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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동아시아가 서구에 먹힌 건 공자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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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만든 세상
마이클 슈먼 지음
김태성 옮김, 지식의날개
392쪽, 1만8000원

동양과 서양은 태곳적부터 만났다. 본격적인 만남의 시발점은 마르코 폴로(1254~1324)나 마테오 리치(1552~1610)로 대표되는 예수회의 대중(對中) 선교다. 어제처럼 오늘도 만나고 있으며 내일도 계속 만날 것이다.

치밀하게 계획된 작심한 만남이건, 스치는 듯한 조우(遭遇)이건, 동서 만남의 중심에 자리잡은 한 가지 변수는 공자와 유교다. 그 위대한 만남을 다시금 중간 정산(精算)할 때가 됐다. 일본과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라는 ‘네 마리 호랑이 경제’의 부상에 이은, 중국의 굴기(?起)에서 공자·유교가 차지하는 공헌 비중을 따지기 위해서다. 또 미·중 G2시대의 한 축인 중국에서 유교가 어떻게 전개·진화돼 국제사회에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서다.

그런 필요성에 부응하는 책들이 꽤 많이 출간됐다. 『공자가 만든 세상』의 차별적 장점은 저자가 언론인이라는 점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베이징 특파원이다. 대중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학자의 글보다 상대적으로 술술 읽힌다. 하지만 학술 서적과 마찬가지로 꼼꼼한 주석이 달렸다. 집필에 동원된 참고문헌은 140권이다. 이 책 381~390페이지에 나오는 참고문헌은 이 분야에 데뷔하려는 학생들의 서지(書誌) 파악 수고를 상당 부분 덜어줄 것이다.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 유대인인 저자 마이클 슈먼의 아내 유니스 윤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래서인지 펜실베이니아대(동양사·정치학 학사), 컬럼비아대(국제정치학 석사)에서 공부한 저자는 친한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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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동아시아 저력과 한계의 근원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 인천, 싱가포르(왼쪽부터)에 있는 공자상. [사진 지식의날개]

이 책은 저자의 폐백(幣帛) 경험으로 시작한다. 결국 흐뭇한 체험이 됐지만, 저자에게 폐백은 처음에는 당혹스럽고 불쾌했다. 유대교에서는 신(神)에게도 함부로 절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폐백이 과연 유교적 요소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책 곳곳에 ‘가장 유교적인 나라’인 한국의 사례가 등장한다. ‘아시아적 가치’(‘유교적 가치’와 같은 뜻이라고 봐도 무방)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둘러싼 리콴유(李光耀, 1923~2015) 전 싱가포르 총리와 김대중 전 대통령(1924~2009) 간의 설전도 비중 있게 다뤘다.

이 책은 다음 질문에 대답을 시도한다. ‘공자는 누구인가’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발전시킨 유교는 어떻게 전근대기 중국의 국가 이념이 됐는가’ ‘공자·유교는 서세동점(西勢東漸)으로 동아시아가 서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데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일까’ ‘공자는 20세기에도 21세기에도 욕을 먹고 있다. 공자는 욕을 먹어야 마땅하다는 사람들의 논거는 무엇일까’ ‘욕먹던 공자는 왜 오늘의 세계, 특히 중국에서 부활하고 있는가’.

뭔가를 바라볼 때 우리는 ‘틀’이 필요하다. 서구, 특히 미국이 동아시아를 볼 때 공자와 유교는 틀 구실을 한다. 예컨대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때 일부 미국 언론이 ‘세월호의 비극은 유교문화 때문’이라는 식으로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또 동아시아 출신 학생들이나 동아시아계 미국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도 유교 덕분으로 해석된다. 이 책은 미국 사회가 ‘유교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총망라해 정리한다.

공자·유교에 대한 우리의 무지를 일깨워주는 『공자가 만든 세상』은 인터뷰와 현지답사를 통해 확보한 중화권·한국·일본 사례를 풍성하게 제시한다. 아쉬운 점은 유교의 영향을 받은 베트남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또한 유교의 국제정치적 측면에 대해 소홀한 것도 아쉽다. 중국이 서열화된 국제질서의 복원을 시도할지 여부도 뜨거운 관심거리이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자본주의 국가들 유교 장점 살려 고속 성장
유교는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종교다. 그런데도 동아시아는 근대화 경쟁에서 서구에 밀렸다. 왜일까. 독일 사회·경제학자 막스 베버(1864~1920) 등 학자들은 이 문제를 두고 고심했다. 『공자가 만든 세상』을 읽고 나면 간단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근대화를 저해하던 유교는 동아시아 각국에서 ‘붕괴’했다. 국가와 단절된 것이다. 국가는 남녀차별·신분제 같은 유교문화의 부정적인 면을 통제하는 가운데 효(孝), 실력주의나 교육에 대한 강조 같은 유교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비서구권 지역에서 동아시아 같은 수준의 ‘전통과의 단절’을 경험한 지역은 없었다. 중남미·아프리카·중동·남아시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동아시아가 앞서가기 시작한 근본적인 원인은 유교의 붕괴였다. 단, 유교로부터 자유롭게 된 국가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를 채택한 경우에만 경제적으로 성공했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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