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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북한은 미국의 선제공격을 자초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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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북한은 9월 20일 새로운 장거리 로켓 엔진의 육상 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측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엔진의 목적은 은하 로켓의 우주발사를 통해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술은 7000~7500마일(1만1265~1만2070㎞) 사정거리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북한의 로켓이 괌·하와이·알래스카·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영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동시에 5차 핵실험을 통해 탄도미사일 위에 얹어 놓을 수 있는 소형화된 핵탄두의 무기 설계를 표준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이번 달에 발표했다.

북한이 이러한 모든 행동을 통해 꾀하는 것은 미국에서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까지 북한을 모든 자격을 갖춘 핵보유국으로 만드는 것이다. 평양은 ‘생존 가능한 핵억지력(survivable nuclear deterrent)’을 자신이 보유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북한은 핵 능력의 과시가 정권을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보다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명백하게 잘못된 믿음이다.

내 판단에 따르면 북한은 핵억지력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근본적으로 결여돼 있다. 북한은 맨해튼 계획(제2차 세계대전 중 미 육군의 원자탄 개발 계획),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대량 보복 독트린,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스타워즈(Star Wars)’라 불리며 미사일방어(MD)의 전신인 레이건 대통령의 전략 방위 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 등이 포함된 미국 핵 정책의 역사를 연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두 핵보유국 간에 벌어지는 전략적 상호작용과 어느 한편이 급속도로 현 상태의 변경을 시도하려고 노력할 때 수반되는 위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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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자면 북한이 폭탄 몇 개를 지하에 보관하고 있을 때는 폭탄이 위협 요소로 작용하더라도 ‘위기 불안(crisis instability)’이나 에스컬레이션(escalation)의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 폭탄을 공격에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재래식 군사 분쟁이 발발하더라도 분쟁이 ‘핵 문턱(nuclear threshold)’을 넘어서며 확대될 가능성이 낮았다. 핵폭탄을 무기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핵폭탄은 어쩌면 북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만 억지력으로 작용할 뿐이었다.

북한은 포병 병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급속도로 핵 전력을 키우고 있다. 반면 인민군의 재래식 군사 능력의 쇠퇴는 방치하고 있다. 자금·자원·훈련 부족 때문이다. 평양이 보기에 이러한 비대칭전략은 자신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핵과 포병 능력을 극대화해 자신을 보다 안전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것이 북한을 보다 안전하게 만들지 않는다.

북한은 ‘상승 사다리(escalation ladder)’의 길이를 줄여버렸다. 그래서 만약 분쟁이 발생하면 평양이 포병 병력을 사용한 다음에는 핵무기 사용 외에 다른 군사적 대안이 없다. 이는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 핵전력에 대한 선제 공격을 강요한다. 분쟁의 첫 징후가 보이자마자 미국은 공격에 나설 것이다.

다른 사례는 북한의 로켓 엔진 실험과 관련된 것이다. 육상 실험을 실시한 북한에 다음 단계는 아마도 은하 로켓의 형태로 장거리 ICBM을 실험하는 것이 될 것이다. 북한은 로켓 발사의 목적이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일부 분석가의 전망에 따르면 로켓 발사는 이르면 10월 10일에 실시될 것이다. 노동당 창건 기념일이다.

그런데 만약 지금부터 북한이 장거리 로켓의 구성물들을 발사대에 장착하기 시작한다면 미국으로서는 로켓의 진짜 의도를 파악할 수 없다. 특히 워싱턴은 로켓의 꼭대기에 무엇이 놓일지 알 수 없다. 인공위성이 장착될 것인가. 가짜 탄두(dummy warhead)? 아니면 북한 정권이 5차 핵실험 때 자랑했던 새로운 ‘표준 디자인’의 핵탄두일 것인가?

북한 정권은 종종 로켓을 장막으로 두른다. 발사 준비가 완료될 때까지 위성 영상으로 파악할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책임 있는 미국의 국가안보 당국자라면 그 누구도 미사일이 위협용이 아니라는 북한의 주장을 북한에 유리하게 해석할 수 없을 것이다. 당국자는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할 것이다. 발사대에 놓인 미사일을 가격하거나 발사 후에 탄도유도탄방어체계(ballistic missile defense system)로 미사일을 공중 요격할 것이다.

북한의 핵 관련 행위는 북한에 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북한이 의도한 바와 달리 북한의 행위는 미국으로 하여금 군사적인 대안을 고려하도록 만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안보 상황이 악화될 것이며 군사 공격에 보다 취약하게 될 것이다.

현재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이에는 우리가 위험한 상황에 발을 들여놨다는 것을 인정하는 대화가 없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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