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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퍼스트펭귄] 세계 2위, 국내 유일…원자현미경 분야 ‘매운 고추’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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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시스템스 박상일 대표는 엘리트 벤처·스타트업 세대의 원조격이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표면 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졸업 직후인 1988년 실리콘밸리의 한 차고에서 원자현미경 제조업체를 차렸다. 사진 왼쪽이 원자현미경, 오른쪽이 현미경에서 들여다본 물체를 보여주는 모니터다. 장진영 기자

경기도 수원의 파크시스템스는 지난해 연매출이 200억원 정도인 작은 기업이다. 하지만 세계 2위, 국내 유일의 원자현미경(AFM:Atomic Force Microscope) 제작업체다. 원자현미경이란 물체 사이에 상호작용하는 힘을 기록하는 원리를 통해 대상을 들여다보는 현미경이다. 0.1 나노(1 나노는 10억 분의 1m) 크기의 원자까지 볼 수 있어 붙은 이름이다. 산업용 원자현미경은 한 대에 20억원을 호가한다. 파크시스템스 매출의 80%는 수출이다. 올해도 마이크론·인피니온·시게이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뿐 아니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네덜란드 아인트호벤공대 등에도 납품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되는 결실도 맺었다.

작은 기업이 이런 독창적 기술을 보유하게 된 데엔 박상일(58) 대표의 공이 크다. 그는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표면 물리학을 전공해 1987년 박사학위를 받은 ‘박사 사장님’이다. 스탠퍼드 물리학 박사님이 어떻게 한국 중소기업의 사장이 됐을까. 박 대표는 지난 9월 AFM의 아이디어를 창안하고 발전시킨 공로로 ‘제2의 노벨상’이라는 카블리상을 받은 스탠퍼드대 물리학과 켈빈 퀘이트(93) 명예교수의 제자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교수 아래서 최신 이론을 공부했으면, 으레 미국이나 한국에서 교수의 길을 가야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그는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내가 연구한 기술은 과학은 물론 산업계에도 유용한 장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선택했다. 당시 대학 분위기도 실리콘밸리 창업 붐에 한창 빠져들 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87년 학위를 마치자 모교인 서울대에서 물리학과 교수로 오라는 소식이 왔다. 서울대 교수직을 거부하고 회사를 차리겠다고 하자, 한국 지인들은 “세상물정을 모르는 철부지”라며 당장 마음을 고쳐 먹으라고 성화를 부렸다.

박 대표는 고국 지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졸업 후 1년 뒤인 88년 단돈 4만 달러로 팔로알토의 한 차고에서 AFM 제작업체를 차렸다. 첫 매출은 창업 1년 뒤인 89년 독일의 대표적 연구기관 막스플랑크였다. 퀘이트 교수의 제자가 AFM을 만든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찾아온 것이다.

그렇게 9년을 미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회사를 매각하고 97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국에서 첨단 현미경 제작업체를 키워보자는 생각에서였다.

한국에서의 사업은 쉽지 않았다. AFM 제작은 고도의 과학기술 전문성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 갓 시작한 중소기업에 박사급 전문인력이 들어올 리 만무했다. 실리콘밸리 창업 당시 스탠퍼드 동문 후배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참여하겠다고 해서 인력 걱정을 할 필요가 없던 것과는 너무도 비교되는 현실이었다.

국내에서 창업 후 2~3년간은 같이 일할 사람이 없어 헛바퀴를 돌아야 했다. 그는 “벤처기업을 도와주어야 할 관청과 금융권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갑질을 하고 군림하려 들었다”며 “한국에 돌아와 창업한 것이 후회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때쯤 고민의 물꼬를 튼 게 병역특례였다. KAIST와 서울대 등에서 석·박사과정 중인 고급두뇌들을 병역특례로 받아들여 AFM 제작에 참여시켰다.

파크시스템스의 명성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알려져있다. 회사 이름에 자신의 성(姓)을 넣어 파크시스템스(Park Systems)라 지은 것도 스탠퍼드 퀘이트 교수의 제자 박 박사가 만드는 AFM은 믿을 수 있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박 대표는 “원자현미경은 그간 나노기술 발전을 주도해왔고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본격적으로 접어드는 나노산업 산업시대에 나노계측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파크시스템스가 과거 한국에 존재하지 않았던 강소기업의 진면목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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