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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코엘료가 그린 마타 하리의 본능·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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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문학동네
224쪽, 1만2500원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이 다시 한 번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의 새 장편 『스파이』는 지명도 면에서 ‘최고의 조합’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닐 것 같다. 소설에서 다룬 스파이가 다름 아닌 마타 하리(1876∼1917)여서다. 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불안하기 짝이 없던 유럽 사교계를 뒤흔든 팜프 파탈의 상징과도 같은 여인. 스트립쇼 댄서로 출발해 당대의 각국 유력인사들과 염문을 뿌리다 결국은 이중첩자로 몰려 총살형으로 생을 마감한 여인.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작가에겐 자칫 무덤이 될 수도 있는 비운의 여성에 지금까지 전세계 누적 판매부수 2억 권이 넘는 소설가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소설은 1917년 10월 마타 하리의 사형 장면으로 시작해(프롤로그) 그의 시신 처리 등 훗세대가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정신적 유산을 강조하는 것으로 끝맺는다(에필로그). 요약하면 형 집행 후 참수된 마타 하리의 머리는 프랑스 파리의 한 해부학박물관에 보존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라진 상태고, 그의 이중첩자 의혹은 그야말로 의혹이었을 뿐 아무런 입증 자료가 없다는 점이 확인된 상태다.

중간은 마타 하리가 사형 집행을 앞두고 불안한 상태에서 일생을 돌아보며 정리한, 자신의 변호사 클뤼네에게 보낸 편지 형식의 글(1·2부), 클뤼네가 형 집행 전날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의뢰인 마타 하리에게 보낸 역시 편지 형식의 글(3부)로 구성돼 있다. 인물의 육성을 복원해 감정이입을 유도하겠다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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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반 유럽을 뒤흔들었던 마타 하리. 숱한 영화와 뮤지컬·소설 등의 모티브가 됐다. [사진 문학동네]

팩트만 나열한 다큐멘터리에서 확인할 길 없는 마타 하리의 맨 얼굴은 어떤 것이었을까. 시대를 앞서간 사람, 남성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이었다는 점이 그의 죄라면 죄였다는 게 코엘료의 시각이다.

물론 마타 하리가 흠잡을 데 없는 인격자였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의 인생은 어쩌면 허영 투성이였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사랑은 그에게 남성과 권력을 나눠 가지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위선적이지 않고 본능과 욕망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마타 하리의 삶은 윤리적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인습과 편견에 신경 쓰지 않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나서는 인간형은 코엘료 소설에서 친숙하다. 신간은 코엘료표 마타 하리다.

 
이야기 ‘연금술사’ 코엘료, 81개 언어권서 2억 부 판매
1980년대 중반 작가로 전업한 코엘료는 지금까지 2억1000만 부의 책을 팔아치웠다. 81개의 언어로 번역됐다. 한국 독자도 그 수치에 기여했다. 『스파이』는 산문을 포함해 국내 소개된 그의 열여섯 번째 책이다. 문학동네에 따르면 국내 누적 판매 부수는 350만 부를 넘는다. 그중 대표작인 『연금술사』가 150만 부 가량 팔렸다.

코엘료 소설의 핵심 키워드는 ‘자아를 찾는 내면 여행’쯤 된다. 간결하고 달달한 그의 소설이 맹렬히 사랑받는다는 건 그만큼 현대인의 정신적 공허감이 크다는 반증이다.

『스파이』도 익숙한 코엘료 소설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가령 소설 속 이런 문장들이 수수께끼처럼 머리에 맴돈다.

“진정한 죄란 우리가 죄라고 배운 그런 것이 아니라, 완벽한 조화와 동떨어져 사는 것입니다 (…) 죄악은 신이 창조한 게 아니고, 우리가 절대적인 것을 어떤 상대적인 것으로 변형시키려 할 때 만들어졌어요.”(133쪽)

당대와 불화했던 마타 하리의 선각자다운 발언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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