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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신고 1호는 ‘캔커피 받은 교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시행 첫날 접수된 신고는 3건이었다.

28일 오후 4시30분, 강원경찰청 소속 수사관이 이날 시가를 알 수 없는 떡상자 한 개를 배달받자 즉시 청문감사관실에 서면으로 자진 신고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신고 및 접수였다. 오후 5시30분,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사무소 부패방지신고센터에 한 지방대생이 찾아와 김영란법 위반사항을 신고했다. 취업한 졸업예정자의 수업 불참을 담당 교수가 묵인해 주고 있는 게 부정청탁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김영란법 주무부서인 권익위의 첫 신고 접수였다. 한 시간 뒤인 오후 6시30분, 강남경찰서에는 박식원 대한노인회 강남구지회장이 신연희 강남구청장을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노인들에게 관광을 시켜 주고 식사 대접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앞선 낮 12시에는 서울경찰청 112로 익명의 제보자가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주는 장면을 봤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은 제보자가 신원을 밝히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현장 출동하지 않고 신고자에게 서면신고를 하도록 안내한 뒤 종결 처리했다. 제보자가 신원을 밝히지 않으면 신고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상이 주무부서에 접수된 김영란법 신고의 전부였다.

김영란법은 청렴사회로 가기 위한 도구로 태어났다. 하지만 청렴사회로 가는 길목에 나타난 첫날의 풍경은 몸조심과 의심이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조병규 변호사는 “김영란법 규정이 모호해 대상자들이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어 신고건수가 초반엔 많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몸조심은 이른바 ‘시범 케이스’가 돼선 안 된다는 심리에서 비롯됐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의원들에게 “법 시행 이후 6개월 동안 ‘시범 케이스’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당부한 것은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른바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의 등장은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캔커피 신고 등이 이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모호한 법 규정은 공무원·교원·언론인 등 법 적용 당사자뿐 아니라 이들과 접촉하는 일반 국민까지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일단 관가 주변 식당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점심에도 4만~5만원을 호가하는 상차림만 있던 광화문 정부청사 인근 고급 한정식집에 2만9000원·2만9800원짜리 ‘김영란 메뉴’가 등장했다. 하지만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반면 구내식당은 북적였다. 수십m씩 줄이 늘어서 있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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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페이(각자내기)’도 늘어나는 모습이었다. 외부 인사와 국밥으로 식사를 한 뒤 더치페이를 한 통일부 과장은 “각자 n분의 1로 내려니 아직은 어색하지만 곧 정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법 시행 초기 과도한 내수경기 위축이 4분기 ‘소비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한국경제연구원은 음식업 8조4900억원, 소비재 및 유통업 1조9700억원, 골프업 1조1000억원 등 연간 약 11조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예상했다.

차세현·박민제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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