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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인데 자녀 복수국적이면 대사 못한다는 정부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 4명의 재외 공관장(대사)이 각각 유럽과 중동·아프리카의 주재국에서 한국으로 불려 들어왔다. 2014년 인사에서 임명된 이들이었으나 2년이 채 안 돼 조기 소환된 뒤 올 3~4월에 교체됐다. 통상 공관장(대사·총영사)의 임기는 3년이다. 이들은 자녀가 복수국적자란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외교부는 올 추계 공관장 인사 때는 복수국적을 보유한 자녀가 있는 인사는 재외 공관장 임명에서 원천 배제하기로 했다. 2014년 첫 시행 땐 대사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올해 총영사까지 확대했다.

외교부가 이런 인사 원칙을 마련한 배경은 외교관 자녀가 복수국적자라는 지위를 병역 면탈 등에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교체된 대사 4명의 경우 병역 면탈 등과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교체된 A대사의 경우 과거 해외에 있을 때 아들이 태어나 복수국적을 갖게 됐지만 아들은 이미 국내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해외에서 직장을 구해 금융회사에 다니던 중이었다. 나머지 대사들은 딸이 복수국적을 갖고 있어 병역 면탈과는 상관이 없었다.

국정감사 때마다 외교관 자녀의 복수국적 문제를 제기해온 국회에서도 이런 식의 인사는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복수국적을 병역 회피 등에 악용하는 건 문제지만 병역 면탈과 관련이 없는데도 공관장에서 배제한다는 것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능력이 있으면 외국인에게도 공무원직을 개방해야 할 판에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국정감사 때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 지적대로 공관장 자격 심사 과정에선 상황을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아들딸 구분 없이 자녀의 국적 현황만 보고 원천 배제하는 원칙을 일괄 적용하고 있어 자격이 되는데도 재외 공관 근무를 포기하거나 공관장이 아닌 차석으로 낮춰 근무를 희망하는 인사들도 있다.

헌법상 금지된 연좌제(緣坐制)적 요소가 있다는 논란도 있다. 헌법 13조는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장성한 자녀가 외국 국적을 선택했다고 부모의 책임을 묻고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며 “대부분의 국가는 이중국적 보유를 오히려 국력 신장의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복수국적 문제에선 한국보다 유연하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당시 외상이었던 도고 시게노리(東鄕茂德)는 1922년 독일 여성과 결혼했다. 하지만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양아들인 도고 후미히코(東鄕文彦)는 외무성 사무차관까지 지냈다. 한때 외교관의 외국인 배우자는 귀화하도록 하던 규정도 오래전에 없어졌다.

그러나 한국은 외교관이 외국인과 국제결혼을 해 자녀를 가져도 공관장 자격 미달이다. 외국 국적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도 복수국적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 공관장직에만 이런 인사원칙이 적용되고 있는 것도 논란거리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경우 장녀가 복수국적자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인사청문회 당시 복수국적을 보유했던 차녀가 한국 국적을 상실한 게 논란이 됐지만 임명됐다. 이 부총리의 차녀는 뒤늦게 국적 회복 절차를 밟고 있다.


유지혜·안효성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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