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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다이어리] 나만 불편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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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키즈앤틴즈팀장

장면 하나. 둘째 아이의 유치원에서 다음달 엄마·아빠 참여수업이 각각 열린다는 가정통신문이 왔다. 아빠 참여수업 예정일은 토요일, 엄마 참여수업은 금요일이었다. 통상 맞벌이라 해도 자녀 양육에 상대적으로 아빠 참여도가 떨어지는 현실을 고려하자면 아빠 참여수업의 긍정적 효과는 있을 것이다.

또한 아빠들은 웬만하면 예외 없이 일할 가능성이 높고, 엄마들은 일을 안 할 가능성이 약간 더 높으니(맞벌이 가구 43.9%, 통계청, 2014) 작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갈 수 있는 평일이 전업맘들에게 더 편한 선택일 수도 있을 게다.

그럼에도 마음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유치원에 문의하니 워킹맘 자녀들은 오후 7시에 별도로 참여수업을 진행하겠다고 한다. 오후 7시도 아이에게나 일하는 엄마에게나 쉬운 시간은 아니라는 말, 이 유치원엔 아빠나 엄마가 없는 아이들은 한 명도 없느냐는 말은 차마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유치원 입장에서도 저런 행사를 마련한 교육적 이유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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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장면 둘. 요즘 웬만한 초등학교는 그럴 테지만, 2학년인 첫째 아이의 학교에서도 학급당 남녀 회장과 부회장 총 4명을 임원으로 뽑는다. 임원 엄마는 곧 학부모회 임원을 맡는데, 우리 반만 그런 건지는 몰라도 남자 회장 엄마가 대표를 맡고 여자 회장 엄마가 부대표 역할을 한다. 1학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린 엄마들 반 모임에서 남자 회장 엄마가 밥값을 전부 냈다. 여자 회장 엄마는 각종 공지를 전달하는 연락책을 맡았다. 2학기 선거로 새 임원이 선출되고 나서도 같은 풍경이 벌어졌다. 남자 회장 엄마가 모임 밥값을 쏜 거다. 며칠 뒤면 발효될 부정청탁금지법이 이런 풍경도 바꿔놓긴 하겠지만 마음이 불편했던 건 사실이다.

혹여 엄마들 안의 성차별적 문화가 아이들에게 전달되지는 않을까. 설마 학급 안에서 남자 회장과 여자 회장도 이렇게 성별에 따라 역할을 나누진 않겠지. 남자·여자 회장을 각각 뽑는 건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텐데, 오히려 회장은 한 명만 뽑고 부회장만 남녀 각 1명을 뽑았던 내 어릴 적 시스템이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을 줄이는 방법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수차례 학급회장에 뽑혔던 경험에 따르면 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부모회 임원을 당연히 엄마들이 맡는 것 자체도 성차별이다. 워킹맘이 힘들고 불편한 건 우리 안에 내재된 차별의 영향도 크지 않을까. 이런 상황이 나만 불편한 건가.

이 경 희
키즈앤틴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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