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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주도 보호무역, 피하긴 어렵지만 기업 체질 개선 기회”

영국은 유럽연합(EU) 탈퇴를 단행했고 자유무역을 주창해 온 미국에선 유력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보호무역으로의 회귀를 외치고 있다. 성장이 멈춰버린 한국 경제는 수출까지 침체되면서 상심이 깊다.

앞으로 세계 무역과 협력은 어디로 흐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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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회장(오른쪽)과 제임스 김 회장은 주요 이슈에서 이견이 적었다. 한국계 미국인인 제임스 김 회장은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만 대담이 시작되자 “ 영어를 쓰겠다”며 통역을 통해 대화를 나눴다. [사진 오상민 기자]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과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 회장이 만나 최근의 주요 통상 이슈를 살펴보았다. 이들은 세계적인 보호무역 기조를 걱정하면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했다. 14일 오후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홍병기 중앙일보 경제연구소 부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은 예정된 시간을 넘기면서 1시간 30분간 이어졌다.
 
한국 산업·기업 근본적인 변화 요구돼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 압력이 높아졌다. 한국 수출도 비상이다. 해법이 있을까.
▶김인호: 최근 보호주의는 국제 협력을 주도해 온 영국과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나오고 있어 이례적이다. 미국의 경우 자신들이 더이상 세계를 리드하는 국가가 아니다 보니 ‘우리 것이라도 챙겨야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는 물론 바람직스럽지 않다. 1920~30년대 이어진 세계 대공황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보호주의의 대두였다. 미국이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세계 각국에서 보복 조치로 관세를 높이면서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렸다.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세계적으로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서로 더 개방해야 한다. 이런 흐름을 이끌 글로벌 정치인이 절실한데, 지금은 반대로 가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 와중에 한국이 살아날 길은 결국 경쟁력을 기르는 것 뿐이다. 한편으로는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새로운 물결도 일고 있다. 이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제임스 김: 보호주의로 인해 어렵다고 하지만 난 자유 무역, 자유 시장, 자유 경쟁을 굳게 믿는다.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 어떤 시장에서나 승자가 된다. 정체된 기업은 승자가 될 수 없다. 한국에서도 좋은 예를 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혁신과 창의성으로 세계 화장품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카카오는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냈다. 네이버 라인의 성과도 훌륭하다. 이들은 시장을 확대해 의미있는 결과를 이룩했다. 한국 기업은 중국 시장에 얽매이지 말고 세계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잘해내는 기업은 어디에서건 반드시 성공한다.

▶김인호: 수출만이 문제인지, 아니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의 문제인지도 봐야 한다. 기업 경쟁력, 새로운 성장 동력, 신산업 구축과 같은 노력이 있었는지, 치열한 기업가 정신이 있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사회적 경제 환경을 만드는 정부 역할이 아주 중요한데,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 힘들다. 단기적으로 수출이 몇백억 달러 줄고 늘고는 어쩌면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산업과 기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불황은 호황보다 더 좋다는 말도 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하면서 회복되길 기다리면 분명 다시 기회가 온다.
한·미 FTA 효과, 시간 갖고 지켜봐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평가한다면. 재협상해야한다는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김인호: 한·미 FTA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굉장히 유용했고 양국 경제에 다 도움이 됐다. 미국은 FTA 덕에 대 한국 무역적자를 158억 달러나 줄일 수 있었다. 한국 대미 수출이 크게 증가하지 않은 이유는 협정의 유·불리 때문이 아닌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단기적 성과로 평가를 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시장이 돼 산업구조가 새로운 형태로 바뀌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FTA의 효과는 여기에 있다. 아직 그 효과가 다 발휘되지 않았기 때문에 믿음과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 제임스 김: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국은 미국 6대 교역국 중 하나고 정보통신기술( ICT) 산업에서 3대 교역국 중 하나다. 한·미 FTA효과가 있었고, 미국에도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미국엔 한국에 대한 이미지 문제가 있다. 그러니 한국 이미지 개선을 위해 함께 일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실제로 미국 경제에 이바지 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내가 자주 근거로 드는 중요한 통계는 한국 기업이 미국 시민을 위해 창출한 일자리가 2011년에 비해 2014년에 3만7000개가 증가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이는 중요한 성과다. 무역 적자폭은 중국이나 인도, 멕시코에 비해 적다. 하지만 미국 정가에선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더라.

