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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채취 ‘광업권’ 가진 업체 있어 항구 준설도 지자체 맘대로 못 해

하천·해안 모래 관리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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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교수

모래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강물이 흘러 바다에 합류하듯 강에서 바다로 옮겨 간다. 모래는 바다에서도 끝없이 돌아다닌다. 자연히 깎이는 곳이 있으면 쌓이는 곳도 있게 마련이다. 경북 울진군 진복방파제(동정항) 주변이 그렇다. 방파제의 남쪽은 오산리, 북쪽은 산포리다. 두 곳을 잇는 울진해안도로 9.6㎞ 구간은 침식이 심각해 특별대책까지 세우는 곳이다.

반면 해변 한가운데 있는 진복방파제(동정항)에는 거꾸로 모래가 쌓여 선박 출입에 방해가 되고 있다. 울진군 관계자는 “옆에서는 침식이 심한데 항구는 오히려 모래를 퍼내야 한다”며 “어민들 생계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준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진군을 비롯해 연안 침식 피해를 본 지자체들의 기본 구상은 항구에 쌓인 모래를 다시 침식이 일어난 해안으로 돌려놓는 순환양빈(모래를 붓는 공법)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사람이 만든 인공구조물 때문에 끊긴 모래 흐름을 다시 사람이 이어 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지자체가 원한다고 마음대로 모래를 옮길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래의 소유권을 가진 사람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광업권이라는 것이 있다. ‘등록을 한 광구에서 특정 광물을 채굴 및 취득하는 권리’를 뜻한다. 만약 특정 업체가 동정항 주변 바다에 대한 광업권을 갖고 있다면 바다의 소유권은 국가에 있어도 모래는 해당 업체 소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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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흘러 바다에 합류하면서 모래도 바다로 옮겨 간다. 바다로 흐르는 모래를 수중보가 막아 버리면서 해안 침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북 울진군 산포리 인근 하천에 21개의 보(洑)가 건설되면서 2010~2015년에만 5만2038㎡의 해변이 사라졌다.

지자체가 해안 침식을 막기 위해 항구 모래를 준설하려 해도 광업권을 가진 업체가 “항구로 흘러 들어간 모래는 우리 광구에서 파도에 쓸려 간 것이므로 우리 소유”라고 반대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13년 광업권을 둘러싼 분쟁이 있었다. 바닷모래를 퍼가는 행위가 해안 침식의 주요 원인이라고 판단한 울진군이 광업권을 가진 업체에 모래 채취에 필요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자 해당 업체는 울진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 공방 끝에 울진군은 소송에서 패했고 결국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순환양빈체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이 같은 광업권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일본은 1999년 법을 바꿔 관리자가 지정하는 모래는 해안시설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해안시설로 지정된 모래는 백사장이 아닌 ‘해안방호시설’이 되는 것이다. 일본의 해변에서 모래를 퍼가면 해안방호시설 훼손 행위가 된다.

김인호 강원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가뜩이나 모래 공급이 줄었는데 바닷속 모래를 계속 퍼내면 결국 연안의 모래 총량이 줄어 침식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천~해안~바다로 끝없이 움직이는 모래를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주체가 없는 것도 문제다. 한국은 연안과 하천을 분리하고 바닷모래와 강모래를 관리하는 주체도 다르다. 하천은 국토교통부 하천국, 해안은 해양수산부 연안계획과 담당이다. 두 부처가 합쳐졌던 국토해양부 시절, 과만 달랐는데도 통합적인 모래 관리를 위한 부처 내부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관리 주체가 다르다 보니 모래가 실제로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조사한 자료나 축적된 데이터조차 없다.

반면 54년부터 해안법을 제정한 일본은 해안 침식을 막기 위해 체계적으로 모래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 하천국 산하에 해안실이 있고, 하천국에서 하천모래와 해안모래를 일괄 관리하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해안 침식이 심한 돗토리(鳥取)현에서는 각 하천의 지천부터 해안까지 이동하는 모래의 총량을 계산하는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운다면 오히려 외국이 경험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대책 수립이 늦어지면 백사장을 근거로 생계를 유지하는 지역주민 등과 심각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 특별취재팀=김윤호·박진호·한영익 기자
드론 촬영·사진=김우진·공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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