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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박스 116개 쌓아 올리다…버려진 땅에 사람이 몰리다

|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언더스탠드에비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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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스탠드에비뉴 전경. 서울숲으로 향하는 길목에 116개의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 만들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쳐 버릴지 모른다. 설명을 듣지 않으면 정체를 가늠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서울 성수동에서 서울숲으로 향하는 길목, 높다랗게 올라간 공사장의 회색 가림막 사이로 가지런히 쌓아올린 116개의 컨테이너 박스. 바로 복합 문화공간 언더스탠드에비뉴(UNDER STAND AVENUE)다. 4000㎡의 공간은 각기 맘·유스·소셜·아트·하트·파워·오픈으로 이름붙은 7개 구역(스탠드)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안에 카페 등 매장과 공연장, 그리고 쿠킹스튜디오같은 보통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문화상업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컨테이너 건물로 유명한 영국·프랑스 등 답사
하드웨어 뿐 아니라 운영철학까지 영감받아
서울숲에 녹색·파랑색 자연친화적 공간 조성

‘공익 공간’이지만 쇼핑몰처럼 즐길거리 다양
카페·쿠킹스튜디오 갖춘 매력적인 휴식 장소
공정무역 제품 팔고, 소외계층 자활도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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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여성과 싱글맘 등이 일하는 카페 ‘브리너’. 인근 성수동 카페와 비슷한 가격에 커피와 브런치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언더스탠드에비뉴는 거칠게 말하자면 버려진 땅 위에 세워진 가건축물 단지다. 서울숲 조성 이후 약 8년간 유휴지로 남아있었지만 2014년 성동구와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이하 아르콘), 그리고 롯데면세점이 ‘공익적인 공간’을 고민한 끝에 지금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언더스탠드에비뉴의 ‘언더스탠드’는 우리가 아는 ‘이해한다’는 단어에서 따온 게 아니라 ‘낮은 자세(under)로 이해하고 취약계층의 자립(stand)’을 돕는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출발은 이렇게 공익적이었지만 올 4월 개장 후 월평균 14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이미 보통 시민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갔다. 김선아(38) 언더스탠드에비뉴 대표를 만나 이 독특한 콘테이너 공간을 어떻게 구상했는지, 그리고 산업폐기물같은 콘테이너 박스가 어떻게 매력적인 구조물로 탈바꿈했는지 등 이곳 구석구석에 담긴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크레디아와 CJ문화재단을 거친 김대표는 2014년 기획단계부터 참여했다.

-컨테이너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컨테이너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언더스탠드에비뉴가 들어선 공간은 광장부지로 지정된 곳이라 가설건축물만 지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단계 때 이 사실을 처음 알고는 적잖이 당황했다. 지금은 건대입구에 커먼그라운드라는 대형 컨테이너 건물이 있지만 구상 당시만 해도 국내엔 컨테이너 건축물이 없었다. 그래서 아르콘 관계자들과 컨테이너 건축물로 유명한 유럽 곳곳을 다니며 공간 기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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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스탠드에비뉴 김선아 대표.

-어느 도시, 어떤 공간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콕 집어 하나를 말하긴 어렵다. 영국을 시작으로 프랑스·네덜란드·핀란드 등을 두루 다녔다. 대표적인 컨테이너 건축물인 런던 ‘박스파크’를 비롯해 암스테르담 부둣가에 예술가를 위해 지은 컨테이너 레지던스, 노키아 공장을 리모델링한 카펠리(kappeli) 등을 직접 봤다. 하드웨어적인 부분 뿐 아니라 그곳에 담긴 철학, 그리고 운영 방식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도 주의깊게 공부했다.”

※런던 이스트앤드에 들어선 ‘박스파크’는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팝업스토어로, 2011~2015년 한시적으로 운영됐다. 1층은 쇼핑몰, 2층은 식당과 카페였는데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시민과 관광객으로 늘 북적였다.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이를 벤치마킹해 식당과 카페에서부터 패션매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을 한데 섞었다.


-컨테이너로 건물을 지으면 건축비 부담을 많이 낮출 수 있나.

“사실 일반적으로는 컨테이너로 건물을 짓는다고 해도 일반 건축물보다 비용이 크게 저렴하지는 않다. 기본적인 인테리어를 비롯해 냉난방 설비, 수도 등 지반을 튼튼히 하는 토목공사가 필요했다. 다만 언더스탠드에비뉴의 경우 버려지는 해상(海上)컨테이너를 재활용 해 컨테이너 자체의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 또한 인프라 비용 역시 시공을 맡은 업체에서 공간의 활용목적을 들은 후 가격을깎아주어 건축비 자체는 큰 부담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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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아트스탠드’에서 열린 페이퍼 아트 ‘서울숲 옆 동물원’. 지난 6월엔 리처드 용재 오닐 공연을 무료로 개방하는 등 문턱 낮은 문화 공간이다.


