생 낙인’에 떨고 있다. 마치 고려시대에 몽고로 끌려갔던 ‘환향녀’(還鄕女)의 입장과 유사하다.

실제로 21명 여학생이 석방된 후 비트러스 위원장은 “납치 당일 탈출했던 57명도 고향에서 위로는 커녕 모욕과 조롱을 당했다”며 “이번에 석방된 학생들도 낙인이 평생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고향과 이 나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권운동가 마우시 세군 역시 “보수적인 치복시의 시선이 피랍 여학생들로 하여금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남아있는 피랍 여학생 197명의 석방을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의 생사 여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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