▶김인호: 어떤 협정을 맺고 이행을 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당연히 점검할 수 있다. 이견이 있어도 상식적으로 논의해 합의할 수 있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재조정하는 과정이다. 이는 재협상이라기 보다는 업그레이드다. 한·미 FTA 재협상 요구는 통상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해서 나오는 말이다.

▶제임스 김: 한·미 FTA의 가장 근본적인 역할은 양국 교역 문제 해결의 플랫폼 역할이다. FTA가 없으면 문제가 생겨도 해결이 어렵다. 가령 원산지 증명 표기 문제가 있었지만 암참과 산업자원통상부가 팀을 구성해 합의할 수 있었다. 큰 문제가 되기 전 해결한 것이다. 아직 100%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있지만 앞으로 대처 가능하다.
클린턴·트럼프 누가 되든 큰 영향 없어
미국에선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모두 한국과의 교역, 통상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한·미 양국을 위해서는 누가 당선돼야 좋나.
▶제임스 김: 마침 오늘 오전 미국 출장에서 막 돌아왔다. 나흘 있었는데 TV는 계속 대선 공방 뿐이었다. 난 정치적 답변이 아닌, 사실에 입각한 말을 하겠다. 한·미 양국의 긍정적인 무역 기조는 누가 되든 계속 이어질 것이다. 대선 후보들의 발언은 미시간·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주 등의 제조업 표를 얻기 위해서다. 하지만 클린턴은 늘 자유 무역을 지지해왔다. 장기적으로 볼 때 결국 옹호하는 입장을 내놓을 것이다. 트럼프는 경험 많은 사업가다. 보호무역 기조를 견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역과 무역이 한·미 양국에 윈-윈이라는 점 을 인정하면서 분명 이 편에 설 것이다. 한국에선 후보들의 발언에 우려할 수는 있지만, 누가 되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김인호: 트럼프가 후보가 과격한 얘기를 워낙 많이 하다보니 우린 ‘이 양반이 되면 큰일나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을 할 수 있다. 미국 출장 중 트럼프 진영 핵심 참모인 헤리티지재단의 짐 더민트 회장과 장시간 얘기했다. 그는 ‘절대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정치란 그런거다’고 하더라. 더민트 회장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굉장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손해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누가 당선되는가를 논하기보다, 한·미 양국의 오랜 관계를 바탕으로 얘기해야 한다.

▶제임스 김: 정치인들은 선거기간 많은 말을 한다. 선거가 끝나고 취임하면 달라질 것이다. 그때는 다시 정상적인 사람이 된다. 자유 시장 원리에 따라 노선을 정할 것이라고 믿는다. 곧 다시 상식을 갖추게 되니 기다리자. 난 등록된 공화당원이지만, 요즘 양 당의 정책을 보면 양당의 구분이 흐려지고 있고, 공통된 성향으로 수렴한다. 물론 누가 되더라도 긴밀하게 협력해 윈-윈의 솔루션을 만들어야 견고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노동 유연성 확보돼야 외국인 투자 늘어
암참의 ‘도어노크’ 사절단으로 매년 워싱턴에 간다. 무역협회도 최근 워싱턴을 찾았다. 미국 정계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제임스 김: 매년 암참은 기업가 10명으로 구성된 사절단을 꾸린다. 백악관을 포함해 상하원, 미 무역대표부(USTR), 주요 싱크탱크를 다 만난다. 워싱턴에서 사절단이 받는 첫 질문은 매번 ‘한국에서 사업하는 게 어떠한지’다. 난 굉장히 신중히 대답한다. 한국은 사업하기 매우 좋은 곳이지만 한편으로는 도전 과제도 많기 때문이다. 한국계로써, 아무래도 한국 장점을 피력하지만 함께 간 동료들은 정말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그러면 이런 부정적 견해가 힘을 갖게 된다. 한국은 한국을 응원하는 치어리더가 필요하다. 주한 외국 파트너들과 폭넓은 관계 유지가 필요하다. 암참 회장으로서 양국이 윈-윈하고 있다는 소식의 전령이 됐으면 한다.

