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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해례본 목판복원…안동을 한글도시로 만들자”

훈민정음 반포 570돌이었던 지난 9일 경기도 여주 영릉(세종대왕릉)에서는 이색행사가 열렸다.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안동 유림 80여 명 등 100여 명이 세종대왕에게 특별한 일을 아뢰는 고유제(告由祭)를 거행했다. 세종대왕의 위대한 업적인 훈민정음 해례본이 멸실되지 않도록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목판을 복원하고 첫 인출본이 나왔음을 고하는 의식이었다. 행사는 참신례·봉정례·헌작 등 유교식 예법을 그대로 따랐다. 영릉에서 고유제가 열린 것은 근래 처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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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해례본을 목판에 다시 새기는 작업을 한 이재업 이사장이 지난 13일 의성군에 있는 자신의 유물 전시관 천송재에서 목판을 보여주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훈민정음 해례본 목판을 복원하고 한글날 고유제를 추진한 경북 안동의 (사)유교문화보존회 이재업(62) 이사장을 지난 13일 만나 그 경위를 들었다. 이 이사장은 의성군 단촌면에서 환경업체를 운영하는 경영인으로 지난해까지 안동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냈다. 그는 전통문화에 관심이 높다. 이 이사장은 상해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의 방계 후손으로 회사 안에 ‘천송재(泉松齋)’라는 유물전시관을 두고 있다. 유교문화보존회는 안동 청년유도회에서 활동한 유림이 연령 상한인 58세 이후 다시 모이려고 결성한 단체라고 한다.

보존회는 안동시로부터 3억원을 지원받아 지난 5~9월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을 바탕으로 목판 복각사업을 마무리했다. 복원한 훈민정음 해례본 목판은 천송재에 있었다. 모두 18장이다.
 
유림단체인 보존회가 어떻게 훈민정음에 관심을 두게 됐나.
“언문이 유림과 떨어져 있지 않다. 퇴계 이황의 ‘도산십이곡’, 농암 이현보의 ‘어부가’ 등은 모두 한글로 돼 있다. 선비들의 언문 시가 많이 전한다. 안동 여성들은 내방가사를 수도 없이 남겼다. 월인석보 등 불경 언해본도 광흥사에서 나왔고…. 1940년 안동에서 해례본이 발견된 게 우연이 아니다.”
왜 안동이 목판 사업을 추진했나.
“훈민정음 해례본이 안동에서 발견된 것을 알리고 장차 안동을 ‘한글 도시’로 만들어 나가고 싶어서다. 당장 12월에 퇴계의 한글 목판, 원이 엄마 편지 등 안동에 전하는 한글자료를 모아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국보인 간송본도 한번 고향 나들이를 하면 좋은데…. 나아가 안동의 간판 글씨도 훈민정음체를 도입하는 것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바탕 위에 ‘국립훈민정음박물관’ 같은 것을 제안하고 싶다.”
추진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
“시의회는 처음에 반대했다. 정부가 할 일을 왜 우리가 나서느냐는 것이다. 안동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득했다. 예산도 부족해 고유제 행사 경비 등은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았다. 개인적으로는 평생 가장 뜻있는 일을 추진했다고 자부한다.”
해례본 목판사업의 남은 절차는.
“첫 인출본은 청와대에 전했다. 이번에 판각한 1차 분을 전문가들이 엄격히 검수·평가한 뒤 2차분 판각에 들어간다. 이곳에 임시로 두고 있는 복원한 목판을 보관할 공간도 마련해야 한다.”

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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