-그래도 컨테이너를 기존 구조물로 쓸 수 있으니 완공까지 걸리는 시간은 줄일 수 있겠다.

“맞다. 이 정도 규모면 짧아도 1년은 걸린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해 8월 착공해 올 4월 오픈했다. 중간에 장애인 단체의 점거시위로 1달 번 지체된 걸 제외하면 6개월만에 끝낸 셈이다. 기본적으로는 폐 컨테이너를 활용했지만 3층으로 쌓아올린 공간은 구조적 안정성을 위해 1층은 모듈러 공법으로 새 컨테이너를 제작했다. 이것 역시 공사기간을 연장시킨 요인이기도 하다.”

※ 모듈러 건축이란 내외장재와 설비 등을 공장에서 제작한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건축 공법이다.

-공사장 사이에 위치한 데다 높이도 낮아서 멀리서 보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곳은 원래 ‘서울숲으로 걸어들어가는 통로’였다. 이 본질적인 부분을 훼손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보통 건물을 지을 때 삼면을 막고 한쪽 면만 뚫어 놓는다. 사람들의 발길을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다. 이곳은 건물과 건물 사이 공간을 널찍하게 열어놨다. 최대 너비가 14m로 넓직하다. 또 통행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전동휠이나 자전거 통행은 금지했다. 심지어 야외 공연을 할 땐 줄자로 폭을 재가며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공연을 기획한다. 가장 높은 건물은 3층인데, 이것 역시 서울숲 나무들을 가리지 않는 높이에 맞췄다. 컨테이너 색도 마찬가지다. 자연과 어울리도록 진한 녹색과 파랑색을 주로 칠했으며 보라색이나 주황색은 채도를 낮춰 튀지 않도록 했다. 이렇게 다니고 보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신경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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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물품구매대행서비스 ‘BUYING’ 사무실. 청년창업가를 위해 사무실뿐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까지 지원한다.


-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었다는 걸 제외하면 겉에서 보기엔 일반 상업공간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왜 달라야 하나. 소외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목적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이 공간은 모든 시민이 함께 즐기는 공간이다. 그러려면 쉴 수 있는 카페부터 문화를 향유하는 공연장, 쇼핑할 수 있는 상점까지 다양하게 갖춰야 한다. 다만 이곳에서 일하는 구성원이나 수익을 사용하는 방식은 다른 상업공간과는 다르다.”

-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매장은 임대나 분양을 준 게 아니라 언더스탠드에비뉴가 모두 직접 운영하는데, 이곳 직원을 뽑는 방식이 다르다. 카페와 식당이 있는 맘 스탠드에서는 주로 다문화가정이나 한부모가정 여성을 채용한다. 네일샵과 애견미용샵이 있는 유스 스탠드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습 교육을 시키고 창업을 지원한다. 직원이 학생의 멘토가 된다. 유스스탠드에서 네일아트 교육을 수료한 한 학생은 벌써 ‘메이릴리’라는 네일샵을 차렸다. 물건도 다르다. 특히 공정무역이나 업사이클링 물건을 판매하는 소셜 스탠드에는 제품마다 스토리가 담겨있다. 가령 소셜 스탠드의 ‘워크숍’ 매장에서 파는 아프리카풍의 브랜드 ‘에트리카’ 옷을 구입하면 수익금 일부가 아프리카 사람들 재봉·디자인 교육에 쓰인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넥타이나 옷에 새겨 판매하는 브랜드 ‘그림타이’는 수익금 일부를 아동복지를 위해 쓴다. 또 ‘동구밭’은 발달장애인들이 가꾼 텃밭 작물로 만든 천연비누를 판다. 이런 스토리가 있는 소비는 단순한 쇼핑을 넘어선 만족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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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미용샵 ‘두들샵’. 보통 애견숍과 달리 관련 업종에 관심있는 청소년들에게 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제공한다.


- 뜻이 좋다고 꼭 결과가 좋은 건 아니다. 정말 돈을 버는지 궁금하다. 특히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시끄러운데 인근 상점과 갈등은 없나.

“성동구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많은 고민과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이곳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직원들 월급을 주고 교육 및 재투자를 모두 해결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100% 자가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문을 연지 5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월 평균 14만 명의 시민들이 다녀갈 정도로 성동구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가까운 미래에 언더스탠드에비뉴 자체만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며 다른 지역에도 이러한 지속가능 모델이 생겨날거란 기대도 해본다.” 


글=김민관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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