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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서울대 더 보낸 세화고 … 대성고는 수능 1등급 줄어

서울 22개 자사고 지정 전·후 진학률 살펴보니

지역단위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문을 연 지 올해로 7년째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고교다양화 정책으로 등장한 이들 자사고는 박근혜 정부 들어 적잖은 부침을 겪었다. 일반고보다 3배 가까운 등록금으로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았고, 일반고 학력저하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했다. 진보 성향 교육감의 등장으로 존폐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자사고를 향한 학생·학부모의 관심은 여전히 높다. 일반고에 비해 높은 대학 진학률과 면학 분위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자사고가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건 아니다. 본지가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 서울의 22개 자사고 졸업자 중 서울대에 진학한 인원과 수능 1등급 비율을 비교한 결과 양극화 현상이 심한 편이었다. 일부 자사고는 일반고 시절 보다 하락한 곳도 있었다.

1단계 추첨 선발로 실력 좋아도 탈락 가능
우수한 일반고 많은 강남·서초 선호 여전
휘문고는 의대 희망 늘어 서울대 진학 줄어


전업주부 정모(46·서울 대치동)씨의 첫째 아들은 집 근처 자사고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중3 때는 어떤 고교에 보내야 할지 고민이 컸다. 현재는 지역 단위 자사고에 만족하고 있다. 기숙사 적응 문제나 외국어에 대한 부담이 없고, 학교 분위기도 좋아서다. 정씨는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합격하는 숫자가 매년 증가한다. 열심히 하면 아들에게도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둘째 아들을 올해 지역 자사고에 보낸 직장맘 김모(51·영등포동)씨의 생각은 정반대다. 김씨가 보기엔 첫째가 다녔던 일반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씨는 “등록금을 3배나 더 내는데 그만큼 교육 질이 좋은 지 의문이다. 내신 경쟁만 치열한 듯해 전학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 22개 자사고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학교 간의 입학 경쟁률, 명문대 진학률 모두 격차가 커지고 있다. 서울 자사고는 입학 경쟁률이 1.2대 1을 넘지 않으면 100% 추첨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데, 올해 신일고(강북구)·경문고(동작)·숭문고(마포)·장훈고(영등포)·경희고(동대문)가 100% 추첨으로 학생을 뽑았다.

학부모·학생 선호도가 높은 자사고는 대개 강남·서초구에 몰려 있었다. 자사고에서도 지역 간의 편차가 나타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자사고가 설립된 후에도 강남·서초 등 교육특구 지역으로 몰리는 현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서울의 모든 자사고는 1단계에서 추첨 선발하기 때문에 학생 실력과 무관하게 불합격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보험을 드는 심정’으로 강남으로 이사를 간다”고 덧붙였다. 자사고를 탈락해도 우수한 일반고가 많은 강남을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2016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서울 지역 단위 자사고는 세화고(서초)였다. 졸업생을 포함해 총 35명이 진학했다. 이어 휘문고(강남·27명)·현대고(강남·23명)·중동고(강남·23명) 순이었다. 일반고 시절에 비해 서울대 합격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학교 역시 세화고다. 자사고로 전환하기 직전인 2012학년도 대입(15명)에 비해 20명이 증가했다. 현대고(10명)·이대부고(서대문·8명)·중동고(6명)·이화여고(중구·6명)·세화여고(서초·6명)등도 자사고 지정 전에 비해 서울대 진학자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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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시한 곳은 2013학년도, 나머지는 2012학년도 졸업생 기준, 서울대 진학인원은 2012·2013학년도는 수시·정시 최종 합격자 기준, 2016학년도는 수시는 최종, 정시는 최초 합격자 기준, 현재 일반
고로 전환된 우신고·미림여고·용문고·동양고 제외 [자료: 종로학원하늘교육]

자사고 전환 전과 비교해 수능 국·영·수 1등급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난 학교도 대부분 강남·서초구의 자사고들이다. 중동고는 일반고였던 2012학년도에는 전체 학생 중 3.3%가 수능 국·영·수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았지만 2015학년도에는 7.3%로 증가했고, 세화고는 같은 기간 3.9% 증가했다.<표 참조>

몇몇 자사고는 일반고 시절에 비해 수능 1등급 비율이 오히려 줄었다. 자사고 전환 전년도와 2015학년도 수능 성적을 비교했을 때 국·영·수 1등급 비율이 같거나 떨어진 곳은 6곳이었다. 중앙고(종로)·대광고(동대문)·경희고·선덕고(도봉)는 자사고가 된 후에도 1등급이 별 차이가 없었다. 보인고(1.6%→1.4%)와 대성고(은평, 0.4%→0.2%)는 다소 감소했다.

서울대 합격자가 늘지 않은 자사고도 적지 않다. 자사고 전환 전년도와 2016학년도 대입을 비교하면 41%(9곳)가 서울대 합격자 수가 같거나 줄었다. 이같은 현상은 의대 선호 현상과도 관계가 있다. 신동원 휘문고 교장은 “3~4년 전부터 의·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자사고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서울대에 합격하고도 지방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이 늘어나 서울대 입시결과는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은 지역 단위 자사고의 학생 선발 방식과 연관 있다. 정책 변화로 우수 학생을 학교가 선발할 수 있는 ‘학생선발권’을 사실상 잃게 돼, 이젠 ‘누구나 지원 가능한 학교’가 됐다.

중학교 내신 등과 관계없이 추첨·면접으로 뽑기 때문에, 학생 선발효과가 전국 단위 자사고나 외고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입시 결과가 우수한 일반고에 못 미치는 자사고도 적지 않다. 올해 졸업자 중 4명 이상이 서울대에 합격한 서울 시내 일반고는 모두 50곳, 수능 국·영·수 평균 1등급 비율이 1% 이상인 학교는 35곳에 이른다.

물론 최상위권 학생의 성적만으로 자사고를 판단하는 건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전국 단위 자사고나 외고에서 아깝게 불합격한 우수한 학생들이 일반고에 진학하기 때문이다. 안광복 중동고 교사는 “때문에 강남 등 교육특구의 일반고는 일부 자사고에 비해 최상위권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상위권 학생은 자사고가 일반고 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백성호 한가람고 교감은 “우리 학교는 서울대 합격자는 일반고 때 보다 줄었지만, 올해 20명이 의·치대에 합격했다. 학급당 9.5명이 서울 상위 11개 대학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문대 진학률로 상징되는 입시 결과가 자사고의 존립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도 현실이다. 입시 결과가 좋지 않은 자사고는 학생 모집에 타격을 받게 된다. 자사고는 일반고와 달리 학생 등록금만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학교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받게 된다. 강북지역의 한 자사고 교장은 “학생모집이 잘 안되면 당장 교사들의 인건비부터 문제가 생긴다. 교육에 대한 재투자는커녕 학교를 운영하기도 급급한 상황인 곳이 많다”고 말했다.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한 학교도 대부분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한 학교의 A교장은 “입학정원이 320명이 채워져도 교사 월급 주면 남는 게 없었는데, 200여 명만 입학하니 매년 5억 이상의 손해를 감당해야 했다. 그래서 일반고 전환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교육계 안팎에선 “충분한 준비 없이 급히 자사고 숫자를 늘리다 보니 부작용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의 한 자사고 교사는 “매년 학생이 줄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지정된 22개교도 많은 듯하다. 자사고 중에 추가로 정리되는 곳도 나올 듯하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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