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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와 중기] “아이디어 베꼈다”vs“보편적 기술”…IT업계 ‘카피캣’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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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업계 종합]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베낀 카피캣(모조품)일 뿐이다” vs “경쟁 않고 보호받으려는 스타트업의 억지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잊을만 하면 나오는 ‘대기업-스타트업 베끼기’ 논란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다. 올해만 해도 네이버·카카오·SK커뮤니케션즈 등이 내놓은 신규 서비스들이 국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표절했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특허가 아니라 사업 모델이나 아이디어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이어서 명확하게 표절 여부를 가리기는 쉽지 않다. 다만,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처럼, 갑을 관계에 민감한 분위기에서 대기업은 곤혹스러워한다. 반면, 해외에선 거물 IT기업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10대들의 인기 동영상 채팅 앱 ‘스냅챗’의 기능을 대놓고 꾸준히 베끼고 있는데도 스냅챗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베끼기’ 논란, 어떻게 풀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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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대기업 횡포” vs "억울하다”=대기업에 표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스타트업들은 대체로 먼저 서비스(제품)를 시장에 출시했거나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 7월 스타트업 ‘시어스랩’은 “네이버의 스노우가 ‘얼굴인식후 스티커를 입혀주는 동영상’이라는 포맷과 스티커 디자인, 배경음악 등을 시어스랩이 개발한 롤리캠에서 표절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는 “법적으로 문제삼기 어려운 수준에서 교묘하게 스티커 디자인을 카피했다”며 “투자자들이 ‘네이버가 같은 걸 한다는데 너희가 성공할 수 있겠어?’라고 반문 하는 걸 보며 특정 시장을 장악한 대기업의 횡포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생각에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스노우는 ‘아시아의 스냅챗’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 6월말 기준 월활동 사용자(MAU) 2500만명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동영상 스티커 포맷은 롤리캠이 출시(2015년 5월)되기 전에 이미 다른 앱에서 선보인 기술이고 포맷이다. 디자인도 모방한 게 없다”고 반박했다. MSQRD(페이스북 인수)나 스냅챗, 카메라360, 카카오치즈 등 비슷한 서비스들이 많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해엔 네이버페이 준비 당시,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개발한 비바리퍼블리카와도 보편적 기술이냐를 두고 표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카카오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카카오의 경우엔 인수 후보였던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논란이다. 지난달초 주차장 예약·결제 서비스(아이파킹) 업체 파킹클라우드는 카카오파킹이 도입하려는 차량번호 인식 기술이 자사의 서비스 모델을 따라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자동출차와 자동주차 결제는 이미 국내외 여러 업체들이 쓰고 있는 보편화된 기술”이며 “서비스에 대한 생각이 달랐기 때문에 아이파킹을 인수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주차장 예약 서비스를 준비 중인 카카오는 올해초 파킹클라우드가 아닌 다른 스타트업(파킹스퀘어)을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에 대해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국내 대기업들은 내부에서도 (스타트업이 만든 것과 비슷한 것을) 빨리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보고,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데 인색한 편”이라며 “국내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의 역량을 인정하고 인수합병으로 신사업을 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편화된 아이디어나 기술에 대해서는 카피캣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메디아티의 강정수 대표는 “모든 카피캣을 문제시할 순 없고 구체적인 과정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네이버 참여번역Q와 플리토’ 사례처럼 대기업이 협력 업체의 아이디어를 베낀 것은 문제이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서비스가 많은 데도 단지 대기업이 뛰어들었다는 이유로 비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허법인 인벤투스의 오세일 대표 변리사는 “기술특허와 달리 비즈니스 모델은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이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는 데 엄격한 편”이라며 “사업의 성패는 아이디어 외에도 서비스의 구체적인 디자인과 마케팅 능력 등의 영향을 받으므로 과하게 보호하기 보다는 자유경쟁에 맡기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스냅챗 카피하는 인스타그램=해외에서도 카피캣은 종종 등장한다.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카피캣은 스냅챗의 각종 기능을 모방하고 있는 인스타그램이다. 지난 8월 인스타그램이 추가한 새 기능 ‘스토리’는 공유한 사진과 비디오가 24시간 내 사라지고 사용자가 직접 사진에 그림도 그려넣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 기능은 스냅챗이 이미 3년 전 시작했다. 기능의 이름도 ‘스토리’로 똑같다. 케빈 웨일 인스타그램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이에 대해 IT 전문지 리코드에 “(스토리 기능은)마치 트위터에서 처음 시작된 해쉬태크(#)가 이젠 트위터 밖에서도 폭넓게 쓰이는 것처럼, 스토리는 사람들이 일상을 더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환상적인 포맷(형식)”이라고 말했다. 원본의 권위를 인정하고 모방 사실도 부인하지 않는 방식으로 논란을 피해 갔다.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도 IT전문지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포맷의 혁신이 일어나면 멀리 퍼져나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중요한 건 해당 포맷의 장점을 파악해 자신의 네트워크(서비스)에 잘 녹이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성공모델을 따라한다고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스냅챗을 모방해 만든 대다수 기능들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밀유지협약 꼼꼼히 작성해야=현실적으로는 스타트업이 법률적으로 사전에 무장하고 대기업과 만나라는 조언도 있다. 홍경표 한화S&C 드림플러스 부문장은 “기밀유지협약(NDA)에 스타트업 측이 원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법률 검토를 받은 후 대기업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서로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스타트업들도 더 치열한 경쟁을 거쳐 살아남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스타트업들이 ‘나만 잘하면 된다’는 식으로 카피캣 가능성에 대해 대비를 안하는 것도 문제”라며 “중국에서는 스타트업들이 카피캣과 치열하게 경쟁해야할 가능성까지 미리 염두에 두고 사업을 하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들이 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쇄 창업가인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대기업의 참여에 영향을 받을 정도의 사업이라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며 "위험을 감수하고 대기업과 논의하며 사업 기회를 늘리는게 더 낫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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