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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드]'정유라 특혜' 이대가 해명 못한 의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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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연 교직원 설명회가 끝난 뒤 학생들이 설명회장 입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종근 기자]


이화여자대학교가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씨의 딸 정유라(20ㆍ개명 전 정유연)씨의 특혜 의혹에 대해 17일 해명에 나섰지만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핵심 의혹에 대해선 합리적인 설명 없이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정씨에 관한 특혜 의혹이 나온 직후 성적 관련 증명 자료를 급조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대가 해명하지 못한 핵심 의혹 3가지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의혹 1] 수업대체 자료 없이 성적 주고 뒤늦게 급조
올해 1학기에 정씨가 수강한 '운동생리학' 과목은 시험 대체를 증명할 훈련 관련 자료 없이 정씨의 불출석을 인정하고 성적을 준 의혹이 남아있다.

과목 담당 이모 교수가 국회에 제출한 답변에 따르면 정씨는 어머니 최순실씨와 지난 4월 교수를 찾아와 면담했다. 독일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며 수업 출석을 대체할 과제물과 경기 출전기록을 제출했다.

이 교수가 정씨로부터 받았다며 국회에 제출한 증빙 자료는 국제승마연맹(FEI) 홈페이지 데이터베이스(DB)에서 누구나 출력 가능한 문서다. 기자가 직접 FEI 홈페이지에서 정유라씨의 영문명(CHUNG, Yoora)으로 검색하자 똑같은 경기 출전 기록이 표시됐다. FEI DB의 기록 조회는 최근 경기부터 50개까지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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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승마연맹(FEI) 홈페이지의 경기 기록 데이터베이스에서 조회한 정유라씨의 2016년 출전 기록. 이 기록은 누구나 조회할 수 있다. [사진=FEI 홈페이지]


이 교수가 제출한 출전 기록 문서는 두 개다. 하나는 출력일자가 4월 16일로 되어있고, 다른 하나는 9월 22~23일에 열린 경기 기록까지 표시돼있다. 4월 면담에서 정씨가 제출했다는 문서의 마지막 출전 기록은 2월 19~20일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경기다. 1학기가 시작된 3월부터 출전한 기록이 없어서 수업 대체 증명용으로는 쓸 수 없다.

나머지 하나의 출력 시기는 빨라도 9월 24일 이후다. 달리 말하면 1학기 성적 입력기간인 7월에는 이 교수에게 없던 자료다. 학기 중 경기 출전기록도 확인하지 않고 정씨에게 성적을 준 셈이다.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에서 정유라씨가 처음 언급된 건 공교롭게도 9월 23일이었다. 자료의 제출 시기와 유효성 여부에 대해 학교 측은 아직 해명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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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이모 교수가 국회에 제출한 정유라씨의 수업 대체 증빙자료. 9월에 열린 경기 출전 기록까지 나와 있다. 이 교수는 이 자료를 정씨에게서 4월에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진=김병욱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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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씨가 이모 교수에게 4월에 제출한 경기 출전 기록.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2월에 출전한 기록뿐이어서 학기 중 수업 대체를 위한 증빙자료로서 가치가 없다. [사진=김병욱 의원실]


유일하게 정씨의 성적 평가 근거인 리포트도 부실하다. 정씨가 4월 면담에서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승마선수에게 필요한 체력 요소' 리포트는 3쪽 짜리지만 인터넷에서 가져온 사진들을 빼고 나면 내용은 A4용지 한 장을 채우지 못할 정도로 부실했다. 리포트 작성자의 이름과 학번 등 어떤 것도 기재돼있지 않아 정씨가 직접 작성한 리포트인지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결국 학생의 말만 믿고 수업 불출석을 인정한 것인데, 정상적인 처리로 보기 어렵다. 수업 대체를 인정받으려면 공신력 있는 단체(정씨의 경우 승마협회)가 발급한 공문 등 훈련 증명서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시합 출전 기록 외에 훈련에 대한 공문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해 훈련증빙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국회 교문위 소속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혜 의혹이 나온 뒤에 서둘러 자료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며 "명백한 규정 위반이자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의혹 2] 입시 규정 외 '단체전 금메달' 평가에 반영
정씨는 2014년 9월 체육특기생 수시모집에서 선수복과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따낸 단체전 금메달을 갖고 면접을 봤다. 학교 측은 "메달리스트를 선발한 게 문제가 안 된다"고 했지만 규정 위반이란 지적에는 답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대학 입시 면접에는 수험생의 신원이 노출될 수 있는 복장 착용을 금지한다. 면접관의 주관적 판단과 사전 담합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정씨는 선수복과 메달을 갖고 면접을 봤다. 당시 지원자 110명 중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입상자는 정씨밖에 없었다. 면접관들이 정씨의 신원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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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게다가 입학처장이 "금메달 갖고 온 학생을 뽑으라"고 했다는 내부자의 증언이 나왔다. 대학은 "메달리스트를 우대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일부 인정했다.

