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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가을장마에 김영란법까지…김해 화훼농가 깊은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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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여파로 꽃 소비가 줄고 가격마저 떨어졌다. 18일 경남 김해시 대동면의 정필재씨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거베라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 송봉근 기자]

경남 김해시 대동면에서 20년째 화훼농사를 하는 정필재(50)씨. 그는 요즘 5950㎡ 넓이의 비닐하우스를 보면 마음이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 등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뒤 재배 중인 거베라 가격이 크게 떨어져서다. 결혼식 등 행사가 많은 5·10월은 화훼농가의 최대 성수기다. 꽃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때 가장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축하 화환에 주로 사용하는 국화의 한 종류인 거베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정씨는 “지난 여름 무더위와 가을장마로 올해 거베라 수확량이 예년(1400단, 1단 10송이)의 절반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오히려 지난 추석 때 1단에 4500원 하던 거베라가 김영란 법 시행으로 3000원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경조사비(한도 10만원)에 화환 값을 합산하도록 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꽃 소비가 급격히 줄고 가격마저 크게 떨어져 화훼농가가 울상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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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내리긴 국화(대국)도 마찬가지. 지난 9월 초까지 7000원~1만원하던 대국(大菊)은 현재 절반 수준인 3000~5000원으로 떨어졌다. 20년째 8264㎡의 비닐하우스에서 대국을 재배 중인 성현진(53)씨는 “이 정도 가격이면 모종값과 인건비를 제외하면 남는 게 없다”며 “연료비가 드는 겨울철에도 이 가격이면 화훼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부산경남 화훼농협 경제사업장의 꽃 경매 가격을 봐도 법 시행 후인 9월 30일은 시행 전인 9월 2일의 50% 수준이었다. <표 참조> 지난 10일 기준으로 꽃 도매가격이 일부 품목에서 회복되긴 했으나 여전히 예년에 못 미친다.

안채호(51) 대동화훼작목회장은 “공무원 잡으려다가 화훼 농민 다 잡게 생겼다”며 “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국내 화훼산업이 몰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화훼 소비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종하 인제대 글로벌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현재 화훼는 대부분 경조사에 사용돼 김영란법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론 생활 속 꽃 소비 문화를 조성하고, 장기적으론 정부·자치단체가 화훼를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위성욱 기자 we@joongna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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