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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강영호의 Who are you?] “난 좀 바보처럼 살았어요” 고개 숙인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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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비정치적 콘셉트의 사진 작업에 김무성 의원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첫 모델이 돼 주었다. 알고 보니 그는 무슨 일이든 일단 자신의 패를 까고 시작하는 스타일이었다. 그에게 ‘의원직이 아닐 때, 해외에 나갈 일이 있을 경우 직업란에 뭐라고 쓰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주저 없이 “무직”이라고 답했다.

언론을 통해서만 접한 그는 거칠었다. 자세가 그랬고, 말투가 그랬다. 예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그에게서 내면의 이야기, 속표정을 끌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이런 선입견은 기우였다.

그는 내게 약 1000장의 사진을 찍을 시간을 주었고, 나는 새로운 그를 만날 수 있었다.

한 달간의 민생 탐방을 했다는 그는, 수염이 덥수룩한 채로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그가 제일 먼저 한 건 ‘사과’였다. 약속한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은 데 대해 스스럼없이 “죄송하다”고 말했다. 거칠고 투박한 상면을 예상했던 나 자신이 무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수염’과 ‘사과 한마디’로, 나와의 거리를 반으로 좁혔다. 나머지 절반의 거리는 그와 함께한 작업에서 어렵지 않게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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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시작한 지 1시간여 지났을까.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부르는, 도인 같은 김도향을 닮았다”는 농을 건넸다. 그는 엷게 웃으며 “항상 열심히 살아오긴 했지만 사실 좀 바보처럼 살았어요. 난 좀 허술한 면이 있어서 사람에게 상처도 많이 받았죠”라고 혼잣말을 한 뒤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셔터를 눌렀다. 그 잠깐 사이 그가 드러낸 내면의 모습은 정치인이 아닌, 예술가의 얼굴이었다(큰 사진).

그는 언론을 통해 알아왔던 전형적인 정치인은 아니었다. 순간을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는 그 또한, 사진으로 보이는 자신의 새로운 모습에 힐링이 되는 듯했다.

“이상하게 오늘은 말을 많이 하게 되네요. 원래 나는 말수가 많지 않아요. 필요한 말만 하는 스타일입니다. 보통은 거의 듣는 편이고,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땐 머리를 굴리지 않고 던지듯이 툭툭 말을 하다 보니 뻔뻔하다, 건방지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나는 말도 행동도 좀 거친 내 단점을 잘 알아요. 하지만 이미지를 위해 억지로 꾸미고 싶진 않습니다.”

그와 작업을 하면서 ‘무대’(무성대장의 준말)라는 별명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들 중 어쩔 수 없이 자주 나온 건 정치 이야기였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지만 인상 깊었던 대목이 하나 있었다.

“문재인씨와 나는 정치적으론 대척점에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어요….”

찬바람만 불 것 같은 정치라는 테이블 밑에도, 사람을 향한 정이 흐르고 있음을 그 말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남중 1년 선후배 사이란 걸 기사를 검색해 알게 됐다.

촬영을 마친 그는 단정한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근처에 있는 이발소엘 갔다.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을 찍고 싶어서 따라갔다. 한데 웬일인가. 수염이 덥수룩해서인지, 아니면 수행비서도 없이 혼자 터벅터벅 걸어서인지 지나치는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작은 사진).

이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내게 최고의 사진 두 컷을 선물로 주고 갔다.

강영호 kyhs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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