정씨가 금메달을 딴 2014년 9월 20일은 수시전형에 반영 가능한 수상실적 기간(9월 15일까지)을 넘긴 뒤였다. 학교 내규상 평가 반영 대상은 '개인전'만 가능하다. 단체전은 어떤 경우라도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게 이대의 공식 입장이었다.

학교 입시 관계자와 정씨 측의 사전 담합을 의심할 수 있지만 대학 측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정씨가 단복을 입고 온 것은 아시안게임 실적을 어필하기 위한 적극적 행위라고 판단했다"는 게 대학의 해명이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 교직원은 "대부분의 학교들이 면접에 오는 수험생에게 교복이나 이름표 등 신분을 알 수 있는 일체의 복장과 소지품을 금지한다"며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서 이건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이라고 말했다.
 
[의혹 3] 엉터리 '표절 리포트'와 교수의 '과잉 친절'
정씨는 올해 1학기에 '코칭론'을 수강신청했지만 독일에서 훈련 중이어서 출석 대신 과제물 제출로 대체해 학점을 받았다. 담당 교수와 주고 받은 이메일에는 학생인 정씨에 대한 배려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과목을 담당한 이모 교수는 정씨에게 수업 내용을 전달하고 시험 준비를 도와줄 4학년 학생을 소개한다. 정씨가 중간고사 대체 과제물로 제출한 '마장마술의 말 조정법'은 오탈자와 비속어 투성이였다. '망할새끼', '왠만하면 비추' 등 대학생의 리포트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지만 담당 교수는 "수고하셨어요. 잘 하셨어요. 감사합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교수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을 빨간 색으로 표시하는 첨삭지도는 물론 "유라 학생은 잘 따라오고 있습니다. 이 교과를 통해 더욱 행복한 승마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라며 깍듯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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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의 기말 과제도 교수가 제시한 주제와 달랐다. 이 교수가 낸 주제는 (승마 자세의) 연속 사진 촬영 및 분석이었다. 그러나 정씨가 낸 리포트는 '숄더인' '하프패스' '삐루엣' 세 가지 기본 승마 자세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숄더인의 설명은 인터넷 블로거의 글을 통째로 복사했다. 다른 자세의 설명들도 인터넷에서 구한 사진에 간략한 설명을 곁들인 정도다.

이 교수는 자신의 지시와 다른 이 리포트를 받고도 "잘하셨어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시간을 내시어 본인의 기술을 촬영하여 분석해오는 것이 더 좋습니다"라며 주제를 벗어났음을 '정중하게' 지적했다. 하지만 이후 정씨가 과제물을 보완해 제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출한 정시 관련 학사 증명 자료에는 더 이상 제출된 리포트가 없었다.

정씨는 이 과목을 졸업 가능한 C+ 학점으로 이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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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특혜는 '최순실의 딸'이었기 때문"
이밖에도 필수 이수 과목인 채플 학점 이수, 학칙 개정과 지도교수 교체 등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의혹들이 많다. 이대 측은 17일 오후 교직원과 학생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었지만 의혹을 씻어내진 못했다. "문제가 있었지만 특혜는 아니다"라는 게 설명회의 결론이었다.

이대 측은 "언론이 과도하게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며 "정정보도 청구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모든 의혹을 단지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이화여대의 학사행정 과정에서 혜택이 정유라씨에게 집중된 것처럼 보인다. 정씨는 실세 의혹의 주인공인 박근혜 대통령의 두 측근, 최순실과 정윤회씨의 딸이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와 학생 단체들은 17일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사관리에 철저하기로 유명한 이화여대에서, 이러한 특혜를 제공한 것은 그 학생이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이었기 때문이었다"고 비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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