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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의 맛집] “와인 바야? 닭갈비집이야?”

| 화장품 회사 CEO 크리스토퍼 우드의 ‘세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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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색 철재와 황동색 환기통, 원목과 타일을 섞어 꾸민 모던한 실내.

입맛은 정말 제각각인데 남들이 어디서 뭘 먹는지에 유별난 관심을 갖는 건 어쩌면 맛 자체보다는 타인의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가 궁금해서일지도 모른다. 10월 5일부터 새로 시작하는 ‘멋 좀 아는 식객의 맛집 재발견’은 이런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새로운 유형의 맛집 소개 시리즈다.
각 분야에서 나름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을 뿐 아니라 멋스런 삶을 사는 8인의 명사들이 각각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 달에 한 번 본인이 즐겨 찾는 맛집을 소개한다.


생일에 아내와 방문, 모던한 인테리어에 놀라
20시간 숙성시킨 닭을 숯불에 구우니 은은한 풍미
입소문 난 마약치즈뚝배기·또띠아 쌈도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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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처음 안 건 지난 6월 내 생일날이었다. 아내는 가족끼리 하는 생일파티 장소로 “요즘에 뜨는 맛집”이라며 이곳을 조심스레 추천했다. 닭갈비집이 생일파티 장소라고? 너무 한 거 아닌가, 아내에게 서운함도 들었지만 한국의 닭갈비를 워낙에 좋아했던 터라 쉽게 마음이 풀렸다. 닭갈비는 2002년 월드컵 때 응원모임이 있어 홍대 앞에 갔다가 처음 맛본 후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 맛에 빠져 기회가 될 때마다 즐겨 먹는 음식이다.

식당 ‘세미계’의 첫인상은 내가 가본 한국의 여느 닭갈비집과 확연히 달랐다. 젠(zen) 스타일로 꾸며진 실내는 모던 양식 레스토랑 또는 와인 바를 연상시켰다. 검정색 철재를 기본으로 한 모던한 외관, 원목과 타일을 섞어 꾸민 벽·천장·바닥은 유럽풍의 편안한 분위기였다. 테이블마다 있는 고기 집 특유의 환기통은 황동색으로 꾸며진 게 마치 조명 같은 인테리어 효과를 냈다. 격식을 갖춘 고급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업스케일 캐주얼 레스토랑’의 느낌이다.

‘세미계(細尾鷄)’는 꼬리가 긴 닭을 말한다고 했다. 옛날 중국인들이 한국의 토종닭을 세미계라고 불렀다고 하던데, 토종닭은 닭고기 중에서도 맛있다고 정평이 난 것이라고 하니 가게 이름 하나는 참 잘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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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맛도 매력적이다. 이곳의 메인메뉴는 닭다리로 만든 ‘숯불 닭불고기’와 닭목살로 만든 ‘숯불 목살’ 두 가지다. 양념된 닭불고기는 매콤하면서도 맛이 아주 깔끔했다. 20시간 동안 양념과 함께 숙성시킨 닭다리살을 숯불로 구우니 은은한 향기가 더해져 맛이 더 좋아졌다. 전라도 신안의 천일염과 유기농 오렌지로 숙성시킨 ‘소금구이’는 양념구이와는 또 다르게 담백하고 감칠맛이 있다.

오픈한지 1년 정도인데 벌써 입소문이 난 데는 이 집만의 특별한 메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사이드 디시 ‘마약치즈뚝배기’과 ‘또띠아 쌈’이다. 한국식 뚝배기에 토마토를 잘게 썰어 넣고 치즈를 듬뿍 담아 녹인 마약치즈뚝배기는 닭불고기의 매운 맛을 덜어주고 고소한 맛을 더해준다. 또띠아는 숯불에 올려서 살짝 구운 다음 고기를 싸먹는데 이 또한 별미다.

닭갈비를 먹고 볶음밥을 빼먹을 수는 없는 법. 이 집은 숯불구이라는 특성상 먹다 남은 닭갈비와 양념을 이용하진 않는다. 대신 주방에서 미리 볶아 나오는데, 숯불 닭불고기와 매콤한 양념, 잘게 썬 파김치를 섞어 만든다. 빨갛게 비벼진 밥 위에는 물기를 꽉 짜서 잘게 썬 노란무와 실파가 소복하게 담기고 그 위에 먹음직스러운 생달걀 하나를 올려준다. 달걀노른자를 터뜨려 소스 삼아 밥과 비벼 먹으니 매운 맛은 부드러워지고 볶음밥 풍미는 더 깊어졌다.

사실 나는 외식보다는 집밥을 더 선호한다. 하지만 셰미계는 예외다. 횟수를 세어보니 지난 6월에 처음 간 후 한 달에 한 번은 간 셈이다. 두 번은 가족과 함께, 한 번은 회사 직원들과 함께. 누구와 함께 가든 일단 “맛있다”는 말을 듣기에 초대하는 사람 입장에선 ‘믿고 가는 안전한 집’이다. 조금 시끌벅적한 분위기라 조용하고 로맨틱한 시간은 바랄 수 없지만 대신 생동감 있는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이곳을 찾게 되는 이유다. 요즘처럼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저녁에 매운 양념 닭불고기, 시원한 맥주 한 잔이면 더 바랄 게 있을까.


 
세미계
●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653-95(대사관로 34) 전화: 02-792-2155
● 영업시간 : 낮 12시~밤 10시30분(라스트오더), 브레이크 타임 오후 3~5시
● 주차 : 발레(3000원)
● 메뉴 : 숯불 닭불고기(양념·소금구이 1만2000원), 숯불 목살(양념·소금구이 1만3000원), 파김치볶음밥(1만5000원), 마약치즈뚝배기(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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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우드
화장품 회사 CEO. 에스티 로더 등 12개 화장품 브랜드를 갖고 있는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 코리아 대표를 10년째 맡고 있다. 프랑스·이탈리아·독일·일본 등에서 근무해 다양한 국적 요리를 편견없이 즐긴다. 한국인 아내와 함께 간식으로 떡볶이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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