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전교 1등의 책상] 개념은 무조건 혼자 익히고 친구 가르치며 실력 다져요

서울 중앙대사대부속고 2학년 백승우군
기사 이미지

백승우군은 공부할 책은 왼쪽에, 공부 완료한 책은 오른쪽에 쌓아둔다. 자습 시간이 지날수록 왼쪽의 책이 줄어간다. 백군은 “한권씩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길 때마다 성취감이 커진다”고 말했다.

TED의 명강사인 앤젤라 덕워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립학교 수학교사 시절부터 품은 의문이 있었다. 아이큐가 높은 학생도 성적이 형편없는 경우가 있고, 아이큐는 낮지만 성적이 월등한 학생도 있다는 점이다. 수년 동안 학생들을 심층 조사한 결과, ‘그릿(Grit·열정)’이 성적 향상의 핵심 요인임을 밝혀냈다. 그릿은 명확한 목표 설정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열정·인내를 뜻한다. 중앙대사대부속고(서울 도곡동) 전교 1등 백승우(2학년)군은 “어릴 적부터 ‘아이언맨’을 꿈꿨다. 기계공학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공부했더니 어느새 전교 1등이 돼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언맨 보고 기계공학자가 꿈꿨어요
목표 분명해 슬럼프에도 흔들리지 않아
휴대폰 방해돼 인터넷 안되는 곳서 공부


백군이 중3때 처음 치른 시험의 수학 점수는 70점대였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을 따라 우즈베키스탄으로 간 백군은 중2까지 그곳에서 학업을 마쳤다. 한국에는 3학년 시작 직전 2월에 돌아왔다. “국제학교를 다녔는데 그곳과 한국 학교의 수학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중학교 1·2학년 내용조차 따라가기 어려웠어요.”

급한 마음에 백군은 3월 한 달간 수학학원을 다녔다. 그러나 1·2학년 수학을 완전히 마치고 선행학습까지 받아온 아이들과 같은 수업을 듣는 게 쉽지 않았다. 백군은 “진도가 너무 빨라 따라가기 급급했다. 한때는 수학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군이 수학을 포기 않았다. 오랜 꿈 때문이었다. 영화 ‘아이언맨’을 보고 기계공학자가 되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세웠다. 백군은 기본부터 다시 시작했다. 중1·2 수학 교과서를 구해 개념 공부에 매진했다.
기사 이미지
이때 백군이 깨달은 공부 방식은 ‘훑어보기(skimmimg)’였다. “처음부터 집중해서 보면 체력 소모가 너무 큽니다. 공부에 질려 나가떨어지기도 쉽죠.” 가볍게 책을 보면서 쉽게 읽히는 것은 그대로 머리에 넣고 또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따로 표시한 채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한번 통독한 다음 어렵다고 체크해 놓은 부분을 다시 살펴봅니다. 중요한 것은 이때에요. 개념을 이해해야지 외워선 안 됩니다.”
기사 이미지

교재를 볼 때 처음에는 연필, 다음에는 형광펜,마지막엔 빨간색 연필로 단계적으로 표시한다.

두 번째 비결은 ‘깊게 생각하기(consider-ing)’다. 중3 여름방학 때 백군은 한 문제를 놓고 이틀간 고심해 푼 적이 있다. ‘도형’ 단원의 원과 비례에 관한 문제였는데 백군은 밥 먹거나 이동할 때도 오직 이 문제에 매달렸다. 원주각의 개념을 이해하고 네 점이 하나의 원 위에 있을 때의 조건을 이용하면 내접한 삼각형의 길이를 구할 수 있는 문제였다. 백군은 “단순한 문제 백 개를 푸는 것보다 어려운 문제 하나를 풀면 와 닿지 않던 개념들까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어 학습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훑어보기와 생각하기를 반복하자, 마치 산악인이 에베레스트를 오르듯 수학의 중요한 ‘고지’들을 정복해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중3 중간고사에서 백군은 수학 만점을 받았다. 백군은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다른 과목도 수학에서 했던 것처럼 차근차근 개념을 익히고 어려운 문제를 풀며 문제해결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시련도 있었다. 자율형사립고인 용인외대부속고에 지원했지만 1차에서 떨어졌다. 1학기 때 수학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 주원인이었다. 백군은 그러나 훌훌 털고 일어났다. “같이 시험 봤던 친구 2명은 2차에서 떨어졌어요. 기대만큼 충격이 컸던 친구들은 후유증도 오래가더군요.” 하지만 백군은 좌절하지 않았다. “기계공학자라는 명확한 꿈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죠. 정답은 다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거였습니다.”