▶김인호: 한국은 미국에 비해 시장 경제 역사가 짧고 ,국제 협력을 받아들이면서 갈등도 있었다. 우리도 엄청난 노력을 해왔지만, 미국 기준으로 보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FTA 조문대로 하고 있는지를 떠나 한국이 협정의 철학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는 듯 하다. 한국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개방을 더 해야 한다고 믿는다. 경제 운영 방식이나 사고 방식, 규제도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급하게 하다 보면 오히려 반 시장주의, 반 개방주의가 힘을 얻을 수 있다. 서로 마음 상하지 않게 해야 한다.

▶제임스 김: 한국에서 경영을 하면서 4가지 문제점에 부딪힌다. 우선 한국엔 독특한 ‘한국 만의 표준’이 있다. 이 표준을 외국 기업은 납득하기 힘들어 한다. 인건비 상승도 문제다. 노동 유연성 확보가 너무 어렵다. 한국 GM은 매년 1만7000명이 가입한 노조와 임금협상을 한다. 소모적이고 비용도 많이 든다. 무엇보다 본사는 이런 노사 환경을 이해하지 못한다. 또 한국 정부가 외국 기업도 한국 대기업만큼 투명하고 동등하게 대해주길 바란다. 이것만 해결되면 외국인 직접 투자가 더욱 늘 것이다. 사업가에겐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 득이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기업간 파트너십 중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잘될까. 한국이 참여해야 할까.
▶김인호: 회원사 설문조사를 하면 약 63%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난 한국이 빠진 TPP가 무슨 TPP냐는 말을 자주 한다. 한국 빼고 태평양 경제를 논할 수 없다. 우리가 늦게 참여하지만 해결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한국은 기회가 있으면 참여해야 한다. 미국 대선 후보들이 한 목소리로 TPP 반대한다고 하는데, 당선이 된 뒤에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돌아올 것이다. 특히 미국과 한국은 기술이나 제3국 동반 진출로 상호보완적 관계에 놓인 게 굉장히 많다. 과거 협력보다 업그레이드된 협력으로 나아갈 기회가 될 것이다.

▶제임스 김: 공감한다. 현재의 복잡한 세상에서 사업하기 위해서는 기업 간 좋은 관계 구축이 매우 중요해졌다. GM의 경우 전기차 부문에서 LG와 전기차 배터리 공동개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강력한 협력으로 한국이나 미국 전기차 시장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을 바꾸고 산업을 바꿀 수 있다. TPP 등으로 이런 종류의 협력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김인호: 협력하다 보면 정말 독보적인 것이 나올 수 있다. 기업 간에 자유롭게 협력하려면 경제가 유연해야 하는데, 경제가 정치 영향을 받으면 딱딱해진다. 리더들이 정치 영향에서 벗어나 장만 만들어주면 기업인들은 다 알아서 할 것이다. TPP 비준까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태평양 경제를 바라보는 큰 그림으로 의미가 있다.
 
◆김인호(74) 한국무역협회장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나와 행정고시(4회)에 합격한 뒤 경제기획원 차관보를 역임했다. 철도청장·공정거래위원장을 거쳐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시장경제연구원을 직접 만들어 ‘국제화·자유경쟁’의 전령사 역할을 해오다 지난해 2월부터 무협 회장을 맡고 있다.
◆제임스 김(54)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한국서 태어나 8세에 괌으로 이주했다. UCLA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경영학석사학위(MBA)를 받았다. 2005년 오버추어코리아 대표를 맡으며 귀국했다. 지난해 한국GM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올 1월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다. 2014년1월부터 암참 회장을 맡고 있다.

정리=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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