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사공일의 글로벌 인사이트] 불투명한 세계 경제의 앞날과 한국

기사 이미지

사공일
중앙일보 고문·전 재무부 장관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에 이어 또다시 하향 조정한 세계 경제 전망을 내놓았다. IMF는 선진국 경제 특히 세계 최대의 미국 경제가 당초 예상에 못 미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수순에 따른 국제 무역 및 금융에 미칠 불확실성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계 제2위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상당히 약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타 신흥국과 개도국의 경제 성장이 지속되고 있어 세계 경제 전체 성장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IMF는 내다봤다.

2007,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10년째 되는 내년에도 세계 경제는 위기 이전 5년간 평균 5% 이상 성장한 데 비해 상당히 저조한 3%대 초반 성장에 머물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경제학 교과서에도 찾아볼 수 없던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등 온갖 비전통적 통화·신용 정책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는 주요 선진 제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 경제의 지지부진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어 더욱 실망스러운 것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의 이러한 저성장세는 여러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장기 고착화되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우려했던 것과 같은 ‘장기 침체’를 피하기 힘들 것이란 주장을 하게 된 것이다.

이에 더해 세계 경제의 가까운 앞날을 더욱 불투명하고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또 다른 부정적 요인이 있다. 현재 미국을 위시한 주요 선진국에서 득세하고 있는 인기영합적 국내 정치와 이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내지 신고립주의 추세 강화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선거 과정에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탈퇴시키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모든 기존 FTA마저 재협상 혹은 폐기할 것이며 미국이 그동안 발행해 온 국채 상환 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겠다는 주장마저 한 바 있다.
기사 이미지

[일러스트=박용석]

어느 세계 유명 칼럼니스트는 트럼프의 승리는 ‘세계 신질서’가 아닌 ‘위험한 무질서’를 초래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지나친 과장이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국 산업과 일자리 보호라는 정치적 명분의 보호무역적 정책은 강화될 것으로 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인기영합 정치의 온상이 돼 온 오랜 경기 침체에 따른 경제적 고통과 세계화 및 빠른 기술 변화가 가져다주는 성장 과실 배분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오히려 피해를 본 상당수 근로계층의 불만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EU 탈퇴 결정에 이어 현재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수주의적 정치 바람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이러한 인기영합적 정치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세계 경기 침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장기화해 다시 보호무역주의를 불러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 과정에서 주요국 간의 경쟁적 양적완화와 ‘통화전쟁’ 발생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장단기 양 측면에서 어려움이 예상되는 세계 경제 여건은 외부 충격에 특히 취약한 우리에게 정말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국제 경쟁의 일선에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할 기업과 근로자(노조)가 국제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배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제 기능을 다하고 흔들림 없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해외수요(수출) 보전을 위한 적절한 국내총수요 관리로 거시경제를 안정시키는 한편, 산업과 기업 구조조정 그리고 노동시장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물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추경 편성 등을 통해 정부 지출을 늘릴 필요도 있다. 그러나 더욱 바람직스러운 것은 민간기업 투자를 최대한 늘리는 일이다. 그동안 미진했던 각종 기업 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차제에 기존 수도권 관련 각종 기업 규제도 과감히 풀어야 한다. 그리고 제4차 산업 관련 부분과 서비스산업 전반에 관한 규제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조차 없다.

정부의 거시경제적 총수요 관리나 기업투자 여건 개선이란 차원에서 볼 때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인세율이나 부가가치세율 상향 조정은 이론적 찬반이나 세율 수준의 고하의 차원을 떠나 시기적으로 너무나 부적절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제 기능을 하고 올바른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이 있다. 정부 자체의 정책 생산과 집행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개혁 이전에도 현 대통령 책임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면 정부 기능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인사권 없는 장관 밑에서 일하는 간부들이 서로 얼굴 맞대고 소통할 기회마저 없이 카톡으로 결재하며 청문회를 걱정해야 하는 정부가 어떻게 긴 안목의 올바른 정책을 기획·조정하고 제대로 집행할 수 있겠나.

사공일 본사 고문·전 재무부 장관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