중3 겨울방학 때 백군은 홀로 수학 공부에 집중했다. 중학교 수준을 복습하고 고교 수학을 예습했다. “공부에서 제일 중요한 건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개념은 제 아무리 훌륭한 선생님이 와도 억지로 주입해 줄 수 없어요.” 백군은 “개념 학습은 무조건 혼자 한다”며 “학원에서는 참고서에 없는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접하거나, 문제를 풀기 위한 좀 더 세련된 스킬을 익히기 위해 다닐 뿐”이라고 말했다.

몇 달간 열심히 공부한 덕분인지 백군은 고교 입학 직전 2월에 치러진 반 편성 배치고사에서 전교 3등을 했다. 그러나 4월 중간고사에서 백군은 다시 10등 밖으로 미끄러졌다. “자만했기 때문이에요. 다른 친구들도 모두 노력하고 있다는 걸 잊고 있었습니다. 그 때 깨달은 것은 한 순간도 마음을 놓아선 안 되겠다는 것이었죠.”

백군의 세 번째 공부 스킬은 ‘없애기(removing)’다. “저는 두 개의 책상을 사용합니다. 오늘 공부할 책을 왼편에 쌓아두고 완료된 책은 오른쪽 책상에 쌓죠. 왼쪽에 쌓인 책이 한권씩 없어지고 목표치만큼 오른쪽에 책이 쌓일수록 희열을 느낍니다.” 이와 함께 백군은 공부의 가장 큰 적으로 스마트폰을 꼽았다.

“인터넷은 유익한 도구지만 공부할 땐 가장 큰 적입니다. 쉼 없이 울리는 카카오톡이나 SNS는 집중을 방해하죠.” 그래서 백군은 인터넷 자체가 안 되는 아파트단지의 독서실을 이용한다. 인터넷 강의를 들을 때는 미리 다운받아서 간다. “공부하는 것은 옷장에 차곡차곡 옷을 개켜 놓는 것과 같아요. 필요 없는 것, 방해되는 것을 버려야 머릿 속에 지식을 쌓을 공간이 확보됩니다.”

백군의 마지막 핵심 공부법은 ‘가르치기(teaching)’다. 백군에겐 보통 하루 7~8명의 친구들이 어려운 문제를 들고 찾아온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저녁 시간을 이용해 많게는 20여개의 문제를 풀어준다. “어려운 문제들을 갖고 오는데 이건 저 역시 다시 풀어봐야겠다고 체크했던 것들이에요. 복습도 되고 친구도 도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에요.”
기사 이미지
중간·기말고사 때는 한국사 같은 탐구 과목의 서술형 문제를 시험 전에 족집게로 찍어주는 역할도 한다. “역사는 흐름이 중요하잖아요. 사건과 정책의 연관성을 생각하면서 흐름을 정리해 보면 어떤 문제가 나올지 예측할 수 있어요. 그러면서 제 스스로 역사를 이해하는 관점도 생깁니다.” 백군은 “정책 또는 사건의 이름과 내용, 이것이 나온 배경과 효과를 구조화해서 이해하는 것이 역사를 쉽게 공부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백군의 이같은 ‘가르치기’ 공부법은 학습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미국 행동과학연구소의 학습피라미드 모형에 따르면 공부후 24시간이 지난뒤 기억에 남는 비율이 ‘일방적 수업’은 5%, 자습하기는 10%, 시청각학습은 20%. 토론은 50%였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높은 것은 가르치기(90%)였다.
기사 이미지

백승우군

국어와 영어 등 지문이 있는 과목을 공부할 때는 ‘요약하기(summarizing)’을 조언했다. “각 단락, 지문마다 핵심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고, 다시 한 단어로 압축해서 읽습니다. 그러면 머릿 속에 저절로 그림이 그려져 독해가 쉬워집니다.” 백군은 특히 영어에서 문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문법만 따로 떼서 공부하면 쉽게 지칩니다. 거꾸로 문장을 해부하면서 옳은 문장이 되려면 이런 문법적인 부분이 필요하구나 하면서 이해를 하면 머릿속에 오래 남습니다.”

백군의 공부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킬이 아니라 명확한 목표 의식이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공부의 동기인 것 같습니다. 이 힘든 공부를 왜 하냐는 거죠. 멀리는 ‘아이언맨’처럼 되고 싶다는 꿈, 가깝게는 성적을 잘 받았을 때의 희열. 확고한 목표가 있어야 공부도 신이 납니다.”

글=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lim.hyundong@joins.com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