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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산헬기 수리온 결함, 적당주의가 더 문제다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KUH-1)이 또다시 결함을 드러내 군부대 납품이 전면 중단된 데는 기술력보다 고질적인 은폐와 적당주의가 더 큰 문제다. 올 초 미국에서 실시한 결빙 테스트의 101개 항목 중 29개 항목을 만족시키지 못했는데 방위사업청은 이를 국방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고 있다가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수리온은 1조5000억원을 투입해 국방과학연구소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 공동 개발한 헬기로 2013년 이후 현재까지 50여 대가 일선 군부대에 실전 배치돼 있다. 결빙 테스트의 경우 기준에 맞는 혹독한 자연조건이 제한적인 만큼 선진국 역시 항공기 개발 이후 양산 과정에서 결빙 시험을 따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전 배치 당시 아직 시험을 거치지 않은 결빙지역 비행제한을 전제로 조건부 적합판정이 내려졌으므로 또한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예정된 테스트 과정에서 결함이 드러났는데도 쉬쉬하면서 관계자들끼리만 갑론을박하고 있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KAI 측 논리는 영하 수십도의 저온과 결빙이 잘되는 습한 환경에서 실시한 테스트여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겨울이 별로 춥지 않고 건조한 한반도에서는 운용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엔진 공기 흡입구에 허용치를 초과(100g 이상)하는 얼음이 생겼다는 것은 헬기로서는 설계변경까지 요구되는 치명적 결함일 수 있다. 얼음 덩어리가 엔진에 빨려 들어가 고장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한반도에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폭염과 혹한이 발생할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산 헬기 개발의 첫걸음을 겨우 뗀 만큼 우리의 기술력이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가 드러났을 때 적당히 땜질처방으로 넘어가서는 기술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은 실전 배치와 수출에 차질이 있겠지만 철저한 분석과 냉정한 검증으로 결함을 보완하고 완벽을 기하는 것이 무고한 희생을 막고 국제적 신뢰를 높여 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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